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職)/문득문득 편집이야기 (14) 썸네일형 리스트형 따옴표 없이 대화를 표기하는 이유 요즘 소설에선 큰따옴표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식으로 쓰는 걸 흔히 본다. 강아지?사례금 오십만 원.뭐라고?거기 그렇게 적혀 있었어. 전단에.이런 식이다.이런 문장에서 큰따옴표가 있는 것하고, 없는 것의 차이는 뭘까. 작가와 편집자의 자의식이 어느 정도 담겨 있을까 궁금하다.물론, 작가는 감각적으로 이런 일을 하곤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편집자 쪽은 어떤 자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영국에서도 관련한 논의가 있어서, 에 짤막한 기사가 실린 적 있다. 이 대담한 시도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더 직접적이고 현실감 있어 보이게 하려고"였다. 신문에까지 나온 건 예외적이고 혁신적인 실험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테다.따옴표의 역사는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독교 사본 작성자들이 중요한 텍스트(성경 구절)가 들어 .. 우리나라에서 서평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이전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서평이란 대량으로 책이 출판되어 보급되고, 이에 따라 동시에 함께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없으면, 하나의 문화로 존재하기 힘들다. 아울러 서평을 관심 있는 독자들이 거의 동시에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가 있어야 문화적 의미를 얻는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서평을 이야기할 때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신문의 역사는 1883년 10월 1일 《한성순보》가 발행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신문에는 서평이나 신간 안내가 실리지 않은 듯하다.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에서 이런저런 검색어를 넣어가면서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성신문》 1884년 6월 13일자에 중국에서 발행된 서양 선교사들 회보인 《중서견문록(.. 서양 서평의 역사 서양에서는 본격적 의미의 서평이 9세기 무렵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당대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였던 포토티우스는 『비블리오테카』라는 책을 간행하면서, 그 서문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읽어온 책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서적 279권의 내용을 요약한 글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그 내용의 됨됨이를 따지는 서평 행위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존재했다. 플라톤의 『파이돈』에는 소크라테스가 아낙사고라스의 책을 탐독한 후, 빈정대는 어투로 그 내용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성의 힘으로 모든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겠다고 이야기해 놓고, 실제로 시시콜콜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참된 원인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종류의 언사는 동양에서도 흔히 찾아볼 .. 조선 시대에도 서평이 있었을까? 서평(書評)이란 책을 읽고 그 내용과 체제 등을 평하는 것이다. 이때 평(評)은 말[言]로써 고르는[平] 일로, 부족한 것은 질책하고 넘치는 것은 깎아서 바로잡는 일이다. 한마디로, 서평은 비판적 책 읽기를 전제로 한다.서평과 독후감은 다르다. 독후감이 단순히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소개하거나 감상을 늘어놓는 글이라면, 서평은 “책에 대해 타인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설득하기 위한 글”(서울대 글쓰기 교실)이다. 서평은 공동체가 함께 알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논쟁해 볼 만한 주제나 내용을 담은 책을 고르고, 그 책에 대한 이해와 비평을 조리 있게 전해야 한다. 따라서 서평이 객관성과 보편성을 지향한다면, 독후감은 주관성과 개인성에 머무른다. 우리나라에서 신문의 신간 안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현대적.. 책 띠지에 대하여 1 띠지는 한국-일본-중국에서 주로 사용되고, 서양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는다. 하드커버에는 대개 덧싸개(jacket)이 있어서 따로 띠지가 필요 없고, 페이퍼백은 저가 보급판이어서 띠지를 붙일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띠지는 반양장이라는 특수한 환경, 매대 경쟁이 치열한 서점 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양에선 띠지를 부르는 공식 명칭도 불분명한데, 영어로 belly band, book belt, Supplementary bands 또는 일본어 그대로 obi라고 부르는 듯하다. 2서양 북 디자인에선 덧싸개와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 한 형식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듯하다. 띠지의 역사를 말하기 전에 먼저 덧싸개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다.31820년대 이전의 책은 대부분 미제본 상태로 출판되거나,.. 인용 저작권, 대부분 허락이 필요없다 우리는 늘 타자를 표절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관계가 성립한다. 글을 쓰다 타인의 글을 인용하는 건 상업적 목적으로 그의 글을 가져와서 팔아먹는 것과 질적으로(그리고 법적으로도) 다르다. 그건 그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확인이자 오마주이고, 이제 그가 내 기억, 내 정신, 내 마음의 완연한 일부가 되었다는 표시다. 내가 겪어 기억하는 타인의 인생이 그의 인생이면서 내 인생이듯, 내가 읽어 기억해서 즐겨 입에 담는 타인의 문장은 그의 문장이면서 내 문장이다. 내 문장을 내가 쓰는데, 무슨 저작권이 필요할까. 표절을 피하기 위해 출처를 밝히는 것으로 대부분 충분하다. 연결된 마음, 겹친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내 것에 집착하는 건 완악한 탐욕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려나 자연은 우리가.. 집중과 콘텍스트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 안쪽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한 발 떨어져서 볼 필요도 있다. 하나의 책을 출판할 때, 저자는 특정 주제에 깊이 집중하고 이를 파고듦으로써 비로소 저자가 된다. 이는 소설도, 인문서도, 과학책도 똑같다. 편집자는 저자에게 거리, 즉 콘텍스트를 제공한다. 모든 책은 다른 책들 사이에 배치되어 독자라는 낯선 존재에게 던져짐으로써 책으로서 의미 값을 얻는다. 저자가 이 콘텍스트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마 편집자의 일일 테다. 편집자의 매카시즘 리처드 에번스의 『에릭 홉스봄 평전』(책과함께, 2022)에서 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극단의 시대』의 프랑스어판 출간을 둘러싼 이상한 논란이었다. 알다시피, 20세기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영국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고,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비판적 논쟁과 함께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갈리마르, 알뱅 미셸, 파야르 등 프랑스 주요 출판사들이 제작비, 번역비 등을 이유로 이 책의 출판을 거부한 것이다. 전작인 『혁명의 시대』가 기대보다 안 팔린 이유는 분명히 있었으나 핑계였다. 논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극단의 시대』가 소비에트 중심으로 기울어져 미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서구 민주주의를 폄훼하는 등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극단의 시대』가 유대인 학살과.. 이전 1 2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