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4년 4월 12일)
4・3사건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중략)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 _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 9쪽. 아, 한날한시에 이집 저집에서 터져 나오던 곡소리.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오백 위(位) 가까운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 (중략) 세월이 삼십 년이니 이제 괴로운 기억을 잊고 지낼 만도 하건만 고향 어른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잊힐까 봐 제삿날마다 모여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때 일을 명심해 두는 것이었다. _현기영, 『순이 삼촌』(창비, 2015), 60, 62쪽. 12·3 내란 21세기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