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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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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옴표 없이 대화를 표기하는 이유 요즘 소설에선 큰따옴표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식으로 쓰는 걸 흔히 본다. 강아지?사례금 오십만 원.뭐라고?거기 그렇게 적혀 있었어. 전단에.이런 식이다.이런 문장에서 큰따옴표가 있는 것하고, 없는 것의 차이는 뭘까. 작가와 편집자의 자의식이 어느 정도 담겨 있을까 궁금하다.물론, 작가는 감각적으로 이런 일을 하곤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편집자 쪽은 어떤 자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영국에서도 관련한 논의가 있어서, 에 짤막한 기사가 실린 적 있다. 이 대담한 시도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더 직접적이고 현실감 있어 보이게 하려고"였다. 신문에까지 나온 건 예외적이고 혁신적인 실험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테다.따옴표의 역사는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독교 사본 작성자들이 중요한 텍스트(성경 구절)가 들어 ..
문학은 불행 이후를 상상하는 것 “나는 맛집으로 이름난 대박집 옆, 작은 구멍가게 같은 작가”(윤성희) 아주 사소한 대화와 작은 발견을 놓치지 않고 꺼내보이는 작가의 소설에 ‘도파민’이란 없는 듯 잔잔하다.“소설에서 하고 싶은 말이 대사 한 줄로 드러나는 게 좀 부끄러워요. 특히 단편이라면 그저 침대맡에 두고 쪼개 읽는 동안 일렁임을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소설은 소소한 농담을 이어가며 감정의 일렁임을 부추긴다.(그러나) 작가의 소설에는 충분한 위로가 담겨 있다.불행하다고 표현해도 모자라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삶의 고난을 무릅쓴 채 명랑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치유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문학이 해야 할 일은 불행 이후를 상상하는 거예요. 힘든 조건을 인정한 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요.”====문화일보에 실린 윤성희 인터뷰..
전체 서점 통합, 베스트셀러 리스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통합유통전산망에서 모은 판매 자료를 바탕으로 매달 베스트셀러 200위까지 집계해 발표하기로 했다.이러면 서점별 직간접적 사재기는 비용 때문에 상당 수준 억제될 가망성이 높다. 아울러, 특정 서점에서만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재기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여러 부작용도 염려되지만, 일단 이런 식으로 여러 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하는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그러나 이번처럼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EBS 수능 특강 도서가 포함되는 건 곤란하다. 수능 시험같이 특정 집단 전체가 의무적으로 책을 사야 하는 나라에서 수험서, 교재 등을 포함하면 한 해 내내 순위가 왜곡될 수 있다. 분석도 빤해서 아무 읽을 가치도 없다. 새학기여서, 수능 ..
우리나라에서 서평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이전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서평이란 대량으로 책이 출판되어 보급되고, 이에 따라 동시에 함께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없으면,  하나의 문화로 존재하기 힘들다. 아울러 서평을 관심 있는 독자들이 거의 동시에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가 있어야 문화적 의미를 얻는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서평을 이야기할 때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신문의 역사는 1883년 10월 1일 《한성순보》가 발행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신문에는 서평이나 신간 안내가 실리지 않은 듯하다.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에서 이런저런 검색어를 넣어가면서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성신문》 1884년 6월 13일자에 중국에서 발행된 서양 선교사들 회보인 《중서견문록(..
르포르타주이면서 어떻게 문학이 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문학/출판 관련 기사를 챙겨서 읽는다. 오늘 아침에 읽은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박선희 기자가 쓴 김숨 작가의 인터뷰다. 여기에 옮겨 둔다.=====김숨 작가는 여러 해에 걸친 교류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사실적 이해에 공을 들였다. 동시에 이를 점자나 노래, 희곡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시적 문장들로 풀어냈다. 상대를 타자화해 서사의 일부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대상에 순수하게 몰입한 뒤 새로운 목소리를 불러냈다. 그는 “녹취나 기록을 하지 않는 대신 제 안에서 만들어진 문장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들어야’ 한다. 그에게 “듣기는 오랜 문학적 고민이자 주제”다.“소설가에게 듣기는 지워지고 삭제된 존재, 부정당해 훼손된 존재를 되살려내..
빨강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말에 검정색, 빨강색, 하양색, 노랑색, 파랑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색을 빼고 검정, 빨강, 하양, 노랑, 파랑으로 써야 옳다. 아니면 검은색, 빨간색, 하얀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적거나 검은빛, 빨간빛, 하얀빛, 노란빛, 파란빛으로 적어야 한다. 이를 구별하는 건 편집자 입사할 때 맞춤법 시험 있으면, 자주 나오는 문제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 모르면, 전문가라고 하기 어려우니까. 그런데 요즘 책에서 자꾸 나와서 눈에 거슬린다. 혹시 그사이 맞춤법이 바뀌었나 해서 새벽에 찾아보기까지 했다. (물론 입말에선 검정색 같은 말도 쓸 수 있긴 하다.) 사실, 이런 건 인공지능이 잘 잡아낸다. 한컴 2024 같은 데서 문서를 열고, 맞춤법 기능 켜 놓은 후, 빨간 줄 그어져 있을 때마다, 한번씩 사전 찾아..
한국문학 판권 수출 기록 아카이브(2025년 이후) 나중에 글을 쓸 때, 필요할까 싶어서 2025년 1월 이후, 한국문학 관련 판권 수출 기사를 아카이브해 둔다.  문학 부문에서는 더 많은 국내 작품이 해외에 번역되도록 출판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 작가들이 해외 유명 문학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출판계에서는 번역대학원의 설립 근거가 되는 문학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연간 최대 80명의 번역가를 양성하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략) 출판업계 관계자는 “새해에는 보다 ‘글로컬’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내놓고 저작권 수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일 것”이라며 “출판사마다 저작권 담당자에 대한 채용을 늘리는 곳이 여럿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 서울경제 https://n.news.naver.co..
서양 서평의 역사 서양에서는 본격적 의미의 서평이 9세기 무렵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당대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였던 포토티우스는 『비블리오테카』라는 책을 간행하면서, 그 서문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읽어온 책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서적 279권의 내용을 요약한 글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그 내용의 됨됨이를 따지는 서평 행위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존재했다. 플라톤의 『파이돈』에는 소크라테스가 아낙사고라스의 책을 탐독한 후, 빈정대는 어투로 그 내용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성의 힘으로 모든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겠다고 이야기해 놓고, 실제로 시시콜콜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참된 원인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종류의 언사는 동양에서도 흔히 찾아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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