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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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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3월 8일) 가난 배 속이 텅 비고 배가 고플 때면, 그림들이 더 예리하고 선명하며 아름답게 보였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 『서툰 시절』, 정지현 옮김(아르테, 2025) 감정 감정(feeling)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우리 행동을 결정한다. “감정은 언제나 진짜고,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느끼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레온 빈트샤이트)  거짓 거짓말과 위선과 사치와 오만을 전혀 맛보지 않고 인류로부터 떠난다면 인간으로서 가장 큰 행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신물이 나도록 맛본 뒤에 숨을 거두는 것도 차선의 길이다. 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9권 2 사람들이 거짓에 속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품는다면, 그것은 필시 그 진실과 닮은 무언가를 통해 그들의 정신에 착각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애드리언 브로디의 수상 소감 저는 다시 한번 전쟁의 지속적인 트라우마와 상처, 그리고 구조적인 억압,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타자화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기도합니다. 과거가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교훈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옳은 일을 위해 계속 싸웁시다. 계속 웃고, 서로 사랑하면서요._ 브루탈리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의 수상소감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이다. 필름 카메라로 느리게 기록한 두 아이의 한 해가 시처럼 흘러간다. 강원도에 있는 작은 지역 출판사 핑거에서 기획해서 출판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 깊다. 이미 입소문이 나고 있지만 더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액화 노동(melting labour) 전통적인 노동 개념을 구성하던 여러 경계가 녹아내리는 현상1970년대부터 시작된 서비스산업의 성장과 1980년대에 시작된 ‘2차 경영혁명’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가 그 역사적 배경을 이룸  → 외주 기업 노동자들은 피라미드 구조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노동 강도 증가 등의 현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음액화노동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일의 방식, 작업장 범위, 정해진 노동시간, 고용주와 노동자의 명확한 관계에서 벗어난 비표준적이고 비정형적인 노동 형태를 포괄하며, 비정규직, 하청노동, 프리랜서, 긱노동, SNS 크리에이터, 크라우드노동, 플랫폼노동 등이 여기에 해당함 액화노동은 겉으로는 대등한 존재의 독립적 계약 관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종속성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
어느 미국인의 타이극기 축제 참여기 (성혜나, 「스무드」) 성해나의 「스무드」(현대문학 2024년 10월호)를 읽었다. 여러 면에서 독특한 소설이다.일단, 콜라주 기법. 여러 책에서 가져온 모티브 또는 세상 이해가 겹겹이 서사에 결합되어 있다. 이창래의 『네이티브 스피커』에 나오는 아버지,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에 나오는 제프 쿤스와 매끄러움 비판,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에 나오는 외로움 인식, 여러 코미디에서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의 행태를 풍자하는 데 흔히 등장하는 ‘두 유 노우’ 밈 등이 이 한국계 2세의 서울 오디세이아에 틈틈이 박혀서 서사적 건축물을 쌓아올린다. 게다가 한국 소설에선 흔하지 않은 성찰 깊은 블랙 코미디 기법도 흥미롭다. 화자는 듀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 용복은 한국과 일말의 연도 남기지 않으려..
취약성은 내 가장 강력한 무기 어쩌면 내가 우울해지는 가장 주된 이유일 수 있는 내 감수성은 내가 작업물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투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 취약성은 사실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내 경계에는 구멍이 많다. 내 피부는 벽이 아니다. 외부에 있는 것은 쉽게 흘러 들어올 수 있고, 내부에 있는 것은 항상 나갈 길을 찾는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와 자신 사이의 이런 끊임없는 교류가 필요하다. _ 에바 메이어르(Eva Meijer), 『부서진 우울의 말들 : 그리고 기록들』, 김정은 옮김(까치, 2022).====에바 메이어르(Eva Meijer)는 네덜란드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이고 화가이자 가수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국내에는 개인 경험과 철학적 사유를 가로지르면서 우울증에 ..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비극을 애도하다 30일의 금요일에 우리는 복수형을 숙고한다                                                      레나 칼라프 투파하                                                      조희정 옮김  국경에, 한 무리의 기자들, 희생되는 타이어들이 우리 뒤에서 불타고, 피크닉 텐트 아래에선, 가족들의 장례식, 우리가 모여서, 우리가 그 아슬아슬한 위기를 향해 우리의 목소리를 나를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자 지구에서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질주하는 기도와 맞닥뜨린다, 수의 같은 습한 공기에 구멍을 내며 외쳐대는 낭송 소리들. 우리는 망상 같은 안부의 말들과 맞닥뜨린다, 포옹들 사이사이 초현실적인 '평화가 우리 위에 임하길', 발사..
조지에게(윤지양) 조지에게                                           윤지양 나 사실 신을 사랑해 그가 만든 여자와 남자와 개와 눈물을 사랑해 아니더라도 사랑해눈곱조차 사랑해실핏줄을 사랑해 눈 없는 것도보이지 않는 것도너는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다고 했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데일찍 깨닫지 못했어너를 뺀 모든 걸 사랑한다는 걸 알아절뚝거리며 가는 이도 사랑해 어느 날 손톱마냥 부러진 이도 오르는 계단도 높은 빌딩도 치솟다 무너질 문명도 증오하고 사랑해 거울에 얼핏 비친 빛나는 구석을 증오했어 커튼과 함께 말린 따듯함과 창문의 투명함이 식을 때까지 바라봤어 곧 아침이 올 거야 두드림 뒤에 따라올 가여운 존재를 실은 너무 사랑하고 있어 =====「조지에게」는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인『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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