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책, 도서 대여, 기간제 구독, 도서관
1흔히 세책(도서 대여)과 기간제 구독과 도서관을 구분해서 생각하나, 독자 입장에서 보면 셋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을 빌려서 읽는 일, 즉 ‘세책 독서’를 촉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셋 모두 “책을 한곳에 모아놓고 일정 기간 사용료를 낸 이들이 마음껏 빌려 읽도록 한 유통 시스템”에 속한다. 공공도서관은 그 사용료가 무료일 뿐이다. 2내가 번역에 참여한 『도서관의 역사』가 올해 안에 나올 텐데, 이 책에선 도서관과 서재, 공공과 사설, 무료와 유료를 구분하지 않는다. 『18세기의 세책사』(문학동네, 2024)에서도 세책점(도서대여점)을 유료 대출 도서관으로 본다. 세책점이 일반적으로 권당 대여 가격을 책정하는 반면, 밀리의서재나 네이버프리미엄 같은 기간제 구독 서비스는 기간에 따라 대여 가..
출판사의 첫 책
『출판사의 첫 책』(출판사 핌, 2024)은 작가 송현정이 만난 열 군데 출판사 이야기를 다룬다. 대부분 일인 출판에 가까운 출판사이지만, 이야기장수처럼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인 곳도 있고, 골든래빗처럼 처음부터 주식회사 형태를 갖춘 곳도 있다. 창업 후 꾸준히 성장을 이룩한 곳도 있고, 좋아하는 책을 내는 데 만족하는 곳도 있다. 출판 창업 관련 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째, 이승훈의 『내 작은 출판사 시작하기』(북스페이스, 2017)나 신동익의 『독립출판 제작자를 위한 대형서점 유통 가이드』(프랭크유통연구소, 2019) 같은 창업 실무 안내서. 둘째, 이현화의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유유, 2020)이나 박지혜의 『날마다, 출판』(싱긋, 2021) 같은 일인 출판사 대표가 쓴 체험적 창..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아직도 출판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신사적 분위기, 책 가득한 사무실, 고루함과 느긋함, 전통과 예술성 선호 등”은 출판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불멸의 작품을 남기기 위해 고뇌하는 작가들, 매력적 작품을 발굴하려 분투하는 편집자들, 아름다운 책을 만들려 노력하는 디자이너, 고상하고 우아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독자에게 책을 권하는 사서나 서점 직원 등은 출판의 인간적, 문화적 가치를 상징한다. 더 나아가 좋은 책이라고 믿으면 경제적인 손해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마음, 먼 훗날을 생각해 미지의 신인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마음, “사상과 문화의 미개척 지대에서 일하는 흥분감, 꾸준히 세상 변화에 일조하는 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이 출판의 자부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