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는 흔히 위인전이라고 불리며 전집의 형태로 이어져 왔는데, 그 뿌리는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 <소년> <어린이> 등에서 애국 계몽의 의지와 민족 독립의 열망을 담아 인물 이야기를 싣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인물 이야기는 을지문덕, 임경업, 곽재우, 김유신 같은 장군과 서화담, 정몽주, 이율곡 같은 학자의 비중이 높다.
이러한 인물 구성은 당시 <어린이>의 특성과 연결하여 볼 때 무신의 용맹성과 문신의 지혜를 결합하여 조선 민족 고유의 자긍심을 찾아 주려는 까닭이 크다.
이후 20세기 초반 인물 이야기의 인물 구성은 상당수 그대로 이어져 현대 위인 전집에 영향을 미쳤으며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과도 상당히 일치한다.
1980년 이후 독재 정권을 통과하면서 인물 이야기에는 저항적 인물이 등장했으며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용이나 중학생용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때 반복 소개된 대표적 인물은 김구, 유일한, 장기려, 전태일 등이며 산하 출판사의 ‘산하어린이’ 시리즈의 인물 이야기, 사계절 출판사의 ‘우리 시대의 인물 이야기’, 창비의 ‘창비 아동 문고’의 인물 평전이 돋보인다. 아쉬운 점은 집필자의 관점이 드러나기보다는 인물을 보는 시각과 내용 전개가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1990년대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시민 사회로 발전하면서 정치인이나 장군 외에 사회 각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배울 만한 전문가와 예술인을 조명하여 위인전이 아닌 ‘인물 이야기’라는 갈래 명칭으로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교육 출판사의 인물 이야기가 대표적이며, 석주명(나비박사), 문정현(신부), 최민식(사진 작가), 원경선(농부), 공옥진(한국무용가), 원병오(조류학자), 박동진(소리꾼), 최기철(어류학자) 등의 인물 이야기가 이때 나왔다. 이 같은 고학년용 인물 이야기는 인물의 삶에 깊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대중문화의 시대가 되면서는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역사 드라마가 방영될 때면 드라마 등장인물의 책이 인기를 끌었다. 대조영(2006), 연개소문(2006), 세종대왕(2008), 선덕여왕(2009), 광개토대왕(2011), 김유신(2011), 허준(2013)의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재빨리 인물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이때를 틈타 어린이들에게 역사 공부를 시킬 수 있으리라는 어른들의 교육열의 결과이다.
또 ‘멘토’라는 용어가 유행하면서 이때부터 유명 운동 선수, 예술인, 정치인 등 생존 인물, 특히 젊은 인물을 내세운 책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운동 선수로는 최경주, 박지성, 김연아, 박세리, 박태환이 예술가로는 정경화, 조수미를 다룬 책이 많았다. 유엔에서 일하는 인물로 반기문과 김용이 소개되었고, 김대중, 김수환, 이태석, 백남준처럼 유명인이 사망하면 갑자기 그 인물에 관한 책이 많이 출판되는 경우도 있다. 각종 선거에 즈음하여 정치가를 소개하는 책도 많아졌다. 문재인, 박원순, 박근혜, 안철수 등을 소개하는 책이 그 예다. 한때 황우석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나왔다.
최근에는 학교에서 진로 교육이 활발해지면서 직업과 인물을 연결하고 있다. 이국종 같은 의사, 데니스 홍과 같은 과학자 외에 손흥민, 백종원, 블랙핑크같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우선 선정된다.
아쉬운 것은 21세기까지도 여성 인물은 거의 배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백여 년 동안 한국 여성 인물로 소개된 인물은 유관순, 심사임당 정도이다. 최근 여성주의의 경향에 따라 여성 인물들이 계속 발굴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주목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_ 오세란, 「어른의 욕망을 투사하는 어린이 인물 이야기」, 《기획회의》 525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2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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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리된 어린이 인물 이야기의 역사이다. 참고 자료로 올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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