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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종교, 과학 - 인류 정신의 삼중나선 약 4만 년 전, 독일 동남부 슈타델 동굴에서 조각상 하나가 만들어졌다. 사자 머리와 인간 몸을 한 조각상으로, 재료는 매머드 엄니였다. 공들여 만들어진 이 조각상은 인간과 사자와 매머드의 힘을 하나로 합치려 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사람과 세계를 하나로 잇고, 인간과 동물을 넘나들면서 더 나은 삶을 이룩하려는 마법적 사고방식이 이로부터 비롯했다. 이는 곧 문명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마법의 역사』(시공사, 2025)에서 크리스 고드슨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교수는 인류 정신이 삼중나선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종교, 과학, 마법이다. 종교가 인간과 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과학이 물리적 현상에 관한 객관적 이해를 추구한다면, 마법은 인간과 우주의 상호연결을 강조한다. 마법은 우주를 인간화한다. 점술, 연..
파시즘 체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글은 로버트 O. 팩스턴의 『파시즘』(교양인, 2005)을 읽고, 요약하면서 작은 의견을 덧댄 글이다.  1 파시즘은 “국가적 혁명 운동으로, 대중의 참여를 통해 전통적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려는 운동”이다. 흔히 파시스트들은 “개인 권리보다 집단에 대한 의무를 우위에 두”고, “개인은 집단에 복종해야 한다”라는 믿음을 보이기에,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다. 파시즘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 관한 맹종이다.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테러의 공포를 확산하면서 대중의 마음속에 믿을 거라곤 강력한 지도자밖에 없다는 ‘대안 부재론’을 유포”한다. 역사적으로, 파시즘은 20세기 초 이탈리아 무솔리니가 시도한 정치 체제에 영향받은 대중정치 운동 전반을 가리킨다...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4월 6일) SF 미스터리 SF 미스터리는 ‘원초적인 이야기’다. 눈앞에 잘 보이지 않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상상하는 것(SF), 그리고 비밀을 숨긴 채 청자가 자신의 입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미스터리). 이 두 가지가, ‘이야기꾼’이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때부터 가장 유효했던 그의 무기이자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_설재인 [예스24] SF와 미스터리의 공통점은? | 예스24 채널예스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지금의 문제점들이 해결된다고 인간에게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ch.yes24.com 감정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고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
초대형 산불은 왜 이토록 자주 일어나는가 출판은 확실히 타이밍이다. 이번 주 출판면은 존 베일런트의 『파이어 웨더』(곰출판)와 조엘 자스크의 『숲이 불탈 때』(필로소픽 펴냄)으로 뒤덮였다.동해안을 덮친 불 재난의 이유와 원인을 알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공론화하기 위해서겠다. 두 책은 초대형 산불에 관한 접근 방식이나 서술 형태가 다르다. 베일런트는 기자답게 자료를 누적하고 화재 현장과 사건 흐름을 중시하는 서술형 문체로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 대화재에 접근한다. 15개월가량 지속된 이 대재앙의 주요 국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문장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 묘사와 서술이 너무나 밀도 높고 생생해서 오히려 전체를 조감하기 힘들 정도다. 자스크는 철학자답게 초대형 산불을 개념화하고, 그 원인과 현재 대응 방안의 핵심만 뽑아 진단하..
탄핵이란 무엇인가 탄핵이란, “헌정 질서를 유지하면서 나쁜 권력을 축출하는 절차적 장치”이다. 이는 14세기 영국에서 처음 생겼다. 군주의 절대적인 권력을 견제해 법 위에 군림하지 못하게 통제하며, 고위 공직자의 책임을 강화해서 공익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이후, 탄핵은 미국에서 “공화정과 권력 분립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장치”로 발전했다. 탄핵은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권력 남용을 바로잡는 민주적 장치”이면서 “정치적 도구로 오용될 위험을 내포”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띤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당파성이 필연적으로 개입하면서 “정치적 소모와 사회적 대립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탄핵은 “헌정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단순한 사법 절차를 넘어선다. 그것은 “권력 충돌..
독서 용품(굿즈, Goods)에 대하여 몇 해 전부터 책 관련 굿즈(Goods), 즉 독서 용품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따르면, 2025년 독서용품 판매는 전년 대비 28%(연초~3월21일 기준) 증가했다. 특히 독서대(125.7%), 문진(78%), 북커버(87.5%)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굿즈에 열광하는 건 주로 10~20대들이 많다. 전체 독자 중 1020세대 구매 비중은 2020년 16.2%에서 올해 29.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19세 이하 구매자는 2020년 0.6%에서 2025년 3.6%로 약 6배 성장했다. 반면 50대 이상 구매율은 감소했다. 김혜인 교보문고 이커머스영업팀 MD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독서 공간을 꾸미는 독서 굿즈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특히 북커버는 단순히 책을..
다윈주의란 무엇인가 작년 4월에 세상을 떠난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인간 의식의 비밀에 가장 가까이 간 사상가다. 그는 진화론과 생물학, 신경생리학과 인지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두고, 철학의 오래된 주제인 감각, 느낌, 직관, 감정, 지각, 인식, 창의의 보물 상자를 하나씩 열어갔다. 철학자로서 평생 그가 품었던 질문은 ‘어떻게 감각을 처리하고 행동을 제어하는 물리적 기관에 지나지 않는 뇌에서 의식과 사고, 더 나아가 의미와 가치를 지향하는 창의적 마음이 생겨나는가?’ 하는 것이었다. “철학자와 과학자가 한 배에 타고 있음”을 보여준 데닛의 통찰은 숱한 철학자와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었고, 곳곳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95년 출간된 『다윈의 위험한 생각』은 데닛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출세작으로, 20..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3월 30일) 가름끈 가름끈은 책에서 읽던 곳이나 특정한 곳을 표시해 두기 위한 책갈피 역할을 한다. 갈피끈이라고도 한다. 책갈피(서표, 書標)가 얇은 종이나 가죽, 플라스틱, 천 따위로 만들어서 책의 낱장 사이에 끼워두는 얇은 물건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라면, 가름끈은 책에 부착된 형태라는 점이 다르다. 인쇄물을 묶고 표지를 달아 책의 형태로 만드는 제책(製冊·제본이라고도 함)의 방식 중 양장제본에서 책머리(책등의 윗부분)에 가름끈의 끝을 접착하거나 꿰매는 방식으로 만든다. 영어로는 북마크(bookmark) 혹은 바운드 북마크(bound bookmark)라고 한다. 넓은 의미로 북마크로 일종으로 정의하지만, 구분을 위해 ‘(책에) 묶인’ 책갈피로 명명한다. 갈피란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사이나 틈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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