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름끈
가름끈은 책에서 읽던 곳이나 특정한 곳을 표시해 두기 위한 책갈피 역할을 한다. 갈피끈이라고도 한다. 책갈피(서표, 書標)가 얇은 종이나 가죽, 플라스틱, 천 따위로 만들어서 책의 낱장 사이에 끼워두는 얇은 물건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라면, 가름끈은 책에 부착된 형태라는 점이 다르다. 인쇄물을 묶고 표지를 달아 책의 형태로 만드는 제책(製冊·제본이라고도 함)의 방식 중 양장제본에서 책머리(책등의 윗부분)에 가름끈의 끝을 접착하거나 꿰매는 방식으로 만든다. 영어로는 북마크(bookmark) 혹은 바운드 북마크(bound bookmark)라고 한다. 넓은 의미로 북마크로 일종으로 정의하지만, 구분을 위해 ‘(책에) 묶인’ 책갈피로 명명한다. 갈피란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사이나 틈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도통 갈피를 못 잡다’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갈피다. 원래 책갈피는 말 그대로 책의 갈피, 책장과 책장 사이를 일컫는 단어다. 책의 낱장 사이에 꽂는 물건이란 의미가 더해진 건 생각보다 최근인 2009년부터였다. 사람들이 책갈피를 서표의 의미로 자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2009년 표준어 개정을 계기로 서표의 의미를 흡수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책갈피에 책갈피를 꽂아두었다’ 같은 어색한 문장도 표준어 규정으로는 전혀 문제없는 표현이 됐다. 그렇게 갈피표는 직장을 잃고 말았다. 여담으로, 책갈피가 없어 페이지 모서리를 삼각형 모양을 접어서 표시하는 것을 두고 영어권에서는 강아지 귀(dog’s ear)라고 표현한다. 귀여운 표현이지만 빌린 책에는 하지 말자. 가수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2014)는 꽃과 갈피를 합친 신조어로 ‘책갈피에 끼워 말린 꽃’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단어이지만, 압화(押花·pressed flower)라는 표현이 먼저 있었다. 우리말로 꽃누르미·누름꽃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꽃누르미는 직장을 잃고 말았다. _홍성윤
무겁고 비싼 책 사이에 달린 빨간 끈…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책 사이에 있는 줄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n.news.naver.com
감각
후각은 1조 가지의 냄새를 구별하고, 미각은 만 개 이상의 미뢰를 통해 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청각은 수천 개의 유모세포로 소리를 포착하고, 촉각은 발 하나에만 70만 개 이상의 신경종말을 가진다. 감각은 빠르다. 청각은 3밀리세컨드, 촉각은 50밀리세컨드 안에 뇌에 도달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섬세하고,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태어났다. 예술을 만들고 즐기기 위해 요구되는 감수성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한 감각의 결과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감정
감정은 우리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힘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하는 정보다. _닉 트렌턴, 『가짜 불안』, 박선영 옮김(갤리온, 2025).
의심은 분석적 사고를 더 날카롭게 하고, 당혹감은 중요한 실수를 깨닫게 하며, 분노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거나 자기 권리를 주장할 힘을 준다. _닉 트렌턴, 『가짜 불안』, 박선영 옮김(갤리온, 2025).
건강
자본은 사회에 의해 강요받지 않는 한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_카를 마르크스
고려인 한글문학
고려인 한글문학의 토대는 1923년 창간된 선봉신문에서 시작됐다. 당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에게 선봉신문은 문예 창작의 장을 제공했다. 고려인 문학 운동을 주도한 조명희는 국내에서 시인·희곡작가·소설가 등으로 활동하며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에 몸담았다. 그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1928년 소련으로 망명한 뒤 고려인 사회에서 들어가, 제자를 양성하고 시화집을 발간해 한글문학의 저변 확대에도 이바지했다.
공동체
모두 함께하기 위해서는 미지의 사람들을 픽션 취급하는 일을 그만두거나, 다 같이 픽션이 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_다와다 요코, 『태양 제도』, 정수윤 옮김(은행나무, 2025), 228쪽.
공동체적 자존감
한국 사람들이 하는 생각과 행동의 바탕에는 늘 ‘우리나라’가 있다. 단순한 애국심 이상의 드높은 긍지.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든든한 자부심. 각자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다가도 나라가 어렵거나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라도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는 한국인들의 저력이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듯하다. _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경이로운 한국인』, 이소영 옮김(마음의숲, 2025)
괴물
인간과 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대상이 괴물이 된다. _이현(유튜버)
교육받은 용기(educated bravery)
교육받은 용기란 “갑작스러운 기술 발전에 맞닥뜨렸을 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합리적인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기술이 가져올 도전과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서 얻는 용기”를 말한다. _살만 칸, 『나는 AI와 공부한다』, 박세연 옮김(알에이치코리아, 2025).
글쓰기의 효과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제출한 글을 철저히 비공개로 할 테니 한쪽 학생들은 원하는 가벼운 주제로 글쓰기를, 다른 쪽은 트라우마적 경험을 소재로 글을 써보게 한 적이 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표현해 글을 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학내 보건소를 찾은 빈도가 월등하게 낮았다. 글을 쓰는 행위가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결정적 영역인 중앙대상피질을 활성화시켜 뇌 신경 활동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감정과 느낌에 언어를 부여하는 행위가 살면서 겪는 힘겨운 사건들에 맥락을 입히고 그것을 더 잘 이해하도록 신경생물학적 수준에서 돕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들 표현을 빌리자면 “트라우마의 경직된 경계들을 조금씩 밀어내는 부드러운 수단”으로서 예술이 작용했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노년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_파스칼 브뤼크네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이세진 옮김(인플루엔셜, 2021)
다방
꿈조차 고독하면 그것은 정말 외로운 일이다. 다방은 고독한 꿈이 다른 고독한 꿈에게 악수를 청하는 공간이다. _이상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파는 가게. _유진오, 「현대적 다방이란?」(1937)
독서
오감이 열려 있는 상태이면서 ‘읽기’라는 한 가지 감각만 필요로 하는 게 좋습니다. 자발적으로 내가 선택해서 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게 중요해요. 책은 외로움이 아닌 양질의 고독을 주는데, 고독이란 귀하고 감미로운 거거든요. 이런 귀한 감각과 시간을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 책이에요. 우연히 발견한 책을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없이, 그냥 혼자 너무 즐겁게 읽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은 독자가 돼요. 진짜 기쁨을 경험해 본 사람은 책을 절대 놓을 수 없거든요. _임경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늘 그들이 좋아하는 다른 책들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는데, 가지치기하듯 메모해 두었다가 찾아 읽죠. _임경선
임경선 "사랑이 시키는 미친 짓,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 [설지연의 독설(讀說)]
한국에선 소설가나 시인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독특한 관문이 있다. ‘등단’이다.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문예지 주최 신인상을 받아 프로 작가로 데뷔하는 것을 말한
n.news.naver.com
두 번째 인생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의식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난 세월은 말하자면 대략적 초고에 지나지 않았고, 두 번째 인생이 진정한 나의 작품이 되는 거죠!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누구든 지난 인생을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겁니다. _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세 자매』 중에서
레미제라블
저는 인간의 (비참한) 운명을 파괴하고 싶습니다. 저는 노예제도를 비난하고, 빈곤을 몰아내고, 증오를 미워하고 싶습니다. 제가 『레 미제라블』을 쓴 이유입니다. _빅토르 위고
로맨스
좋은 사랑 소설은 검열 없는 소설이다. ‘모든 것은 가능하다’는 포용이 필요하다. 인간의 불완전함이나 비합리성, 종의 우매함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_임경선
만남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곧 무수한 산책이다. _함정임, 『밤 인사』(열림원, 2025).
만주
식민지 조선에서 만주라는 음식이 널리 알려진 가장 중요한 계기는 ‘갈돕회’였다. 앞서 만주를 팔다가 피살당한 고학생 김성연도 가입했다는 갈돕회는 경성에서 고학을 하던 학생들의 모임으로, 경성 효자동 70번지에 30칸 정도 되는 기와집을 빌려 기숙사 겸 공장으로 사용했다. 1920년대 초 회원이 150명 정도였다가 1924년 6월이 되면 1,300명 정도로 늘었다. (…) 그중 가장 많이 종사한 일이 바로 만주 장수였다. _박현수,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한겨레출판사, 2025), 74~75쪽.
문학
문학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나 본질을 들여다볼 기회이다. _실비 제르맹
물고기
물고기? 고기란 무엇인가? 사람이 먹는 온갖 동물의 살을 말한다. 돼지와 돼지고기는 다른 것이다. 돼지라는 동물의 살을 먹는데 그게 바로 돼지고기다. 그런데 우리는 어류를 그저 물고기라고 부른다. 심지어 평생 먹을 일 없는 금붕어마저 물고기라고 칭한다. 어류 도감과 물고기 도감은 같은 말처럼 쓰인다. 어색하다. _이정모
어류야, 물고기라 불러 미안해 [.txt]
함께 꽂아두면 폼나는 책 고기란 무엇인가? 사람이 먹는 온갖 동물의 살을 말한다. 돼지와 돼지고기는 다른 것이다. 돼지라는 동물의 살을 먹는데 그게 바로 돼지고기다. 그런데 우리는 어류를
n.news.naver.com
미술 치료
운동을 하면 성인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기분을 밝게 해주는 세로토닌 수치가 향상되듯, 20분간의 낙서나 노래만으로도 정신신체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 낙서, 색칠하기, 자유롭게 그리기 등은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한다. 인간의 집중과 정보 저장, 감각정보의 의미 찾기를 도와주는 뇌 영역이다. 신경 화학적으로 봤을 때도 뭔가를 그리는 행동은 관대하고 열린 태도를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자연 진통 물질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그림 그리기는 뇌파 활동을 변화시키고 대뇌 전두엽 부위의 혈행을 촉진해 심리적 회복 탄력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미적 경험
예술과 미학은 아름다움을 넘어 훨씬 큰 것을 아우르며, 인간이 하는 다양한 경험에 감정적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 ‘예술은 혀에 단 설탕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예술 작품에 도전적인 요소가 담겨 있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는데, 그 불편함은 자세히 들여다볼 의향이 있다면 어떤 변화와 탈바꿈의 가능성을 제공하죠. 그건 굉장히 강렬한 미적 경험이 될 수 있어요.’”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발바닥 사랑
박노해의 노동은 사랑이다. 그것도 ‘발바닥 사랑’이다. 발이 가는 곳에 머리와 가슴도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 발이 가는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 손이 하는 일도 발의 흔적을 기록하는 일이다. 하나는 펜을 들고 수첩에 적는다면, 하나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박노해에게 수첩은 기억을 보조하는 외장 하드였다면, 카메라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소통의 수단이었다. 박노해의 낡고 작은 필름 카메라로는 감각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진가에게는 아주 적합한 기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박노해는 “그 사건이 발생한 삶의 뿌리로 스며들어” 가고자 했다. 박노해는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나의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사진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박노해는 참혹한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감각적일 찰나의 장면을 쫓지 않는다. 박노해가 사진에 담고자 했던 것은 가난과 분쟁의 뿌리와 지문들이었다. 그러면서 연민의 눈이 아닌, 경외의 마음으로 다가가 온전한 그들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 박노해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전쟁이 일어난 곳을 찾아다닌다. 그곳에서 그가 하는 일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폭격 속에 살아남은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올리브나무는 잿빛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는 천 년을 산다는 올리브나무는 아낌없이 내어주고 바쳐왔다고 말한다. _박시현
기억과 마음을 응시하는 김창길의 포토 에세이 ‘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
“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 미국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은 1956년 자신의 사진집 『뉴욕』에 그렇게 적었다. 하지만 사진집을 열어보면 전혀 다른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 책의 표지
n.news.naver.com
베토벤
베토벤은 신체가 손상되면 정신적 보상이 주어질 수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청력이 온전했다면 그가 후기 4중주를, 음악가들의 이해를 넘어서는 작품을, 지금 여기를 넘어서는 작품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_노먼 레브레히트, 『왜 베토벤인가』, 장호연 옮김(에포크, 2025)
보세
패스트패션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1990년대 초반에는 동대문의 ‘보세 시장’이 있었다. 보통 수입한 물건에는 관세가 붙는다. 하지만 원료를 수입한 뒤 가공해 다른 물건을 만드는 업체에는 수입 원료에 대해 세금 부과를 유보해 준다. 이렇듯 세금을 유보해 주는 것을 ‘보세’라고 한다. _이소연,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돌고래, 2023), 129쪽.
분리주의
클림트와 그 동료들이 추진했던 예술 운동의 모토는 분리주의였죠. 변화 없는 답습에서 분리돼 나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었어요. 클림트와 분리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세련된 아름다움은 매력적이긴 해도 파격적이고 거침없다는 느낌은 부족했어요. 분리주의에 걸맞은 작품은 마지막 세대에 해당하는 실레에게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레는 전통적인 조화와 균형을 넘어 자기 내면에 있는 집착, 욕망, 불안, 고독을 공격적으로, 또 솔직하게 표현했는데요.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로 파격적이었죠. 이런 실레의 방식, 젊은 분들에게 제일 매력적인 것 아닐까요? 청춘이 느끼는 ‘아직’이라는 초조함, 원인 모를 불안감, 그러면서도 자신을 구현하려는 욕망. 실레는 그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면서도 성공적인 롤모델일 수 있어요. 자기 안에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에너지를 솔직하게 발산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엔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냈으니까요. _안현배
박신양과 안현배가 탐구한 에곤 실레의 진짜 얼굴
배우이자 화가인 박신양과 미술사학자 안현배가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예술 세계를 다룬 책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을 펴냈다. 실레가 미술사에서 갖는 의미를 정
n.news.naver.com
빙수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은 빙수를 유달리 좋아했다. 빙수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빙수당의 당수’라 불릴 정도였다. 1920년대 말 빙수를 먹을 때 오렌지나 바나나 시럽을 뿌려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방정환은 달랐다. 그는 빙수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것은 새빨간 딸기시럽이라 강조했다. _박현수,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한겨레출판, 2025)
사랑
그녀의 이목구비나 실루엣, 목소리의 높낮이와 이름 같은 건 세월 속에 지워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에 일렁이던 특별한 빛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는데, 그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에서만 볼 수 있는 빛이었다. 사랑에 빠진 상대가 당신을 황홀한 듯 바라볼 때 당신의 눈동자에 비치는 그 빛. 터무니없는 열망과 불안, 기대가 뒤섞인. _백수린, 「빛이 다가올 때」, 『봄밤의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2025).
사랑은 무척 귀한 감정이에요. 우리가 살면서 남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나보다 남을 더 앞세우는 경우는 사랑할 때밖에 없어요. 완전한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자신을 놔버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때 유일하게 사람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경험을 합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바보가 되죠.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헤매기도 하고요. 사랑이 시키는 미친 짓이죠. 내가 손해 보면 안 되는 게 상식이고 현실인 세상에 살면서, 자발적으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 저는 이게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만 생각하고, 상처받지 않을 결정만 내리는 인생은 재미없지 않나요? _임경선
사랑하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_빅토르 위고
사진
사람을 제대로 찍으려면, 발품을 팔아 그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빛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_강운구
사진에는 없는 게 많다. 목소리, 향기, 맛, 감촉, 움직임 등이 없다. 오직 한 줄기 빛뿐이다. 어떤 빛은 사진이 현상되는 것처럼 마음 깊숙한 어딘가에 강렬하게 들러붙으며 파장을 일으킨다. 누군가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은 늘 무언가 부족하다. 좋은 사진일수록, 즉 상상의 여지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큰 사진일수록 울림의 파장은 증폭된다. 그래서 사진은 사라지는 것들에 맞선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진의 가장 큰 힘이다. _박시현
사진은 언어의 생략이며, 사회적인 ‘말로 표현될 수 없는’ 모든 것의 압축이다. _롤랑 바르트
사진이란,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는 것이다. _김창길, 『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이글루, 2025)
사회적 시계(Social Clock)
사회적 시계란 진학, 취업, 결혼, 출산 등 특정 나이대에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업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시계를 엄격하게 지킨다. 실패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라 그 시기에 해야 할 일을 해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라는 문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응답자의 83.4%에 달했다. 이중 베이비붐 세대는 십중팔구가, 20대인 Z세대 역시 열에 일곱이 그런 생각에 동의했다. _안혜정 외,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 2025)
세책
조선 후기에 글을 읽을 줄 알았던 여성들은 양반집 부녀자들과 궁녀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채제공에 의하면, 한글을 깨우친 부녀자들이 패설을 경쟁적으로 빌려 읽었다고 했다. 여기서 패설이란 소설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항간에 떠돌던 잡다한 이야기를 패설이라 일컫다가 이내 소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채제공의 글에 따르면, 이미 18세기 중반에 사대부 집안의 부녀자들이 소설 읽기에 탐닉했으며, 비녀나 팔찌를 파는가 하면 빚을 내고 가산을 탕진할 정도로 세책에 흠뻑 빠져 지냈다. 세책의 종수가 천백 가지를 헤아릴 정도였다니 실로 다양한 작품이 세책의 대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_이민희, 『18세기의 세책사』(문학동네, 2023), 50쪽.
소설
소설을 한 번 쓰고 나니 글의 폭이 확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안의 연한 부분이 섬세하게 나올 수 있게 체질적으로 변했달까요. _임경선
쉬운 글
사람들은 모르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기반이 되어야만 훨씬 더 잘 이해한다. 잘 아는 감수성, 사상, 문화 등. 쉬운 글은 한 개인을 잘 모르는 세상으로 이끌기보다, 그가 편안하게 여기는 세상에 그를 고착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글을 쉽게 쓰라는 사람 중 상당수는 상대방 글솜씨는 쉽게 탓하는 반면, 자신이 타자나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_임지은
임지은의 ‘지금, 이 문장’ [txt]
임지은 l 에세이스트.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결같이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구겨지면 ‘삶’이라는 단어가 생겨난다고 여긴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n.news.naver.com
시
고대 그리스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시는 약으로도 처방되었다. 그리스인들은 다른 의료적 개입과 병행해 시를 처방했다. 시는 결혼식 같은 사적인 축하 자리부터 미국 대통령 취임식 같은 정치적, 시민적 행사까지 가장 중대한 기념의 순간에 빈번히 등장한다. 시는 하나의 예술 형태로서 인류의 시초부터 함께해 왔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91쪽.
시는 말의 리듬이 출렁이다 가라앉는 생의 방식이며, 색과 소리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이다. 시를 쓰는 참뜻은 고기잡이보다 세상 생각을 잊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는 것이다. _조용미, 제22회 ‘영랑시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엑서터대학교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시를 읽자, 휴식 상태와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fMRI 영상으로 확인됐다. 시를 읽다 보면 신경과학자들이 ‘오한 직전’이라고 칭하는 상태가 오는데, 차분한 감정이 서서히 최고조를 향해 가는 느낌을 말한다. 그래서 안정되지 않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시를 몇 편 읽으면 이완되고 새로운 관점이나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막스플랑크 소속 연구팀은 ‘왜 슬픔에 빠졌을 때 시를 찾을까’를 연구하면서 시가 “강렬한 정서적 개입을 유도해 주의 집중 상태를 유지하고, 기억 저장성을 높이는 데 유독 효과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신경 가소성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신경 연결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재배치하고, 또 스스로 재배선하는 능력을 말한다. 1960년대 초, 신경과학자 메리언 다이아몬드는 뇌가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모종의 실험을 고안했다. 쥐를 세 무리로 나눠 첫번째 케이지에는 쥐들이 탐색하고 가지고 놀 장난감이나 천 조각을 넣고, 두번째에는 평범한 쳇바퀴만 한 대를 놓았으며, 세번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몇주 후 쥐의 뇌를 해부했더니 탐색할 대상이 많은 첫번째 케이지에서 지낸 쥐 무리의 대뇌 피질이 세번째 그룹보다 6% 두꺼웠다. 이 연구 이후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변화하는 과정과 양상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돌출적”인 감각 자극(시각, 청각, 후각 등)이 충분히 주어졌을 때 뉴런의 시냅스 부위가 연접하면서 뇌가 생물학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술은 이 과정에서 돌출적인 감각 자극을 매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실패
누구나 실패를 겪지만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태도를 다르게 만드는 요인은 목표와 비전이 있느냐 여부다. 비전이 명확한 사람은 실패 속에서도 배움을 찾고 다음 도전을 발판으로 삼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결론은 이렇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음을 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명확한 비전이 있다면 실패는 그 비전을 향해 가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_안혜정 외,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 2025)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는 설사 수백억 달러가 든 연구가 실패해도 연구자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고 한다. 그 연구에 대해 가장 많은 경험과 지식을 얻고, 고민을 한 사람이 바로 그 ‘실패한 연구자’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자도 ‘그’라는 것이다. 오늘날 NASA가 항공 우주 분야의 대명사로 쓰이게 된 것은 이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철학 때문이었다. _안혜정 외,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 2025)
실패는 ‘주관적 판단’일 수 있다. 한 학생은 소문난 식당에서 추천받은 솥밥을 한입 먹는 순간, “오늘 대성공”이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바로 친구가 선택한 다른 솥밥을 먹어보자 “조금 전의 성공이 순식간에 실패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친구 밥이 훨씬 맛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실패라고 부르는 경험들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상대적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며, 우리의 인식과 해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는다.” 따라서 특정 “경험이 실패인지 아닌지, 내가 실패할지 아닐지보다, 지나간 경험을 어떻게 이해할지, 그 경험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의미를 발견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_안혜정 외,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 2025)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실패연구소가 전국 남녀 1천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대국민 도전 의식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들은 ‘스스로를 도전적이지 않다’라고 평가한 비율이 29.3%로 세대 중에서 가장 낮았다. 20대 초중반인 Z세대는 40.6%, 40대인 X세대는 44%였으며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인 Y세대는 50.3%로 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즉, 베이비붐 세대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있어 가장 적극적이고, 20~30대가 가장 보수적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력과 성실성’ 외에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인으로 도전정신, 자기 조절력, 긍정 마인드 등 개인의 의지와 태도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한 반면, 젊은 세대일수록 타고난 재능, 가족 배경, 운과 기회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의 중요성을 높게 봤다. “발전과 성장을 직접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는 노력 중심의 성공관을 바탕으로 도전에 긍정적인 반면, 저성장과 양극화 시대를 살아온 청년 세대는 개인의 노력과 도전이 과거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 도전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_안혜정 외,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 2025)
한국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이다. 설문 응답자의 77.2%는 ‘한국 사회가 관대하지 않은 사회’라고 답했고, ‘한국 사회는 한 번 실패하면 낙오자로 인식된다’는 데 58.2%가 동의했다. 특히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지원하기’(35.6%)보다 ‘무모하다고 여기고 무시하는 경향’(64.4%)을 보이며 ‘실패를 성장과 학습의 기회’(35.1%)로 보기보다는 ‘부끄럽게 여기고 비난’(64.9%)한다고 본다는 인식이 훨씬 우세했다. 실패연구소는 “한국인이 느끼는 실패감의 배경에는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태도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내 실패를 타인이 규정하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 혹은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실패를 용인하고 배움을 장려하는 문화에서는 실패로부터 학습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라고 강조한다. “실패에서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다. 이는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배움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관계 속에서 더욱 풍성해진다.” _안혜정 외,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 2025)
심리 조작
알고리즘과 결합한 심리 조작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극단적인 정보를 소비하게 만들고, 오직 특정한 관점만을 신뢰하도록 만든다. 이는 집단 내에서는 결속력을 강화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극단적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길 위험이 있다. _정병진
사이비나 다단계 빠지는 사람, 이상하다 생각했다면
▲ 오카다 다카시의 책 <심리 조작의 비밀>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의 책 <심리 조작의 비밀> ⓒ 정병진 사람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 판매, 조직폭력단, 테러 단체 등에
n.news.naver.com
심리 조작의 5가지 원리
일본 정신의학자 오카다 다카시는 심리 조작이 이루어지는 다섯 가지 원리를 제시한다. ① 정보의 제한과 과잉 : 특정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제공하거나, 과도한 양의 정보를 주입하여 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박탈한다. 이는 점차 사고의 폭을 좁히고, 터널 속에서 한 방향으로만 시야가 고정되도록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② 생각할 여유 박탈 : 끊임없는 활동과 피로감을 유발하여 개인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빼앗는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에서는 합리적인 사고가 어려워지며,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기 힘들어진다. ③ 구원과 불멸의 약속 : 카리스마적 지도자나 특정 이념을 따르면 구원받을 수 있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터널 속에서 유일한 희망을 특정 조직이나 신념에서 찾으며, 다른 선택지는 배제된다. ④ 사랑받고 싶어 하며 배신을 두려워하는 인간 심리 이용 :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랑받기를 원하고 배신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집단 내에서 강한 충성심을 형성한다. 그 결과, 개인은 조직을 떠나는 것이 곧 배신이라는 두려움을 품고, 터널 속에서 유일한 빛을 특정 지도자나 조직에서 찾는다. ⑤ 자기 판단 불허와 의존 상태 유지 : 개인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제거한다. 대신 외부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르도록 유도하여, 결국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이런 다섯 가지 원리를 통해 개인은 점점 더 특정 신념과 조직에 종속되며, 결국 터널 밖의 세상을 보지 못한 채 갇혀버린다. _오카다 다카시, 『심리조작의 비밀』, 황선종 옮김(어크로스, 2022).
쓰레기
폐기물은 생산의 이면이며, 우리가 꾸는 모든 꿈이 결국에는 돌아가게 될 장소이다. ‘미래의 고향(Hometown to Come)’에서 잔해의 이미지는 단순히 우리가 망각하고자 몸부림치는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바로 뒤에 바싹 붙어 있는 풍경이다. _이미래
"인류 욕망이 남긴 잔해들"…이미래 퍼포먼스, 국립현대미술관서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은 다원예술 프로그램 ‘우주 엘리베이터’의 일환으로 이미래의 퍼포먼스 신작 ‘미래의 고향(Hometown to Come)'을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원공간에서 개최한다. 다원예
n.news.naver.com
아우라
한 사람의 아우라는 그 사람이 오래 머물면서 이루어 낸 고유의 환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법이다. 그만의 공간에서 쏟아지는 빛과 그늘이 사람들 얼굴 위에서 부단히 교차한다. 결정은 늘 찍히는 이들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나는 말없이 그 사람들의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_강운구
아파트
조정래의 장편소설 『비탈진 음지』에는 농촌을 떠나 서울에 온 복천 영감이 아파트를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초가집이나 기와집 등 단층 주택만을 봤던 영감에게 6층 아파트가 집이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게다가 사람들이 층층이 포개져 살림을 살고 있었다. 사람 머리 위에서 불을 때서 밥을 먹고, 똥을 싸고, 그 사람 머리 위에서 또 다른 사람이 자식을 낳고 키웠다. 사람 위에 사람이 포개지고, 살림 위에 살림하는 적층 주택은 시골 영감에겐 정말 놀라운 건물이었다. _유승훈, 『서울 시대』(생각의힘, 2025)
애도
애도는 절망보다 희망과 나란히 있으려는 관성을 따른다. _노동건강연대 기획, 『2146, 529』(온다프레스, 2022)
여행
목적지에 닿지 못한다고 여행의 과정조차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 혹은 계획이 일그러지는 순간에 더 커지는 법. _김현진
[꾸역꾸역 북클럽] 좀체 끝나지 않는 대화, 주인공들이 이러는 이유
시민기자 북클럽 4기입니다. 꾸역꾸역은 '어떤 마음이 자꾸 생기거나 치미는 모양'을 뜻합니다. 책을 읽고 치미는 마음을 글로 잘 담겠습니다. <편집자말> 딸아이는 요즘 공기놀이에 빠져 있다.
n.news.naver.com
열한 번째 시간(eleventh hour)
열한 번째 시간은 보통 마감이 임박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마지막 순간, 막판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 기회, 최후의 순간, 막판, 마감 임박’ 등으로 옮긴다.
예술 치료
시를 들을 때 사람들의 뇌는 보상과 감정에 관여하는 영역이 활성화되고, 절정의 감정 반응인 소름과 오한이 관찰된다. 향기는 후각 피질이 감정과 기억 전반에 작용하는 측두엽에 있어 즉각적이고 강력한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유발한다. 소리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탁월하다. 특정 주파의 소리는 무의식적 자각 속에서 뇌의 진동을 바꾸고, 말 그대로 몸의 리듬을 재조정한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옴부즈만
옴부즈만은 1809년 스웨덴에서 의회의 행정권 견제를 목적으로 탄생했다. 이 말은 대리인·대변자라는 뜻을 가진 스웨덴어 옴부드(Ombud)에 어원을 둔다. 불평 처리관, 중개 조정인, 국민 상담관, 시민 보호관 등으로 번역된다. 국내 옴부즈만 제도는 1994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2008년부터는 고충처리위와 부패 방지 업무를 했던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 업무를 맡았던 국무총리 소속 행정심판위원회가 합쳐진 권익위가 옴부즈만 기능을 수행 중이다. “옴부즈만은 억울한 사람이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이다. 현재 세계 140여 개국에서 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_조덕현, 『옴부즈만, 고충민원해결사』(유리창, 2025)
윤리적 소비
윤리적 소비 개념은 18세기부터 존재했다. 당장 자신에게 경제적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지구와 이웃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는 관점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환경이나 동물보호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공정무역, 지역사회를 위하여 로컬푸드 등의 개념도 포괄된다. _이소연,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돌고래, 2023), 210쪽.
이유와 원인
찰스 다윈 이전의 생물학에서는 이유(‘무엇을 위해’)를 물을 수 없었다. 원인만 물어야 했다. 모든 것은 신의 의도로 설명되기 때문이었다. _대니얼 데닛, 『다윈의 위험한 생각』, 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2025)
인간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인간이다. _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문학과지성사, 2025)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생산성을 둘러싼 초기 연구에 따르면, AI는 코딩에서 마케팅까지 다양한 업무의 생산성을 20~80% 개선한다. 산업혁명의 핵심이었던 증기력이 공장에 투입되면서 증가한 생산성은 18~22% 정도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혁신 수업에서 AI는 이미 학생보다 발명을 더 많이 해낸다. 대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50달러 이하의 제품을 개발하는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연 결과 200명의 학생은 GPT-4와 맞붙어 패배했다. 그것도 압도적 패배였다. 심사단이 선정한 최고의 아이디어 40건 중 35건이 챗GPT가 제출한 것이었다. 칫솔을 양치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자.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몇 개를 생각해 낼 수 있나. 보통 사람은 일반적으로 많아야 10개 정도다. AI는 2분 안에 122개를 제시했다. 물론 걸러야 할 답변이 상당수였지만 브레인스토밍과 관련해 시간을 줄여줄뿐더러 생각지도 않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_이선 몰릭, 『듀얼 브레인』, 신동숙 옮김(상상스퀘어, 2025).
AI와 공동작업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① 모든 작업에 AI를 초대하라. 아직 정해진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가급적 AI를 활용해서 AI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② 인간이 주요 과정에 계속 개입하라. 인간이 개입할 때 결과물이 더 좋을뿐더러 거짓말하는 AI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AI의 주요 처리 과정에 능숙히 관여하는 능력을 키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적 성장의 불꽃을 먼저 볼 것이고 변화에 더 기민하게 적응할 것이다. ③ AI를 사람처럼 대하고,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페르소나를 AI에 부여하라. 이는 AI에 질문을 던질 때 가장 실용적이고 중요한 원칙이다. 가령, “이건 내 경력에 중요한 문제야”라고 말하면서 질문을 던지면 LLM(거대언어모델)은 더 나은 답변을 내놓는다. ‘스마트 워치를 홍보할 마케팅 슬로건을 만들어줘’ 대신 ‘재치 있는 코미디언이 되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마케팅 슬로건을 만들어 보라’라고 지시하는 게 낫다. 전문가, 친구, 비평가, 이야기꾼 등 목적에 맞는 역할을 맡기면 인턴과 일하듯 AI와 작업할 수 있다. “너는 마케팅 전문가야. 마케팅 슬로건으로 쓸 아이디어 20개를 서로 겹치지 않고 기발하게 만들어 보라.” AI가 평균적 답변을 제시하면, 좀 더 특이한 답변을 내놓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④ 지금의 AI를 앞으로 사용할 최악의 AI라고 생각하라. 우리는 갈수록 강력해지는 외계 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경외감과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불안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일이다. _이선 몰릭, 『듀얼 브레인』, 신동숙 옮김(상상스퀘어, 2025).
인생 이야기
이야기는 곧 사람이다. 이야기엔 각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담겨 있고 자기 인생 속 최고의 모습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가 되기 전 여러 일을 했고, 여러 사람과 만나왔는데, 평범하게 수다를 떨다가 상대에게서 갑자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 많았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들에게 사실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있다. _샐리 페이지
英 작가 샐리 페이지 "이야기는 곧 사람…각자의 삶 담겨 있죠"
소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번역 출간…영국서 50만권 팔린 베스트셀러 이야기 수집하는 청소 도우미 그려…"평범한 이들에게도 특별한 이야기가" 평범해 보이는 영국 케임브리지의 청소 도우
n.news.naver.com
인정
좋은 하루 또는 전체적으로 좋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하는 사실, 그리고 그 필요를 충족했을 때 받는 인정과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또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인정과 존중을 받는다는 것은 순간적인 기쁨과 희열보다는 장기적인 만족감에 더 가깝다. _토마스 에릭슨,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손화수 옮김(레디투다이브, 2025), 348~349쪽.
인정 투쟁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2025)는 파시즘이 득세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천재 조각가 미모와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난 후작가 영애 비올라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작가는 미모의 꿈인 위대한 예술가와 비올라의 꿈인 자유를 위해 두 남녀가 교감하는 과정을 생생한 표현으로 풀어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두 사람이 늦은 밤 묘지에서 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부분이다.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미모가 미켈란젤로에 필적하는 조각가가 되도록 돕겠어.” 이런 두 사람의 맹세는 감미롭고 매혹적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투쟁이다. 비올라가 자신을 옭아매는 가족과 투쟁하는 것처럼, 미모도 자신의 왜소증으로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와 투쟁한다. 작자는 이 치열한 인정 투쟁을 섬세한 손길로 그려냈다. 미모는 결국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가가 돼 투쟁에서 승리하지만, 비올라는 원하지 않는 결혼과 죽음을 맞이해 패배한다. 장애인인 미모는 위대한 예술가를 자처하는 당찬 일면을 지녔으나, 비올라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비올라 역시 미모에게 이성적 호감을 표현하지 않는다. 소설은 미모 시점에서 서술됐지만 실제 주인공은 비올라다. 하지만 역사물도, 로맨스물도 아닌 이 작품이 주는 울림은 뚜렷하다. 독자들은 무솔리니가 장악한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재 치하에서 자유와 명성을 위해 투쟁하는 두 남녀의 생애를 체험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오늘날에도 투쟁하는 인간이 결국 승리한다는 진리도 느낄 수 있다. _송진영
끝없이 투쟁하는 인간에게 바치는 헌사
매년 새로 쏟아지는 책은 6만 2865종(2023년 기준). 모든 책을 읽어볼 수 없는 당신에게 머니투데이가 먼저 읽고 추천해 드립니다. 경제와 세계 정세, 과학과 문학까지 책 속 넓은 세상을 한 발 빠르
n.news.naver.com
읽기
아무리 뛰어난 이야기라고 해도 사람은 ‘도라에몬’(어떤 고통도 거슬림도 없는 편안한 이야기)만으로 어른이 될 수 없다. [사람에겐] 자기 용량을 늘리고 세계관이 해체되는 고통을 견디는 경험이 필요하다. _우치다 타츠루, 『어른이 된다는 것』, 송태욱 옮김(서커스, 2021)
쇼츠와 틱톡과 릴스에 정신과 시간을 빼앗겨 버린 ‘대중사회’에서 사유하는 긴 문장은 짧고 즉흥적인 말들로 바뀌고, 지식은 정보로 대체되었으며, 급기야 짧은 말들조차 ‘자본화된 바디’에 포커스를 맞춘 시각 콘텐츠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_생각동인 도마 웹매거진 발기문
‘도마’를 열며 – 사유의 칼. 시대의 질문. 도마의 요리사.
‘담론(談論)’은 ‘활활 타오르는 말들’을 뜻합니다. 말이 타오르기 위해서는 발화자도 중요하고, 수신자도 중요하며, 그들이 주고받는 말의 내용과 말을 실어 나르는 매개도 중요합니다.
domaon.org
자유
양심에 따른 의무에 충실한다는 마음으로 자유를 향한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프랑스에 자유가 오면 돌아갈 것이다. _빅토르 위고
작가
작가는 역시 사랑을 발굴하는 직업이다. _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문학과지성사, 2025)
내 직업은 여섯 개다. 소설가, 드라마 작가, 아빠(?)까지는 지인들도 아는 거고. 알리지 못한 것으로는 음식 배달, 블로거, 무인문구점 매니저가 있다. 창피한 건 아니고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여섯 가지 일들 중 가장 자신 있는 건 도보 음식 배달이다. 그냥 걸으면 되니까? 두말할 필요 없이 마음을 쏟는 건 육아고, 미래가 기대되는 건 아무래도 드라마 작가다. _오한기, 『무료 주차장 찾기』(작가정신, 2025), 71~72쪽.
절제
마지막 동전은 절대 줍지 않는다. _리카싱
정치
모든 사람이 당신의 겉모습을 보지만, 당신의 본질을 인지하는 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_니콜로 마키아벨리
조현병
조현병의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의미로 정신분열증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제거하기 위해 바뀐 병명이다. “치료를 하면 현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듯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와 치료를 통해 뇌 신경망이 적절하게 조율돼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_윤서,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한겨레출판, 2025)
죄
카프카에 따르면 죄의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바심, 하나는 태만. 성서가 기록하기로 인류 최초의 죄는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벌어졌다. 그것이 뱀의 유혹 때문이었든, 인간의 본질적 악함 때문이었든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런데 카프카는 선악과를 삼킨 근원적 이유로 인간의 조바심을 든다. “모든 인간의 실수는 조바심에서 비롯된다. 조바심 때문에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되었다.” 낙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로 그는 인간의 태만함을 꼽는다. 조바심 때문에 금기를 어긴 인간이 이후로도 태만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 조바심과 태만함이 인간의 죄를 양산하는데 이런 악한 기질은 인간의 손안에 연장처럼 쥐여 있다고도 본다. 죄악을 회피하기 위해선 인간의 의지가 작동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죄 안에 거한다는 것. 그게 고통을 유발한다. 죄악의 사유 너머에서 카프카는 인간의 진실을 추구한다. 내면적인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선 오직 진실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열매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내부에 이미 작동하고 있다. 담장 너머 어딘가에 있는 허상이 아니라 복잡한 세계 내부에 이미 진실은 있다. “진실한 길은, 허공이 아니라 땅 위에 가까스로 걸려 있는 밧줄 위로 나 있다.” _김유태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진실된 길은 땅 위에 가까스로 걸린 밧줄 위로 나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죄에 관한 고민을 날것 그대로 담은 책 프란츠 카프카는 풀리지 않는 숙제, 미지의 문이다. 현대의 세계문학이 전부 카프카 문학의 '주석(注釋)'이란 말이 돌 정도로 카프카는
n.news.naver.com
죽음
죽음은 우리 앞에 있다. 마치 교실 벽에 걸려 있는 알렉산더 전투에 대한 그림처럼. 우리가 행위를 통해서 이 세상에서 그 그림을 흐리게 하느냐 아니면 아예 지워버리느냐에 달렸다. _김유태
생명 연장에만 집착하다 보면 삶을 완성할 기회를 놓치고 정신적 유산을 남기지 못한 채 떠나게 된다. 죽음은 ‘허무한 끝’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의미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_윤영호, 『삶이 의미를 잃기 전에』(안타레스, 2025)
집
“사라진 집, 찾기를 그만둔다, 내가 집.” (중략) “집이 된다, 나 자신이 집이 된다.” (중략) “좁다란 집을, 바다에 띄워보니, 광활해지네.” _다와다 요코, 『태양 제도』, 정수윤 옮김(은행나무, 2025), 326쪽
집이란 잃어버린 땅이나 사라진 장소가 아니라 문화와 언어, 삶을 공유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간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이 집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집이 된다면, 집을 잃을 거라는 불안은 사라질 테고 누구든 초대하고 넓혀갈 수도 있을 것이다. _김현진
청춘
노년이 청춘에게 부러워하는 것은 단지 활력, 아름다움, 위협을 무릅쓰는 패기, 인지적 유연성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 생생하게 새로 태어나는 삶의 자세다. 배우고 발견할 것도 많고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일, 느껴봐야 할 감정이 많은 청춘이 부럽다. 이 본능적 욕구를, 설령 순진해 빠진 사람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켜야 한다. _파스칼 브뤼크네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이세진 옮김(인플루엔셜, 2021)
초록빛
고대에 시작된 목가시(pastoral)의 전통에서부터 초록빛은 바쁜 현실을 떠나 전원적 풍경 속으로 잠시 몰입하게 하는 시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빛깔이었다. 문명이 더욱 발전하고 복잡한 도시 생활이 본격화된 이래로, 초록빛은 더욱 중요한 색으로 시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낭만주의 시인들은 자연으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된 인간의 삶을 탈피하고자 했으며, 그 이후 초록빛 세상 속에서 위안과 치유를 얻고자 하는 시도는 수많은 시를 통해 거듭되어 왔다. 잔디밭이나 풀밭, 언덕과 같은 자연경관은 시 속에 새겨져 지금 당면한 현실에서 이런 초록의 풍경 속으로 직접 뛰어들 수 없는 이들이 겪는 아픔을 상상적 몰입을 통해 어루만져 주었다. 카슨은 시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이런 자연물들을 언급한 후 여기에다 “넓고 오래된 벨벳 소매”를 덧붙임으로써 초록빛을 가진 사물들을 다양하게 짚어내고, 자연과의 교감뿐 아니라 과거의 따뜻한 기억에 대한 향수 역시 정서적인 치유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눈을 진정”시키는 “초록빛”은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기운을 전달해 주면서 매일 반복된 일상에서 혹사당하는 육체와 정신을 재생시켜 줄 에너지의 충전을 가능하게 한다. _조희정
아픔을 달래는 '초록빛': 시의 힘에 대한 성찰 [PADO]
모든 것이 점점 더 물질적 가치로 환원되고 평가받는 듯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시는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효용을 중요시하고 이윤을 추구해야 비로소 살아남는 현대인들에게 시가 의미
n.news.naver.com
춤
부수어져 활짝 열렸다면 춤을 추라. 붕대를 풀어버렸으면 춤을 추라. 싸우는 와중에 춤을 추라. 너의 피에서 춤을 추라. 완벽히 자유로워졌으면 춤을 추라. _루미
춤은 뇌의 기저핵과 소뇌 가동을 촉진하고 운동에 관여하는 운동 피질도 활성화한다. 춤을 추면 뇌가 자기 몸의 행동과 움직임, 그리고 자기 몸의 위치를 인식하는 고유수용감각의 스위치가 켜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춤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기분이 나아지게 하며 우울증도 물리치게 해준다. 좌뇌와 우뇌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세포의 활동도 증가시킨다. 요르단으로 피란한 시리아 여성들은 실내 밸리댄스 교습으로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다. 핀란드의 한 연구에서는 어릴 때 무용을 배운 남성들은 자기인식과 건강한 자아 정체성이 증대되며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치매
사이토 마사히코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노인 인지증 연구자다. 그의 어머니는 83세에 치매를 진단받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긴 일기에 따르면, 그 조짐은 16년 전인 67세부터 시작됐다. 그의 어머니는 초반에는 활발한 사회생활을 이어가나, 점차 말과 행동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한다. 단어 반복, 날짜 착오, 문장 빠뜨리기 등이 번져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어머니 자아는 점점 허물어진다. 그러나 “이 허물어짐은 무너짐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모양”이다. 어머니는 일기에서 물건을 잃어 당황하는 자신을 나무라고, 말실수에 자책하면서도 “내일은 괜찮아지겠지”라는 기대를 품는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 상실’이나 환자 자신은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끝내 인간다움을 간직하려는 분투를 기록한 ‘서사’이다. 치매 환자들은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염원과 후회 등 다양한 감정과 함께 인간다움을 마지막까지 간직한다. _사이토 마사히코, 『알츠하이머 기록자』, 조지혜 옮김(글항아리, 2025)
친절
친절은 자신감의 표현이며, 끊어진 다리를 다시 연결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_홍순철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당신이 친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이유
남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애쓰는 사람 또는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을 요즘 ‘피플 플리저(People Pleaser)’라고 부른다. 타인의 애정과 인정을 얻기 위해 항상 남이 원하는 것
n.news.naver.com
커피
잘 끓인 커피 한 잔을 따뜻하게 마시면서 (중략) 명곡 한 곡조를 듣는 그 안일과 그 맛이란 역시 도회인만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낙이다. _채만식, 「다방찬」(1937)
터널 사고
이스라엘 심리학자 아리엘 메라리는 평범한 사람이 점진적으로 극단적 신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터널 비유’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넓고 다양한 시야를 가졌던 사람이 점차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서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결국 터널 안에 갇혀 단 하나의 방향만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터널’은 강력하고 효율적인 교육 방식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희생시킨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처음에는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던 사람도 격리 상태에서 극히 부족하고 왜곡된 정보를 계속 접하다 보면 점차 극단적인 시각을 갖게 마련이다. 심리적 세뇌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사고의 폭을 좁히는 방식이다. 결국 개인은 특정 이념에 갇혀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이는 흔히 본인이 과거에 가졌던 가치관마저 부정하게 만들고 극단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포토 보이스
특정 주제에 대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매개로 사람들의 의견을 끌어내는 질적인 연구 방법
폭력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다.” 즉, ‘나는 존재 자체가 폭력이다.’ 메를로퐁티의 이 짧은 말에 모든 답이 있다. 이 삶의 진실을 아프게 자각할 때, 건강한 부채감과 부단한 자기성찰의 틈이 열린다. 건강한 부채감을 기꺼이 껴안고 자기성찰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타자들을 섬세하게 대하며 최대한 ‘더 작은 폭력’과 ‘인간적인 폭력’을 행사하려고 애를 쓰며 살아갈 수 있다. _황진규, 『틈을 내는 철학책』(철학흥신소, 2024), 181쪽.
“우리는 다 누군가의 죽음을 먹고 사는 거야.” 이 당연한 말에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여태껏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침에 먹었던 밥은 벼의 죽음이고, 햄버거는 소의 죽음이며, 저녁에 먹었던 삼겹살은 돼지의 죽음 아니던가. 그렇다. 타자의 죽음을 취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중략)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다.” _황진규, 『틈을 내는 철학책』(철학흥신소, 2024), 172쪽.
메를로퐁티는 폭력 그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것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삶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중략) 인간에게 폭력은 숙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순진무구함(비폭력)과 폭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폭력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폭력은 어떤 종류의 폭력일까? 두 가지 폭력을 선택해야 한다. ‘더 작은 폭력’과 ‘인간적인 폭력’. 이 두 가지 폭력이 우리를 조금 더 기쁜 삶으로 안내할 폭력이다. (중략) ‘더 작은 폭력’은 ‘조금 더 적게 삼겹살을 먹는 것 혹은 남기지 않을 만큼 삼겹살을 주문하는 것’ 같은 행위다. ‘인간적인 폭력’은 부당한 지시와 폭력에 저항하는 대안적 폭력을 말한다. 오히려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저항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_황진규, 『틈을 내는 철학책』(철학흥신소, 2024).
피플 플리저(People Pleaser)
남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애쓰는 사람 또는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을 요즘 ‘피플 플리저’라고 부른다. 타인의 애정과 인정을 얻기 위해 항상 남이 원하는 것을 우선에 두고 자신의 욕구를 제쳐두는 사람이다. _홍순철
행복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옳은 말이다. 이 말은 돈을 주지 않아도 가장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돈 이외에 추가로 대가로 주어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_토마스 에릭슨,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손화수 옮김(레디투다이브, 2025), 159쪽.
모든 비교는 상대적이며, 행복은 성취보다는 비교에서 온다. 비교하기에 결핍을 느끼고, 결핍을 느끼기에 경쟁하며, 경쟁하기에 삶의 활력소를 얻는다. _토마스 에릭슨,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손화수 옮김(레디투다이브, 2025).
현대미술
현대미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기보다는 당혹스럽게 만들고,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의 진짜 삶이 그러하듯이. _조숙현, 『가까운 미술』(아트북프레스, 2025).
호기심
30여 년 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교육부 총괄을 맡았던 필립 예나원은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관람객의 80%가 그림을 보며 한 가지 압도적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 바로 ‘호기심’이다. “인간은 탐구 끝에 답을 얻어 호기심을 충족하면 뇌의 보상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몸에 퍼져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뿐 아니다. 호기심은 공감력을 키우고 관계를 강화한다. _수전 매그새먼 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허형은 옮김(윌북, 2025).
혼란
불가해한 혼란을 대할 때의 태도는 살아온 날의 습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텐데, 나는 함몰되지 않고자 차라리 열려버린다. 뭔가가 내 안에서 열리고, 또 열린다. (중략) 벽지와 조명등이 떨어져 내리는 통제 불능의 공간에서 힘을 빼고 두 다리와 두 팔을 크게 벌려 서는 자. 그 사람이 나란 생각으로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나는 종은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_기준영, 『내일을 위한 힌트』(문학동네, 2025), 11쪽.
화학물질
유럽의 한 패션업체는 직물 1킬로그램당 화학물질 466그램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손바닥만 한 두부 한 모가 대략 300그램이니, 옷 1킬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두부 1.5개 분량의 화학물질이 방류되는 셈이다. _이소연,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돌고래, 2023), 45쪽.
휴머니멀리즘(humanimalism, human+animal+-ism, 인간동물주의)
인간 중심주의와 종 차별주의를 넘어서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에 위계질서를 세워서는 안 되며, 인간, 동물, 식물을 아우르는 보편적 생명 법칙을 주장. “지각력을 지닌 모든 존재는 동등한 관계에서 존중을 바탕으로 종과 종 사이에 유대를 맺을 권리가 있다.” _아스트리드 기욤
'평론과 서평 > 절각획선(切角劃線)'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능성에 대하여(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 2025년 3월 23일) (0) | 2025.03.30 |
---|---|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3월 16일) (2) | 2025.03.16 |
삶이란 잔혹한 것 (0) | 2025.03.12 |
인간은 왜 이야기를 읽는가 (0) | 2025.03.09 |
신문 책 소개에서 가져온 말들(2025년 3월 8일)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