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과 서평 (372) 썸네일형 리스트형 고골, 『검찰관』(조주관 옮김, 민음사, 2005)을 읽다 명불허전. 몇 번을 읽어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은 작품이 있다. 그중 하나가 고골의 대표작인『검찰관』(조주관 옮김, 민음사, 2005)이다. 이 격렬한 유머, 치열한 풍자,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 가는 속물들의 연쇄, 작품의 인간들은 전혀 구원받을 수 없는 최악의 비천함 속에 빠져 있다. 한 치의 꺼리낌도 없이 고골은 우리를 인간의 속물성이 고스란히, 조금의 그늘도 없이 폭로되는 그 잔혹함 속으로 몰고 간다. 읽는 내내 정말로 즐거웠다. 조주관 선생의 해설은 이 작품의 미학적 성취와 쟁점 들을 고스란히 정리해서 보여 준다. 고골의 영원한 현재성은 근본적으로는 작가 본인에게서 나오겠지만, 어쩌면 이런 방대하면서도 정열이 넘치는 러시아 비평가들의 미학적 투쟁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오늘날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수면 기계 속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강성은의 두 번째 시집을 읽으면서 작은 글을 하나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중에는 전혀 틈을 낼 수 없었는데, 오늘밤 잠시 틈을 내어 글을 하나 쓸 수 있게 되었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메모해 둔 것들을 이어붙인 것이라서 미숙하다. 하지만 즐겁다. 읽고 쓴다, 읽고 쓴다, 읽고 쓴다. 이 반복은 얼마나 즐거운가. 다른 수많은 반복들에 비하여 얼마나 기쁜가. 그 기쁨을 다시 반복하기 위해 여기에 올려 둔다. 수면 기계 속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1 이상한 일이다. 나는 강성은의 첫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창비, 2009)를 읽었을 때, 전혀 '잠'에 대해 의식하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제목에 ‘잠’이라고 적혀 있는데.. 카프카, 『위대한 꿈의 기록』(북인, 2005)을 읽다 내가 가진 카프카 책들 완독 중. 그러니까 네 권의 소설과 서한집, 일기 등 이런저런 책들. 지나는 길에 오래전에 사 두었던 카프카의 『위대한 꿈의 기록』(북인, 2005)을 읽었다. 이 책은 예전에 나왔던 『카프카의 아포리즘』(청하, 1990)을 다시 펴낸 책이다. 『위대한 꿈의 기록』의 서문인 「책을 펴내며 ― 카프카의 부활을 위한 헌사」에 보면, 『카프카의 아포리즘』은 연출가이자 시인인 이윤택 선생이 부산 가마골소극장 단원들과 함께 호구를 면하려고 엮어 옮긴 책으로 되어 있다. 『위대한 꿈의 기록』은 청하 판본에 이윤택 선생의 희곡 「꿈의 기록」 대본을 부록으로 붙여서 한 권의 책으로 꾸민 것이다. 「꿈의 기록」은 카프카의 작품 「변신」을 1990년대 한국 상황과 연결해 재창조한 작품으로, 이윤택 .. 살인에 대하여(셰익스피어) 살인에는 정말 성역이 있어선 안 되고, 복수에 한계는 없어야지.(『햄릿』 중에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나오는 독서 잡지 《책&》에 실린 소설가 김연경의 연재글 「명작의 탄생」에서 다시 옮겨 적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대한 글이었는데, 글솜씨가 좋아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그 많고 많은 햄릿의 명구절 중에서 저런 구절을 뽑아 갈등하는 햄릿을 머릿속에서 부추긴 것이 흥미로웠다. 이달 말까지로 예정한 카프카 읽기가 대충 끝나면, 셰익스피어 작품을 모조리 구해서 읽어 볼까 하는 생각. 망오십(望五十), 매우(梅雨)에는 닥치고 독서 1두 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는 시내에 전시회를 보러 외출하려다가 왠지 ‘읽는 일’을 하고 싶어져서 하루 종일 소파와 침대와 책상을 오가면서 책을 읽었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파워 클래식』(어수웅)에 실린 짤막한 서평 몇 꼭지를 챙겨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본사 및 세계사 이해에 새로운 시각을 던진 화제작 『중국화하는 일본』(요나하 준)을 읽고, 그다음에는 『도련님』(나쓰메 소세키),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카프카), 『검찰관』(고골), 『휘페리온』(횔덜린) 등의 고전, 『육체쇼와 전집』(황병승), 『단지 조금 이상한』(강성은) 등의 시집, 『배를 엮다』(미우라 시온),『엄마도 아시다시피』(천운영) 등의 소설, 그리고 2010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열 권짜리 김.. 박강 시집 『박카스 만세』를 읽고 1어제는 박강의 첫 시집 『박카스 만세』(민음사, 2013) 출판 기념회가 대학로에서 있었다. 광화문 모임에 나갔다가 문정희 선생님을 비롯해 권혁웅, 조강석, 이재훈, 주영중, 손미 등을 만났다. 역시 시를, 문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있을 때 나는 가장 뜨거워진다. 즐겁고 기뻤다. 새벽에 술에 취한 채 작은 글을 하나 썼다. 미완이지만, 여기에 일단 옮겨 둔다. 2박강의 시는 대개 "새로 손금을 파고 싶"(「폭설」)어 하는 청년들의 불우를 재료로 삼는다. "실패" "좌절" "비명" "해직" 등 죽음을 향해 느리게 이동하는 하강의 단어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죽지 못해 삶을 사는 이들의 삶을 그저 직관할 때 그의 시들은 역설적으로 놀라운 활력과 충격을 만들어 낸다. 크면 꼭 빤스 입은 슈퍼맨이 되야 하나.. 라 셀레스티나(을유세계문학전집 31) 페르난도 데 로하스의 『라 셀레스티나』(안영옥 옮김, 을유문화사, 2010)는 1499년에 나온 스페인 최초의 소설이다. 구성은 인물들 사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희곡처럼 되어 있으나 공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읽어 주는 소설로 알려져 있다. 칼리스토와 멜라베아의 비극적 사랑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욕망을 숨김 없이 그려낸 이 작품은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시기에 나와서 중세 가톨릭 전통과 신흥 르네상스 정신이 뒤섞인 채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이후에 전개될 스페인 정신의 한 원형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등장 인물들의 개성을 남김 없이 드러내는 강렬한 표현들과 생동감 넘치는 대화는 이 작품이 왜 걸작인지를 저절로 알게 해 준다. 게다가 페이지마다 .. 치누아 아체베, 세상을 떠나다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가 세상을 떠났다. 82세였다. 젊을 때부터 읽고 마음에 간직해 왔던 문학과 사상의 대가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이들어 감의 한 증거일까. 비워지는 것은 늘어만 가는데, 채워지는 것은 간혹이다. 쓸쓸한 감정에 주말이 즐겁지 않다. 치누아 아체베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9세기 말 아프리카의 한 부족 마을이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탈식민주의 소설의 명작이다. "자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평생 동안이나 추방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얌도 자식까지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난 한때 아내가 여섯이었지. 지금은 왼쪽과 오른쪽도 구별 .. 이전 1 ··· 41 42 43 44 45 46 47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