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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창업에 성공하려면 출판 창업에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비전부터 정하고 자신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분 시장부터 찾아내야 한다. 처음부터 종합선물세트를 만들듯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마구잡이로 책을 펴내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임팩트 있는 출판사가 되어야 한다. 백화점 옆에 있는 전문점은 살아남지만 잡화점은 버텨내지 못한다. _ 한기호, 「출판 창업에 성공하려면 세분시장부터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중에서 ==== 옳은 말씀. 좋은 반복만이 출판을 구원한다. 지난번 플랫폼P에서 발표할 때 주목하는 출판사가 있느냐고 했을 때 봄알람을 예로 이야기했다. 그림책공작소도 멋지다. 더 많은 예를 들 수도 있다. 실패한 책이 성공한 책을 돕지 않는 한, 또 성공한 책이 실패한 책을 돕지 않는 한, 즉 독자와 가치를 공유..
지구사의 지평에서 호모사피엔스 20만 년의 역사를 이야기하다 책을 읽고 있는데, 아내가 묻는다. “옥스퍼드 세계사? 영국(서구) 중심주의 서술 아니야?” 역사를 제 입맛대로 농단해 왔던 서양 제국주의에 대한 의심과 회의, 이것이 오늘날 세계사를 대하는 독자들의 일반적이고 정당한 태도이다. ‘도대체 세계사가 가능할까?’ ‘설령 그런 게 있더라도 인종주의(민족주의)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세계사는 가능하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됨에 따라, 또 인류의 역사가 생명의, 지구의, 우주의 역사라는 거대사의 지평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세계사를 큰 흐름 위에서 기술하려는 시도들이 늘어 가고, 이에 대한 독자들 반응도 뜨겁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빅 히스토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에 대한 열광은 ..
정답과 재치, 수능을 마친 청년들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겪으면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참 대견하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험의 세계는 끝났고, 비로소 스스로 삶의 경로를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겨났다. 주변의 도움과 충고는 있겠으나 이제 인생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스무 살 무렵엔 시험이 앞날의 인생을 크게 좌우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생 경로는 우발적 사건으로 가득해 어떤 인생도 지금 생각하는 것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스무 살 때에는 인터넷이 생길 줄 몰랐고, 국가 부도가 날 줄 몰랐고, 휴대전화가 나올 줄 몰랐고, 인공지능이 등장할 줄 몰랐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을 줄 몰랐다. 인생은 시험과 다르다. 문제는 끝없이 던져지지만, 준비된 답으로 해결할 수 ..
의자, 침묵의 살인자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병에 시달린다. 타고난 질병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 삶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젊을 때에는 사고나 중독이나 감염 탓에 병에 걸리고, 나이 들면 주로 노화로 인해 병든다. 그러나 당뇨병, 고혈압, 요통, 불안, 우울 같은 이상한 질병들도 있다. 우리의 구석기 조상들은 이러한 질병들을 몰랐다. 자연 상태에서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바이바 크레건리드는 『의자의 배신』(고현석 옮김, 아르테, 2020)에서 인간을 괴롭히는 이 이상한 질병들을 일으킨 범인이 ‘의자’라고 말한다. 인간의 기본형은 직립이다. 인간은 일어서서 두 발로 걸어서 손을 해방시킴으로써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인간 발은 움직임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특히 오랫동안 걷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하루 대부분을 ..
사랑의 고고학 ― 잃다, 파다, 스며들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사랑의 고고학’을 실천한다. 작가는 언어의 섬세한 솔질로 기억의 지층을 굴착해 사랑의 흔적을 발굴한다. 열세 살에서 열여덟 살까지, 어린 나이에 주로 첫사랑의 형태로 파묻힌 이 사랑은 퀴어의 형태로 존재하기에 낯설고 두렵고 들끓고 뜨겁고 위험하고 조심스럽다. 이 책에 담긴 청소년 퀴어 서사를 꿰뚫는 동사는 세 가지, ‘잃다, 파다, 스며들다’이다. 소설의 화자들은 모두 상실 이후를 살아간다. 「우리들의 우리들」의 은푸른하늘은 아빠가 없고, 「어리고 젊고 늙은 그녀들 스미다」의 서해림은 엄마가 세상을 떴고,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의 강희는 친구를 영원히 잃었고, 「사랑을 말할 때」의 장한나는 언어를 빼앗겼다. 사랑과 상실의 결합은 에로스를 더 애타게 하지만, 투사할 대상을 잃은..
어린이 인물 이야기(위인전)의 역사 인물 이야기는 흔히 위인전이라고 불리며 전집의 형태로 이어져 왔는데, 그 뿌리는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 등에서 애국 계몽의 의지와 민족 독립의 열망을 담아 인물 이야기를 싣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인물 이야기는 을지문덕, 임경업, 곽재우, 김유신 같은 장군과 서화담, 정몽주, 이율곡 같은 학자의 비중이 높다. 이러한 인물 구성은 당시 의 특성과 연결하여 볼 때 무신의 용맹성과 문신의 지혜를 결합하여 조선 민족 고유의 자긍심을 찾아 주려는 까닭이 크다. 이후 20세기 초반 인물 이야기의 인물 구성은 상당수 그대로 이어져 현대 위인 전집에 영향을 미쳤으며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과도 상당히 일치한다. 1980년 이후 독재 정권을 통과하면서 인물 이야기에는 저항적 인물이 등장했으며 주로 ..
젊은 여성은 아이를 낳고 할머니는 세상을 낳았다 폐경은 나이든 여성에게 보편적・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신체적 경험인 난자의 생산 중단이고, 월경의 소멸이며, “번식 수명의 종료”를 말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이다. 동물 중에서 생식 능력을 상실한 암컷이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비해 인류는 특이하다. 월경의 중단으로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후에도 인간 여성은 길게 삶을 이어간다. 생물학적 존재 이유를 박탈당한 ‘쓸모없는 시기’가 인간 여성에게만 유독 길게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자 기계의 고장이 임박한 죽음의 징조가 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 여성은 왜 긴 노년이라는 특이한 생애사를 갖도록 진화했을까. “폐경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사람들이 사라진다 우리 사회에 실종자와 가출인이 늘고 있다. 실종자는 아동, 지적 장애인, 치매 환자 중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말한다. 실종자 숫자는 2017년 3만 8789명에서 2019년 4만 2390명으로 지난 3년 동안 15.2% 증가했다. 성인 실종자를 뜻하는 가출인 숫자도 같은 기간 6만 5830명에서 7만 5432명으로 14.6% 늘었다. 작년 한 해 합쳐서 11만 7822명에 이른다. 이들 중 시간이 흘러도 발견되거나 돌아오지 않고 영영 사라지는 사람도 증가 중이다. 미발견 실종자는 2017년 18명, 2018년 25명, 2019년 186명으로 늘었고, 가출인 역시 671명, 809명, 1436명으로 증가세다. 시간이 흐르면 작년 숫자는 서서히 줄지 모르나 그 추세는 변하지 않을 듯하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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