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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을 돌아보라 1919년 3월 1일 오후, 전국 일곱 도시에서 동시에 독립선언식이 거행됐다. 이것이 3・1운동의 시작이었다. 이 일을 계기 삼아 한반도 전역에서 시위와 봉기가 한 해 넘게 이어지면서 훗날 독립의 기틀이 되었다. 함석헌은 말했다. “3・1운동 없으면 오늘은 없다.” 민족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우리의 현재는 모두 이 운동의 유산이다. 그러나 3・1운동에는 ‘익숙한 무지’가 작용한다. 너무 당연해 더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상태 말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사실 3・1운동을 잘 모른다. 구체적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고, 참여자가 어떤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체제를 꿈꾸었는지 등을 물으면, 대답은 교과서 수준의 일면적 진실을 넘어서지 못한다. ‘장터와 태극기’가 표상하는 ‘낮의 3・1운동’만 알기 때..
선거 選 16획 | 선 | 가리다, 갖추어지다 형성. 성부는 巽(손). 손(巽)은 신 앞의 무대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춤추는 모양. 이렇게 신 앞에서 무악을 바치는 것을 찬(撰, 차리다, 뽑다)이라고 한다. 『시경』 「제풍(齊風)/ 의차(猗嗟)」에 “춤을 춘즉 갖추어지다”(舞則選兮)라 하여 갖추어지는 것을 말한다. 두 사람이 갖추어 춤추는 데에서 ‘갖추다’라는 뜻이 되고, 신 앞에서 춤추는 자는 뽑힌 사람이므로 ‘뽑다’라는 뜻이 된다. 신에게 바치는 주식(酒食)을 찬(饌, 차리다, 음식)이라고 한다. 擧 18획 | 거 | 들다, 행하다 회의. 여(與)와 수(手)를 조합한 모양. 여(與)는 여(与, 두 개의 상아를 조합한 모양)를 네 개의 손으로 떠받치는 모양으로, 협력하여 운반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또 수(..
고의적 자기 방해 - 마감 때까지 일을 미루는 이유 급해서 허둥지둥할 때까지 꾸물거렸어... 그러다가 오랜 시간 집중해서 쓰고 그렸어. 자주 밤을 새웠고. 물론 이건 고의적인 자기 방해였지. 수준 이하의 작업을 시간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방법. 동시에, 사물들이 신비하게 보이는 초집중 상태를 만들어 냈어. 온 세상,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까지 의미로 반짝였어! 하지만 이렇게 몰아서 일하고 난 뒤에 신경이 너무 활성화된 나머지 잠을 잘 수 없었어. 마침내 잠이 들면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았지. _앨리슨 벡델, 『초인적 힘의 비밀』, 안서진 옮김(움직씨, 2021) 중에서 ==== 이렇답니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그래픽노블 작가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잘 알려진 엘리슨 벡델의 신작이 나왔다. 『펀 홈』, 『당신 엄마 맞아?』로 잘 알려진 작가다. 『초인..
인간은 무엇으로 변화하는가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생활을 바꾸어 주겠다고 소리치는 목소리들이 기세등등하다. 주변에서도 온통 누가 더 잘 할까 이야기로 시끄럽다. 대선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 중 정말 인간이 무엇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생각해 본 사람은 드문 듯하다.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야심만만했다. 스물네 살 때 ‘가난한 사람들’로 데뷔해 ‘고골이 다시 태어났다’라는 칭송을 들으면서 문단에 등장했다. 자신감 넘쳤던 청년은 곧이어 유럽 전역에 몰아닥친 혁명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공상적 사회주의자 그룹에 참여해 차르 체제를 비판하고 농노 해방을 꿈꾸다 동료들과 함께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극적 효과를 노린 차르의 정치 쇼에 불과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처형장에 섰던 도스토옙스키는 닥쳐온 죽음의 공포 속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마지..
롱테일 대 팬덤, 출판의 경우 롱테일에 대해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이건 기본적으로 제조업 모델이 아니라 유통업 모델이다.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서점의 전략이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꼬리에서 판매를 모으고 또 모아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규모로도 아마 쉽지 않을 것 같다....ㅜㅜ 꼬리 부분은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고 출고율 등은 높으므로, 대량으로 끌어모으면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고 판매도 많이 되는 베스트셀러만큼 이익이 많이 남을 수 있다. 창고에 모든 제품을 쌓아 두어야 하면 당연히 이런 경제가 불가능한데, 데이터베이스로 일단 판매한 후 나중에 생산하거나 입고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롱테일이 작동 가능해진다. (크리스 앤더슨) 물론, 전자책이면 영원히 가능하다. 아마존이 단기적으로 손해 보고라도 전자..
성장 마인드라는 허구 과장된 내용의 책은 동료 평가라는 보안관 감시에서 벗어난 서부 개척 시대의 무법천지 상황을 만든다. 심리학 분야는 자기 계발과 인생 조언 분야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서 잘못되면 서부 시대 최악의 범죄자처럼 활개 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이 ‘성장 마인드’ 개념이다. 두뇌 능력은 평생 고정된 것이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면 향상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반면 피해야 하는 마음가짐은 자기 능력이 계발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고정 마인드’다. 성장 마인드 개념의 창시자인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 캐럴 드웩의 책 『마인드셋』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성장 마인드 개념이 삶을 잠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자신이 택한 관점에 따라 삶의 방식이 지대한 영향을 받..
페미니즘 그래픽노블 시리즈 - 진실의 그래픽 아민더 달리왈의 『우먼월드』(롤러코스트, 2020)는 ‘남자 없는 세계’라는 설정을 통해 현재의 가부장제 세상을 다시 상상한다. 유전 이상이 생겨 남자들이 요절하거나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미래 세계가 배경이다. 여기에 엄청난 자연 재해까지 겹쳐서 인류 문명 전체가 파괴된 상황. 이런 세계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가를 ‘비욘세의 허벅지 마을’이라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통해 조명한다. 법도, 경찰도, 군대도 없는 세상에서 남아 있는 정자의 보존과 관리 등 인류 존속 문제를 위해 애쓰는 한편, 사랑의 열망과 불안 등에 시달리면서 일상의 작은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고 협동하는 여성들 이야기가 무척 감동적이다. 무릉도원 같다. 인스타그램에 연재되면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한 역사학자의 죽음 서양사학자 이영석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대중한테 이름 높은 ‘미디어 인문학자’도, 연구는 뒷전이고 이른바 ‘활동’에 전념하는 참여파도 아니었다. 전공은 영국 사회 경제사. 평생 남의 나라 역사 한 부분을 좁고 깊게 팠다. 관련 학자들 말고 이름이 알려질 까닭은 별로 없었다. 주변 소셜 미디어 쪽 반응은 달랐다. 다른 분야의 많은 지식인들도 크고 작은 인연을 고백하고, 학문적 일생에 존경을 표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책은 읽지 않지만, 페이스북에 실린 글은 읽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면서, 대학을 정년퇴직한 후 페이스북에서 역사 관련 지식과 통찰을 공유한 까닭도 있을 테다. 자기 공부를 정리한 『삶으로서의 역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을 성찰한 『잠시 멈춘 세계 앞에서』 등은 그 결과였다. 목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