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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를 몰아내는 방법 (1) 규제로 몰아내기 쉽지 않다. 잘못된 정보와의 싸움은 정책 입안자들이 아닌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과 사람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2) 라벨 붙이기를 제대로 하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 믿을 수 없는 정보에 라벨을 붙이고 정확도를 생각해 보게 하면 가짜 뉴스는 줄어든다. (3) 허위 정보의 제작 및 확산하는 미디어에 광고를 제한하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을 중단한다. 유튜브는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모든 동영상에 광고 게재를 제한하고 계정에 노란딱지를 붙여 광고로 수익을 내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4) 미디어 리터러시는 사람들에게 편견과 가짜 뉴스에 맞서는 힘을 기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5) 머신 러닝 알고리즘들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잘못된 정..
양자 컴퓨터란 무엇인가 현황 ​양자 컴퓨터는 현재의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원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양자’라는 새로운 성질을 더해서 기능을 향상한 컴퓨터이다. (1-18쪽) 양자 컴퓨터에는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다. 컴퓨팅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때문이다. 주판, 시계, 계산기, 컴퓨터 등 지금까지 발명된 모든 계산 도구는 숫자를 계산하는 규칙을 물리 현상으로 대체하여 계산한다. (1-33쪽) 양자 컴퓨터는 원리적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스위치를 사용하는 계산기(트랜지스터)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사람들 착각과 달리, 양자 컴퓨터는 현재 우리 곁에 이미 존재한다. 2019년 1월부터 IBM에서는 양자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에 구글은 “최첨단 슈퍼컴퓨터로도 푸는 데 1만 년 걸리는 문제를..
정치철학이 언제나 정치를 이긴다 언젠가 관념 이외에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책을 쓴 루소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지. 그 책의 제2판은 초판을 비웃은 사람들의 가죽으로 제본되어 있었다네. (토머스 칼라일) 데이비드 밀러의 『정치 철학』(이신철 옮김, 교유서가, 2022)에 나오는 말이다. 밀러에 따르면, 정치적 삶에 직접 개입하고자 한 정치철학자들은 대개 실패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등 그들은 강력한 통치자에게 조언해 왔다. 그들의 조언은 정치를 실제로 바꿨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정치철학자들이 정치적 사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바가 드문 이유는 그들이 정치인과 일반 대중 모두가 지니는 관습적 믿음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정치인이든 대중이든 정치 철학자의 말을 싫어한다. 그러나 정치철학이 시간의 흐름과 더..
호텔의 역사 여행객에게 접대를 제공하는 시설은 문명의 최초 기능 중 하나였다. 기원전 9세기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손님맞이 장면에서 호텔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제우스 등 올림포스 신들은 언제나 여행자나 이방인으로 변장한 채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기에 고대인들은 낯선 이를 환대하는 것을 신에 대한 의무처럼 생각했다. 성서에도 관련한 관습이 나온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이했다.” 고대 페르시아에도 회복과 휴식을 위한 병원이 스파에 설립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로마 제국은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도로를 닦고, 사람이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인 20마일마다 하나씩 먹고 잘 수 있는 공간..
식량 위기와 문명의 종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현실화했다. 두 나라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전 세계 밀 공급량의 27%를 맡는다. 러시아산 밀 수입 비중이 60%가 넘는 아프리카 국가는 당장 기아 위기에 몰렸다. 식용유 공급망도 붕괴했다. 두 나라는 세계 해바라기씨유 공급을 절반 이상 책임진다. 두 나라 수출이 막히자, 그 영향이 인도네시아로 이어졌다.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50%를 떠맡은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유 품귀를 이유로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여기에 이상기온으로 인한 가뭄, 홍수, 산불 등 기후 재앙까지 겹쳐져 전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이 심화 중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세계은행 등의 수많은 전문가가 국제 식량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문명과 식량』(눌와, 2018)에서 루스 디프리스 미국 컬..
청소와 정리, 나를 돌보는 실천 봄날 햇볕이 따스하다. ​ 창문을 활짝 열고, 하루 종일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선다. 미세먼지 없는 날을 골라 겨우내 묵은 먼지를 내보내고, 신선한 바람이 집 안을 휘젓게 하고 싶다. ​ 청소기를 돌리고 총채를 들어 구석구석 켜켜로 쌓인 먼지를 쓸고 떤 후, 깨끗한 손걸레에 물을 묻혀서 책꽂이, 소파, 의자, 책상, 장식장 위아래를 말끔히 닦아내고 싶다. ​ 무엇보다 마법이라도 부려서 곳곳에 쌓아둔 책과 음반, 바닥으로 넘쳐흐르는 옷가지, 여기저기 널브러진 잡동사니를 한순간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고 싶다. ​ 청소는 소(掃, 비를 들고 사당을 정화하는 일)를 행해서 더러움을 씻어내 깨끗하게 만드는 신성한 일이고, 정리는 정(整, 튀어나온 가지를 쳐내는 일)을 행해 우리 삶에 생겨난 어지러움을 청산..
삶을 증오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제작하고,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생산한다. 옛날에는 노예가 될지 모를 위험이 있었다면, 지금은 로봇이나 자동인형이 될 위험이 있다.” ​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김영사, 장혜경 옮김, 2022)에서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이 말에는 현대인을 움켜쥔 삶의 아이러니가 섬뜩하게 표현돼 있다. ​ 오늘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생동감 넘치게 살지 못하고, 무력하게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다. ​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일상생활의 급진적 자동화, 자기 생각의 독립적 표현보다 남의 생각에 대한 공감과 공유를 조장하는 소셜미디어, 하루 24시간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문자와 메일 등 스마트 업무 환경 등은 생각의 로봇화를 촉..
인간의 품격 요즘 들어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사전 읽는 취미를 붙였다. 단어 하나를 찾아 뜻을 새기고, 이어지는 단어를 찾아 떠돌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시라카와 시즈카의 『상용자해』(박영철 옮김, 도서출판 길, 2022)가 여행의 길잡이다. ​ 시라카와에 따르면, 언어는 그 근본에서 모두 주술적 성격을 띤다. 말[言]은 그릇[口]에 형벌 도구인 여(余, 바늘)를 꽂아서 신에게 맹세하는 일이다. 이때 口는 ‘입’이 아니라 ‘신에게 바치는 축문을 담은 그릇’이다. 갑골이나 청동기에는 ‘ㅂ’ 닮은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 모든 말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어서, 발화만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면 신의 벌이 내리므로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신은 언어에 깃든 뜻을 살펴서 되새길 줄 아는 사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