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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의 한국사 1한국사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에 대한 기록은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에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를 동천(東泉)에 씻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는 ‘계옥’이라는 목욕 풍습이 있었다. 고대 한국인들은 목욕을 죄를 씻는 성스러운 행위로 여겼다.  2고려시대 사람들은 목욕으로 하루를 시작했을 만큼 목욕을 좋아했다. 이들은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시냇물에서 함께 섞여 목욕을 즐겼다. 1123년 고려를 다녀온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 고려시대 목욕 풍습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남자와 여자의 분별도 없고, 의관을 언덕에 놓고 물굽이에 따라 몸을 벌거벗되 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왕과 귀족들은 온천을 자주 찾았는데, 선종 5년(1088)에는 관리가 병 치료를 위해 온..
세계 목욕의 역사 1가장 오래된 목욕의 역사적 증거는 인더스 문명의 유적지 모헨조다로에서 나타난다. 기원전 3000년에 세워진 이 도시 유적에서는 상하수도 시설과 목욕탕의 흔적이 발견됐다.  2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목욕을 체액(혈액, 점액, 황담액, 흑담액)의 균형을 맞춰주는 의료 처치로 여겨 환영했다. 그리스인들은 건강을 위해 냉온수, 증기로 목욕했고, 로마인들은 거대한 공중 목욕탕을 매일 찾아 사교 활동과 함게 식사, 마사지 등을 즐겼다.  3로마에서 공중목욕탕은 ‘황제의 성적표’라 불렸다. 신분에 상관없이 로마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었기에 사회 통합 기능을 해냈다. 거대한 목욕탕은 황제가 정치를 잘하고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상징이었다. 4초기 기독교인들은 여가와 쾌락의 장소이자 남녀 혼욕, 매춘 ..
현대의 극우 애국주의 독재자들 『극우, 권위주의, 독재』(글항아리, 2025)는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독재자의 출현 현상을 다룬다. 책의 원제는 스트롱맨(Strongmen). 힘 자랑하기 좋아하는 극우 애국주의 마초 넘들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수법과 그 결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정치학에선 민주주의와 독재(극우 포퓰리스트)가 결합하는 이 역설적 현상을 ‘하이브리드 정권’ ‘선거제 독재 국가’ ‘신독재주의’ 등으로 부른다.   저자는 루스 벤 기앳. 미국 뉴욕대 교수로 파시즘 연구의 권위자다. 저자는 20세기 이후 전 세계에서 나타난 독재 통치를 1919~1945년 파시스트 시대, 1950~1990년 군사 쿠데타 시대, 1990년부터 현재까지의 신독재주의 시대 등 세 시기로 나눈다. 첫 시기를 대표하는 인..
냉전과 한국전쟁 미국과 소련은 모두 유럽계에서 파생했으나, 19세기 말 공통의 적 유럽의 팽창을 저지하는 데에서 그 마음이 일치했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이 전개되는 내내 그 공통점을 유지했다. 『냉전』(서해문집)에서 오드 아르네 베스타 예일대 교수는 냉전을 “미국과 러시아가 점차 국제적 사명감을 갖춘 강력한 제국으로 전환한 과정”이자 “자본주의와 그 비판자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분열이 첨예화한 과정”으로 정의한다. 냉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공산주의) 진영 간의 이데올로기 대결을 기반으로 형성된 국제 질서를 말한다. 힘과 폭력이 국제관계의 기준이 된 이 차가운 전쟁 시기는 유럽 제국주의의..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3월 8일) 가난 배 속이 텅 비고 배가 고플 때면, 그림들이 더 예리하고 선명하며 아름답게 보였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 『서툰 시절』, 정지현 옮김(아르테, 2025) 감정 감정(feeling)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우리 행동을 결정한다. “감정은 언제나 진짜고,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느끼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레온 빈트샤이트)  거짓 거짓말과 위선과 사치와 오만을 전혀 맛보지 않고 인류로부터 떠난다면 인간으로서 가장 큰 행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신물이 나도록 맛본 뒤에 숨을 거두는 것도 차선의 길이다. 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9권 2 사람들이 거짓에 속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품는다면, 그것은 필시 그 진실과 닮은 무언가를 통해 그들의 정신에 착각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책 냄새에 대하여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내용이나 표지보다 먼저 책 냄새가 우리를 맞는다. 새 책은 새 책대로, 오래된 책은 오래된 책대로 각각 다른 냄새가 난다.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에이도스, 2024)에서 미국 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책에서 풍기는 냄새를 몇 가지로 나눈다.흔히, 낡은 책들이 가득 쌓인 곳에 들어서면 ‘퀴퀴하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데, 이는 사람들 눈살을 저절로 찌푸리게 한다. 푹 삭은 책들에서 풍기는 이 냄새는 사실 책 냄새가 아니다. 그건 썩어가는 책을 점령한 곰팡이들, 즉 균류의 냄새이다. ‘코팅지로 만든 매끈매끈한 교과서’에선 정유 공장 냄새와 표백제 냄새가 섞인, 어딘가 유독할 듯한 기묘한 냄새가 풍겨온다. 그건 책장을 반짝이게 하는 광택제(폴리에틸렌 혼합물)와 책장..
애드리언 브로디의 수상 소감 저는 다시 한번 전쟁의 지속적인 트라우마와 상처, 그리고 구조적인 억압,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타자화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기도합니다. 과거가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교훈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옳은 일을 위해 계속 싸웁시다. 계속 웃고, 서로 사랑하면서요._ 브루탈리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의 수상소감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 풍월당 출간 기념회 [풍월당 출간 기념회 안내]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안녕하세요, 풍월당입니다.풍월당의 첫 문학 에세이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풍월당에서 문학 강의를 진행하시는 장은수 작가를 모시고 출간 기념회를 가지고자 합니다.신간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는 사랑의 가능성이 모조리 소진된 세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지를 완성해 가는 저항의 문학들을 소개합니다. 책 속에서 운명의 장벽은 여성 및 계급의 차별, 열악한 노동 환경, 정체성 혼란, 욕망과 고독,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인종주의 등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로 나타나는데요. 저자 장은수 선생님은 예리한 시선으로 현대의 문제 뿐 아니라 인간의 인간다운 저항을 강조합니다. 그 저항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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