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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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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률 저하와 한국 출판 선진국에서 출생률 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성의 사회적 독립성이 중요해질수록 출생률은 떨어진다. 교육받고 똑똑한 여성이 취업을 통해 경제적 독립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아이의 출산과 양육보다 자기실현을 더욱더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출생률 저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의 공통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회 발전 속도로 인해 이에 미처 적응할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가 기록적 저출산(2023년 0.68명 예상)이다. ​출생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선진국은 세 나라밖에 없다. 스웨덴(제도적으로 양성평등 강제), 프랑스(정상 가족 해체), 미국(이민)이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당들은 대개 미국식 해결책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선별 이민이다. 고학력 ..
완성작이 없으면 작가가 아니다(박찬욱) 박찬욱은 우선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의 의미를 일깨운다. 그는 “초보자의 문제는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조차 못 한다는 것”이라며 “끝까지 써본 경험이 없다면 작가가 아니다. 나쁜 작가조차 못 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정 좋은 생각이 안 나면 ‘싸구려 클리셰’를 동원해서라도 신(scene)을 메워라. 끝까지만 갈 수 있다면 문제의 그 아쉬운 장면으로 돌아가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박찬욱은 스토리텔러의 기본 자질과 관련해 “쉽게 만족하지 말고 기준을 높게 가져라”고 말한다. “‘이만하면 된 거 같은데…’라며 대충 타협하면 안 된다. 늘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들과 비교하며 작업을 하는데도 이 정도밖에 못 만들고 있다. 기준조차 낮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 이렇답니다. ..
인쇄대란 “코로나 때 인쇄시장 숙련공 30% 정도는 빠져나갔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택배로 많이 옮겼죠. 주문이 들어와도 사람이 없어서 책을 못 찍어요.” 한 인쇄업 관계자의 토로다.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초과노동수당으로 버티던 숙련공들이 주 52시간제와 코로나19가 시작된 뒤론 업계를 쉬이 떠난다고 한다. 불안정하지만 진입 장벽 낮고 수입도 나쁘지 않은 택배 배달이 더 낫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택배는 가장 만만한 선택지다. ==== 오늘자 한겨레 기사 일부다. 최근 우리 업계 현안이 한 문단 들어갔다. 플랫폼 택배 노동보다 정규직 인쇄 노동의 수입이 낮은 게 이슈다. 조만간 다가올 인구 충격은 이런 일자리를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저임금 저부가가치로 버티는 출판은 서..
20대의 독서 - 예스24에서 발표한 올 상반기 도서 판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도서 구매 비중은 전년 대비 0.4%p 정도 감소. 전년에 비해 50대∼60대의 구매 비중이 증가한 반면, 이를 제외한 10대∼40대 모두 전년에 비하여 도서 구매 비중이 감소 - 관심 있는 이슈가 있다면 20대 독자들은 기꺼이 책을 구매하고 있음. (예) 2016년 페미니즘 이슈, 2020년 비대면 대학 교재(?) 등... -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20대들이 많이 산 책 200위를 살펴보니 수험서/자격증 45종, 고등참고서 35종, 외국어 분야 33종, IT 모바일 15종으로, 절반이 넘는 128종이 모두 교재성 도서.... ㅜㅜ - 예스24는 지난해 12월 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20세∼39세 집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의뢰..
오디오 SNS, 독자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출판의 일은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고, 쓰기와 읽기를 이어 주며, 책과 인간의 만남을 창출하는 게 전부다. 문제는 둘을 잇는 기술과 방법이 늘 변한다는 데 있다. 독자는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소통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디어가 넘쳐나는 요즘엔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고 책을 잘 만드는 일은 기본이고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 서브 콘텐츠를 이용해 독자와 대화할 줄 아는 출판사가 생존에 유리하다. 지난 20년 동안 출판은 확연히 달라졌다. 출판사마다 온라인 블로그를 열고 카페를 구축해 회원을 모으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독자와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은 ‘북스타그램’이 됐고, 유튜브는 ‘북튜브’로 변했고, 독자 모임은 ‘북클럽’과 ‘아카데..
구독의 시대, 지역서점의 살 길을 열다 책바다봄. 경남 통영의 독립서점 봄날의책방에서 운영하는 ‘책 꾸러미 구독 서비스’ 이름이다. 25만 원을 내고 연 6회, 책방 일꾼이 선별해 보내는 책을 택배로 받아 읽는 서비스이다. 1회에 4만 원이 넘으니,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러나 지난 1월 28일 모집을 시작한 정기구독자 200명은 열흘이 되기 전에 마감됐다. 책바다봄은 단지 ‘책 받아 봄’을 넘어서 “좋은 책과 바다의 향기를 함께 만나는” ‘책-바다-봄’이었다. 먼저, 전국 각지의 바닷가에 자리 잡은 독립출판사 네 곳의 ‘책’이 있다. 봄날의책방을 운영하는 통영의 남해의봄날, 강원 고성의 온다프레스, 인천 강화의 딸기책방, 전남 순천의 열매하나가 힘을 모았다. 여기에 ‘바다’가 더해졌다. 지역 특산물을 함께 보내준다. 덕분에 구독자들은 두 ..
‘깜깜이 유통’이 부른 위험한 선택 최근 ‘교보문고 도매 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좌담회가 열렸다. ‘출판사ㆍ도매상ㆍ지역서점’을 축으로 하는 출판 유통질서 전체를 흔들 만한 사안이라 출판인들의 관심이 무척 컸다. 교보문고의 2019년 매출액은 약 6100억원, 시장점유율 1위다. 온라인서점 1위 예스24의 매출액은 5330억원, 대형체인서점 2위 영풍문고는 1449억원, 도매업체 1위 웅진북센은 1490억원이다. 다른 업체들과 상당한 차이다. 우려부터 정리하자. 교보문고의 도매 진출은 단기적으로 웅진북센 같은 도매업체의 약화를, 장기적으로 시장 독과점 업체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출판사엔 서적 공급률 인하 압력으로, 서점엔 도매상 몰락 이후의 경영 압박으로, 독자에겐 책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교보문고의 도매 진출이 ..
‘주니어 평론가 시스템’의 파산과 문학 제도의 혁신 계간 《자음과모음》 봄호 특집 ‘작가-노동’이 화제다. “원고료로 생활이 가능한 ‘전업 평론가’는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문학평론가 장은정이 구체적 숫자로 답했기 때문이다. 2009~2019년까지 11년 동안 그가 발표한 글은 176편, 원고 매수로 5728매다. 대가는 총 3390만 원, 한 달 평균 46만 원이다. 이른바 ‘주니어 평론가 시스템’에 속해 상당히 많은 발표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이 정도다. 나머지 평론가들 수입은 말할 것도 없다. ‘전업 평론가’는 불가능하다. ‘주니어 평론가 시스템’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창비 등 주요 문학 출판사의 내부 독회에 바탕을 둔 차세대 평론가 운영 체제를 말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들 출판사는 내부 편집위원, 편집자, 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