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雜文)/읽기에 대하여 (27)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독자를 어떻게 독자로 만들까? 이순영 교수를 책임 연구자로 하는 '비독자 대상 독서 유인사업 설계 및 실험 연구'가 얼마 전 발표되었다.연구에서 말하는 비독자는 한 해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독자를 말한다. 비독자의 독서량, 독서 시간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빠지므로, 전환 초기에 적극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연구자들은 생애 주기를 고려하여 50플러스(50대 이상), 직장인(사회초년기~장년기), 중학생(청소년)의 ‘3대 비독자 집단’을 설정했다. 세 시기는 독자에서 비독자로 바뀌는 대표적인 나이 때다.이 세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50플러스 집단은 독서 모임을, 직장인 집단은 독서 지원을, 중학생 집단은 독서 홍보를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독서량 변화를 살폈다. (세 집단에 같은 방법을 택하지 않은 건 다소 어색하지만, 연구 조건, .. 한국의 성인 언어 능력,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하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주기 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16~65세)의 언어능력 평균점수가 OECD 평균보다 낮았으며, 이것은 10년 전 시행한 1주기 언어능력 평균에 비해 24점 하락한 결과.지난 1주기(2013년) 때 중위권이었던 한국의 성취도가 이번 조사(2023년)에선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그 추락 속도는 참여국 중 가장 최악이었다.세대별 성취도 변화를 비교해보면 충격은 더 커진다. 한국의 경우 청년층(1989~1995년생)의 성취도는 1주기에 비해 19점 낮아진 반면, 중고령층(1958~1968년생)의 성취도는 42점이나 하락했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성취도가 높았던 핀란드의 경우 청년층은 30점이나 상승한 반면, 중고령층의 하락폭은 14점에 그쳤다.가.. 읽는 문화에 대한 단상 1 읽기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넷은 인간을 지나치게 읽기만 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자체가 거의 텍스트 덩어리이므로 이는 당연하다. 2 읽기는 늘어났지만, 독서는 줄어들었다. 출판은 더 이상 읽을거리의 최상위 공급자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책, 신문, 잡지 등 출판산업이 공급하는 상품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여가 중 독서 시간, 도서관 이용률 및 대출률, 서점 방문 비율 등도 마찬가지다. 그 하락 추세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현저하다. 이러한 추세를 역전시킬 방법은 솔직히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잘해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내 생각엔 아마 꾸준히 하락하다가 성인 독서율 30~35%에서 정체 상태에 접어들 것 같다. 한 사회의 3분의 1 정도는 책을 통한 자기 수양이 중..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질까 (1) 생물학적 의미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은 약 2만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조상들도 우리만큼 똑똑했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구석기 시대의 (현대적) 뇌와 같다. (2) 변화한 것은 뇌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경험을 축적하고 전달하며 학습하고 활용하는 문화적 역량이다. 기호와 문자의 발명은 인간과 동물의 문화적 역량을 가르는 결정적 사건이다. (3)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현재 인간 뇌의 일반적 배선 상태는 구석기 인간의 일반적 배선 상태와 다르다. 문화적 역량은 인간 뇌의 물리적 배선 상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4) 인간은 자기 규율을 통해서 집단 및 주변 환경에 더 적응하기 쉬운 방식으로 자신을 길들인다. 뇌를 문화에 맞추어 길들이는 것은 인간 지능 발달에.. 비독서 시대 오늘날 글은 읽지만 책은 읽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 읽기와 책 읽기는 다르다. 비독서는 우리 정신에서 많은 것을 소실시킨다. 책은 관조(theoria) 미디어다. 책은 종합적 분석, 비판적 통찰, 느린 지혜, 섬세한 감각을 주고받으려고 진화한 기계다. 독서는 독특한 읽기 양식을 요구한다. 천천히 읽기(Slow Reading),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 다시 읽기(Re-reading) 등을 충분히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하며, 다양한 상황에 꾸준히 적용해 보지 않으면 우리는 ‘읽을’ 수 없다. 독서는 무척 힘들기 때문에, 일단 비독자가 된 사람 중에 스스로 독자가 된[독자로 되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은 (훈련되기 전에는).. 글쓰기는 우리를 바꾼다 『뉴욕 3부작』의 세 작품에서 화자는 모두 누군가를 추적하고, 흔적을 관찰하며, 그 결과를 꼼꼼하게 공책에 기록한다. 글쓰기는 잊힌 자아를 환기할 계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처음에 타인의 관찰로 시작된 기록은 사건 진행과 함께 묘하게 자신과 세계에 대한 기록으로 변해 간다. 블루의 말처럼, “길 건너에 있는 블랙을 염탐하는 일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저 남을 지켜보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켜보는 일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현재만 존재하는 뉴욕의 속도에 포섭된 후, 블루한테는 한순간도 자신을 돌아볼 때가 없었다. 블루는 말한다. “그는 지금껏 한 번도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오래도록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물.. 스무 살에 소설을 읽고, 쉰 살에 소설을 다시 읽어라 학교에 다닐 때 대학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세계문학전집 한 질을 독파한 적이 있다. 작품마다 담고 있는 세계의 깊이와 넓이가 만만치 않았으나, 이때 힘들여 읽은 경험이 평생의 자산이 되었다. 좋은 소설은 인생을 미리, 심지어 여러 번 살도록 해준다. 타인의 슬픔과 기쁨, 상실과 회복, 고난과 승리를 내 일로 수없이 체험하는 것은 다가올 어떤 인생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 준다. 스무 살에는 반드시 소설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소설은 ‘중년의 예술’이다. 요즘 들어 이 말을 실감한다. 몇 해 전부터 한 달에 한두 권 정도 예전에 읽었던 고전 소설을 다시 읽는 중이다. 때때로 옛날에 내가 읽은 건 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나 내용을 잘못 기억해서가 아니다. 문학작품엔 스포일러가 없다. 좋은 작품은 결말.. 독서의 가치 _블로그, 잡지, 책 중 어떤 걸 읽는 게 더 좋을까? 평균적인 성인의 독서 속도는 1분에 약 250단어다. 평균적인 블로그 게시글은 약 800단어이므로 게시글을 읽는데 3분 30초가 걸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들여서 독자는 무엇을 얻을까? 내 경우로 보자면 독자는 저자의 약 사흘치 노력을 얻는다. 일반적인 블로그 게시글 하나를 쓸 때 나는 1.5일을 들여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조사 작업을 하고 다시 1.5일을 들여서 원고를 쓴다. 조사 작업은 주로 책과 기사를 읽는 것으로 채워진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나누는 대화도 포함된다. (중략) 이것이 바로 가치의 교환이다. 독자는 3분 30초를 들여서 저자의 노력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 (중략) 잡지의 기사를 살펴보자. 나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