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과 서평 (373)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영하,『아랑은 왜』(문학동네, 2010)를 읽다 김영하,『아랑은 왜』(문학동네, 2010)를 읽었다. 김영하 소설을 모두 모아서 읽기 시작한 게 6월 중순이었으니 벌써 두 달이 지난 셈이다. 그동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문학동네, 2010), 『호출』(문학동네, 2010),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문학동네, 2010)에 이어 네 번째 작품이다. 그 사이에 신작 경장편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을 읽었으니 모두 다섯 권의 작품을 읽었다. 쌓아 놓고 읽는 작품들이 많아서 본래 예상보다는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린 템포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아랑은 왜』를 읽고 난 후 일종의 회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작품이 아니라 작품 바깥의 일들이 더 많이 떠올랐던 것이다.『아랑은 왜』는 아.. 김영하,『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문학동네, 2010)를 읽다 예전에 이미 블로그에 올린 바 있지만, 요즘 김영하의 소설을 모두 구해 읽고 있다. 이런저런 읽을 일들 때문에 다소 늦추어진 탓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문학동네, 2010)과 『호출』(문학동네, 2010)에 이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문학동네, 2010)를 오늘에야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나온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을 읽은 것까지 감안하면 네 번째로 완독한 것이다. 예전에 모두 읽었지만, 디테일이 아주 새롭게 다가온다. 짤막한 글이라도 따로 쓰기에는 시간이 지나 버려 줄이지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10년 후쯤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 밑줄들 ― 2013년 7월 31일 오늘은 하루 종일 쌓아 두었던 잡지들을 읽었다.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을 막 다 읽어 낸 때였고, 오현종 장편소설 『달고, 차가운』(민음사, 2013)과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실릴 최민석 장편소설 「풍(風)의 역사」를 읽으려던 참이었다. 문득, 사무실 탁자 위에 쌓아 둔 신문, 잡지 들이 눈에 밟혔고, 이것들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생각했다. 아래는 그 흔적들이다. 1 「박정태의 고전 속 불멸의 문장과 작가」( 《중앙선데이 매거진》 2013년 7월 14일자 28면)를 읽다. 간결하고 재미가 있어서 꼬박꼬박 챙겨 읽는 칼럼이다. 이번에 다룬 작품은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다. 칼럼에 나오는 『토니오 크뢰거』의 구절들.“당신은 길을 잘못 든 세속인입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세.. 비재(非在)들을 위한 점멸 화법 ― 조해진, 『아무도 보지 못한 숲』(민음사, 2013)을 읽고 여수는 물은 아름답고 사람은 넉넉했으며 음식은 맛있었다. 장어를 샤브샤브로 살짝 데쳐서 먹는 하모 유비키는 혀에 닿자 녹아 내렸고, 갓김치는 이에서 사각대더니 알싸한 맛을 정수리까지 전달했으며, 군평선이(금풍생이)와 서대 구이는 쫀득하게 씹히면서도 고소해서 자꾸 젓가락이 갔다. 갯벌에서 잡힌 각종 해물들을 한 상에 크게 차려 내는 갯것정식은 다채롭고 화려하고 신선했으며, 사이사이 각종 무침들과 맛 깊은 묵은지들은 밥을 불러들였다. 지난 겨울에 갔던 목포가 전라우도 음식의 극이라면, 올 여름 여수는 전라좌도 음식의 절정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어제 저녁까지 사흘에 걸쳐 여수에 다녀오느라 전혀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회사 갔다가 돌아와 잠들기 전에 잠시 짬을 내서 지난주에 읽었던 조해진 장편소설 『아무도 보.. 카프카,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서용좌 옮김, 아인북스, 2011)를 읽다 카프카의 편지 모음집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서용좌 옮김, 아인북스, 2011)을 읽다. 1900년 김나지움에 다니던 열일곱 살 때부터 1924년 마흔한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카프카는 수많은 편지를 썼다. 이 책은 독문학자 서용좌 교수가 그중 100편을 가려 뽑아 옮긴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에 그다지 큰 재미를 붙이지 못했지만, 어떤 오기로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문학에서는 위대한 사내였지만 일상에서는 그저 찌질한 남자에 소심한 불평쟁이에 지나지 않았던 카프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쁨은 있었으나, 평생의 절친 막스 브로트를 비롯해 펠리체 바우어, 그레테 블로흐 등 카프카의 여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는 대개는 지나치게 사적이고 지엽적이어서 관련 정보가 그다지 .. 프리드리히 횔덜린, 『휘페리온』(장영태 옮김, 을유문화사, 2008)을 읽다 횔덜린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가난하던 아버지가 해 주었던 유일한 책 선물이 횔덜린을 다룬 하이데거 책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책을 조르던 나를 견디다 못해 당신은 회사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 오셨는데, 어떤 연유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책이 바로 횔덜린을 다루고 있는 하이데거의 『숲길』을 부분 발췌한 책이었다. 어린 나이(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로는 몇 줄 읽어 나갈 수조차 없이 난해했지만, 거기에서 다루었던 횔덜린 시 몇 편을 그나마 흥미롭게 읽었던 것만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한다. 고등학교 올라가서 문예반에서 시를 쓸 때, 노트에 적었던 것을 끄집어 내서 이리저리 변주해 보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횔덜린은 내 원초적..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 · 당통의 죽음』(홍성광 옮김, 민음사, 2013)을 보고 읽고 듣다 어떤 책은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내 삶으로 들어온다. 요즘 읽은 책 중 하나인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 · 당통의 죽음』(홍성광 옮김, 민음사, 2013)이 그렇다. 사실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잘 몰랐다. 뷔히너라면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고,(물론 대학 다닐 때 『당통의 죽음』을 읽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게오르크 뷔히너 상이라는 독일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에 붙은 이름으로 주로 들어 보았을 뿐이었다. 물론 이 문학상이 범상치 않은 것인 만큼 그 작품의 무게와 깊이도 남다를 것이 틀림없어 보였지만, 희곡이라서 그런지 좀처럼 읽어 볼 마음이 일지 않았다.그런데 기적처럼 뷔히너의 희곡을 읽게 된 계기가 연속으로 내 삶에서 일어났다. 그 첫 번째는 풍월당 대표이자 음악 평론가인 박종호 선생과의 만남..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양윤옥 옮김, 좋은생각, 2007)을 읽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은 꽤 오래전에, 그러니까 아마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무렵에 읽고 지금까지 큰 관심을 두고 찾아 읽지는 않았다. 신구문화사나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등에 섞여 있던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우미인초」 같은 작품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 때. 이광수의 소설을 공부하면서 소세키가 자주 언급되곤 했는데, 그때는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일본 작품에 대한 폄훼가 살짝 학교 분위기여서 다시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중에 회사에 들어와서 시마다 마사히코의 『피안 선생의 사랑』(현송희 옮김, 민음사, 1995)을 만들 때, 그 후에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박유하 옮김, 민음사, 2005)을 편집할 때, 꼭 한 번 다시 읽어 ..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47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