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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독재자, 도널트 트럼프를 방지하는 방법 한때 우리는 민주주의의 배신자들, 즉 법치를 조롱하고 무시하며, 포퓰리즘적 선동을 일삼고, 막강한 권한을 사용해 정부 기관을 공격하고, 민주적 규범을 위반하는 독재자들을 쉽게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의 잘못과 오류를 낱낱이 지적해 시민들 각성을 촉구하고, 탄핵이나 선거 등 합법적 절차를 통해 ‘스트롱맨들’을 몰아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트럼프는 되돌아왔고, 현재 합법과 불법을 공공연히 넘나들면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무엇이,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미국은 왜 오래되고 익숙한 민주주의로 돌아가지 못했을까. 이 물음은 시민 힘으로 계엄령을 저지하고, 대통령을 탄핵한 후, 새 대통령을 선거한 우리에게도 시급하다. 『정부의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사회평론 펴냄)에서 윌리엄 하..
노벨상·베스트셀러·할리우드 억대 판권… 한국문학 해외 진출 다음 과제는? 최근 한국 문학이 할리우드 영화의 원천 소스로 주목받고 있다. 소설의 영상화는 원작의 판매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출판계 호재다.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 만으로도 출판사 자체 홍보와는 비교되지 않는 스케일의 마케팅 효과를 일으키고, 유명 감독이나 제작사가 합류할 때마다 뉴스가 쏟아진다. 지난달 천선란 작가의 SF소설 『천 개의 파랑』이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6억 원대 영화화 판권 계약을 체결한 것이 단적인 예다. 워너브라더스는 ‘해리포터’, ‘듄’ 등 유명 시리즈 영화를 제작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정유정 작가의 스릴러 『종의 기원』은 글로벌 영화 제작사 RT 피처스에 3년 전 영화화 판권이 팔렸고, 편혜영 작가의 스릴러 소설 『홀』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제작..
양자 컴퓨터란 무엇인가 현황 ​양자 컴퓨터는 현재의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원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양자’라는 새로운 성질을 더해서 기능을 향상한 컴퓨터이다. (1-18쪽) 양자 컴퓨터에는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다. 컴퓨팅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때문이다.주판, 시계, 계산기, 컴퓨터 등 지금까지 발명된 모든 계산 도구는 숫자를 계산하는 규칙을 물리 현상으로 대체하여 계산한다. (1-33쪽) 양자 컴퓨터는 원리적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스위치를 사용하는 계산기(트랜지스터)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다.사람들 착각과 달리, 양자 컴퓨터는 현재 우리 곁에 이미 존재한다. 2019년 1월부터 IBM에서는 양자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에 구글은 “최첨단 슈퍼컴퓨터로도 푸는 데 1만 년 걸리는 문제를 우..
주술적 과잉 사고에서 벗어나는 법 오늘 아침 슬로우뉴스가 내 토요일자 매경 칼럼을 요약해 실었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우리편 과몰입에서 벗어나 성찰적, 관조적 사고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쓴 글인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소개한 듯하다. 아래에 전문을 옮겨 둔다. ====오늘날 우리는 허풍쟁이들이 각종 음모론을 퍼뜨려서 온라인 숭배자를 불러모은 후, 그 시간과 돈을 착취하는 ‘대규모 환각 체험’ 시대를 살고 있다. 이성의 불빛이 꺼져 가고 공론장이 해체되는 이 시대를 정치학자들은 음모론의 시대로, 철학자들은 개소리의 시대로, 심리학자들은 확증편향의 시대로, 사회학자들은 주의력 착취의 시대로 부른다. 무어라 하든 인류의 마음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다는 건 분명하다. 『합리적 기만의 시대』(아르테 펴냄)에서 미국 문화평론가 어맨다..
2025년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책 얼마 전 문학 망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올해 상반기 교보 베스트셀러는 문학이 대부분 차지했다. 한강 효과가 크다. 올해 상반기 소설 분야 판매가 전년 대비 28.1%의 신장률을 기록했고, 한국소설 분야는 전년 대비 58.2% 상승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1위), '채식주의자'(5위), '작별하지 않는다'(7위)가 베스트셀러 10위 중 세 자리에 들었다. 이른바 역주행 베스트셀러인 양귀자의 '모순'(3위), 정대건의 '급류'(6위) 등도 상위권에 위치했다. 소설은 아니지만, 김영하 에세이 '단 한 번의 삶'(9위)도 들어 있다.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에 따른 착시 효과도 좀 있지만, 전반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분명하다. 물론,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 25년간 사이클을 볼 때,..
영원한 햇빛 외(최현우) 영원한 햇빛 ​ 그런 일이다책장과 벽 사이에 끼어 있던쓰다 만 공책을 발견하는 일이곳에 살다가 저곳으로 옮겨본 적 있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곳 볼 수 없는 곳 그늘의 인대가 끊어진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파양된 기록이 누군가 탈피하며 벗어 놓은 구겨진 허물이라는 것 열쇠를 가진 줄 알고 문의 저편만 찾아다니느라 구멍을 뚫고 다녔지 그러다 그 구멍 너를 모조리 삼켰고 모든 짐을 다 싸고도 들어갈 곳 없어 어제까지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공책이 사라졌다 사각형 햇빛 한 칸만 그 자리에 있다 중단할 수 없는 이 빛 자꾸만 대신하여 맨 위에 포개지는 끔찍해서 아름다웠던 햇빛 ==== 어쿠스틱 한사코 밀폐된 줄 알았으나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남지 않았으나 그렇게 기대앉을 혼자만의 방이라는 건 기쁨의..
줌치라는 말을 배우다 “돈이 요물인기라. 줌치를 열래야 열 줌치가 없대이.” 권영란과 조경국의 『경상의 말들』(유유, 2024)에 나오는 문장이다. 유유 출판사의 문장 시리즈 중 지역 말(사투리)를 펼치는 에세이는 우리말의 사용성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편집 구성은 책(주로 문학 작품)에서 지역 말이 쓰인 예를 한 구절 뽑고, 이에 대해 저자들이 짤막한 생각을 펼쳐 가는 형태로 되어 있다. 충남 서부 지역 말과 서울말에만 익숙한 나로선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내 안의 언어 스펙트럼이 약간이라도 늘어난 기분이 들어 신기하다. 위에 소개한 ‘줌치’ 같은 말도 그중 하나다. 처음엔 물고기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허리춤에 차는 ‘주머니 또는 호주머니’를 일컫는 말이었다. 읽고 보니 아주 어렸을 때 이웃 어른이..
한편 소영의 합리적 사고 약속하고 나서야 약속이 생겨나는 이유를 떠올리며 소영은 아직 옷을 고르지 못했다. 자기소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름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았다. 소영이라는 이름은 흔해서 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동시에 세 사람이 소영이 되어버렸다. 그들 중 영미라 불렸던 한 사람의 눈가에는 저번 生과 같은 자리에 점이 있다. 옷장의 옷들을 보며 소영은 자신의 지나간 역할을 생각했다. 소영은 소영에게 적합한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이번 모임을 대하는 최선의 자세라 여겼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이 둥근 천장의 방에서는 다들 결말보단 과정의 전문가들이니까. 수년째 소영이었다는 어떤 사람은 양복을 입고 등장하더니 즉석에서 성별을 바꾸고 소영을 그만두기도 했지만. 소영은 고민했다. 무엇을 입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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