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집안일로 조만간 이사할 일이 생겼다. 열일곱 해 동안 살던 정든 집을 떠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산란하다. 입지, 교통, 전망, 자금 같은 현실적 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집은 단지 편의나 투자의 대상만은 아니다. 내 몸과 마음이 머무는 곳이고, 가족이 함께 삶을 이룩하는 공간이며, 인간 존재가 뿌리내리는 장소다. 무엇이 좋은 집인지, 어디에 살아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굿라이프』(이유출판, 2024)에서 이냐키 아발로스 스페인 마드리드대 교수는 일곱 군데 집을 통해 어떤 집이 좋은 집인지를 이야기한다. 20세기에 나타난 이 집들은 프리드리히 니체, 마르틴 하이데거, 가스통 바슐라르, 오귀스트 콩트, 질 들뢰즈, 윌리엄 제임스 등 현대 철학의 정수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곳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