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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명(銘), 사물에 새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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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새기다(窓銘) / 녹문(鹿門) 임성주(任聖周) 창문에 새기다 임성주 네 얼굴을 깨끗이 하고, 네 어깨를 가지런히 하라. 기력이 다했다고 말하지 말고, 생각을 어질게 하며 의로움을 돈독히 하며 정신을 가다듬어서 한 숨결조차도 게으르지 말라. 窓銘整爾顔, 竦爾肩. 莫曰旅力之愆, 仁思敦義思神, 靡懈一息之存. 사람이 거주하는 방은 사적인 공간이다. 바깥에서 남의 눈을 의식할 때는 곧잘 예의와 염치를 차리는 이라도 방문을 닫아걸고 홀로 있을 때에는 마음이 무너지고 자세가 흐트러져 제멋대로 되기 쉽다. 거대한 방죽도 개미구멍으로부터 붕괴하는 법이니, 구멍이 났을 때 작다고 해서 즉시 메우지 않고 버려두면 결국에는 감당 못 할 큰일로 번지고 만다.그래서 옛 사람은 홀로 있을 때조차 몸가짐을 조심하는 ‘신독(愼獨)’을 자기 수양의 첫걸음이자 궁극의 목표로 삼았다...
주세붕(周世鵬)의 종이창에 새기다(紙窓銘) 종이창에 새기다 주세붕 종이창은 능히 밝은 빛을 받아들이나니, 그것을 더럽히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종이창은 능히 바람을 막아 주나니, 그것을 찢는 사람은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이 방에 살면서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가짐을 닦으려는 사람은 사악한 생각이 깃들지 않도록 힘쓰라. 紙窓銘紙窓能納明, 汚之者自欺. 紙窓能御風, 破之者自危. 居是房而欲正心修身者, 庶幾無邪思. 이 글은 주세붕(周世鵬)의 문집인 『무릉잡고(武陵雜稿)』에 실려 있는 글이다. 주세붕은 이 글에서 종이창을 마음에 비유하고 있다. 종이창이 빛을 투과하고 바람을 막는 것처럼, 마음 역시 끝없이 정갈함을 유지해 밝은 빛으로 채우고 구멍 나지 않게 챙겨서 헛된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유지해야 함을 경계한다. 요즈음은 우리의 건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