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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문학은 불행 이후를 상상하는 것

“나는 맛집으로 이름난 대박집 옆, 작은 구멍가게 같은 작가”(윤성희)

아주 사소한 대화와 작은 발견을 놓치지 않고 꺼내보이는 작가의 소설에 ‘도파민’이란 없는 듯 잔잔하다.

“소설에서 하고 싶은 말이 대사 한 줄로 드러나는 게 좀 부끄러워요. 특히 단편이라면 그저 침대맡에 두고 쪼개 읽는 동안 일렁임을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소설은 소소한 농담을 이어가며 감정의 일렁임을 부추긴다.

(그러나) 작가의 소설에는 충분한 위로가 담겨 있다.

불행하다고 표현해도 모자라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삶의 고난을 무릅쓴 채 명랑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치유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문학이 해야 할 일은 불행 이후를 상상하는 거예요. 힘든 조건을 인정한 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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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에 실린 윤성희 인터뷰에서 발췌했다.

구멍가게 크기가 좀 크긴 하지만.....ㅋㅋ

불행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착한 작가' 윤성희가 반복해서 파고드는 주제인 듯하다.

<음악소설집>(프란츠)에 실려 있는 인터뷰에서도 불행한 마음을 끌어안고 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보다 그 자리를 벗어나서 어떻게 하면 희망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저는 ‘상실 후 그 사람에게 남은 마음에 집중’하지는 않아요.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소설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는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애를 쓰는지 그 과정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한국문학의 최근 트렌드(페미니즘, 퀴어, 팬데믹 등)에 휩쓸리지 않고, 천천히 자기 속도로, 자기 문체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게 이 화려하지 않으나 꾸준히 좋은 작품을 써내는 작가에게 언제나 응원을......

 
윤성희, 느리게 가는 마음(창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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