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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소설 / 희곡 읽기

프리드리히 횔덜린, 『휘페리온』(장영태 옮김, 을유문화사, 2008)을 읽다




횔덜린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가난하던 아버지가 해 주었던 유일한 책 선물이 횔덜린을 다룬 하이데거 책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책을 조르던 나를 견디다 못해 당신은 회사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 오셨는데, 어떤 연유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책이 바로 횔덜린을 다루고 있는 하이데거의 『숲길』을 부분 발췌한 책이었다. 어린 나이(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로는 몇 줄 읽어 나갈 수조차 없이 난해했지만, 거기에서 다루었던 횔덜린 시 몇 편을 그나마 흥미롭게 읽었던 것만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한다. 고등학교 올라가서 문예반에서 시를 쓸 때, 노트에 적었던 것을 끄집어 내서 이리저리 변주해 보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횔덜린은 내 원초적 시인이고, 김소월과 한용운과 김현승과 함께 읽었던 유일한 외국 시인이다. 어쩌면 나는 고등학교 내내 시를 쓰면서 김현승과 횔덜린을 하라로 묶어서 시에서 구현해 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택도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횔덜린의 유일한 소설 『휘페리온』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고등학교 때 한 번, 대학교 때 한 번, 도저히 소설로는 보이지 않는, 비유로 가득 찬 시적 문체와 난해한 신화적 상징들을 못 이기고 줄거리 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지루했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 보니 『휘페리온』은 일종의 영적 고양 상태를 통해 더 높은 정신을 얻으려는 나아가려는 한 청년 휘페리온이 사춘의 계절에 겪는 사랑과 인생을 다룬 청춘 성장 소설이자 교양 소설이다. 이런 소설들은 그 또래 때에는 이성이 따르지 못해 읽어 내기 어렵고, 나이 든 후에는 감성이 좇지 못해서 끝내기 어렵다. 더욱이 그리스, 로마에서 뻗어나온 서구의 교양을 갖추지 못한 동양인으로서는 독서 자체가 괴로움이 되기 십상이다. 장영태 선생의 번역과 꼼꼼한 주석이 격려해 이끌어 주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이 여정을 끝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휘페리온』은 터키 식민지 아래에 있던 그리스를 배경으로 해서 한 예민한 젊은이가 우정, 사랑, 투쟁 등을 겪으면서 성숙함에 이르는 과정을 서간체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휘페리온의 성숙에 영향을 미친 사람은 어릴 적 스승인 아다마스, 청년기의 친구 알라반다, 사랑하는 여인 디오티마이다. 이들은 각각 보편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혼돈에 빠진 인간 정신의 모험이 개별을 넘어서 다시 보편으로 회귀하려는 과정을 조용히 대변한다. 진실하면서 윤리적인 동시에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 인간이면서 사회여야 하고 동시에 자연이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일체를 향한 영원한 여정 위에 있다는 것, 이것이 휘페리온의 중심에 놓인 생각이다. 이를 보여 주기 위해 횔덜린은 시이자 산문이고 노래이자 철학인, 아름다운 논리로 가득 찬 서간체 문체로써 이 소설을 수립한다. 이 문장은 거의 한 군데도 버릴 곳이 없다. 격정적인 동시에 구조적이고 몽환적인 동시에 합리적이다. 김우창 선생인 말하는, "심미적 이성"이 바로 이런 형태일까. 나중에 시간을 내서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이다.



=== 책 속에서


제1권

― 가장 위대한 것에 의해서도 제약받지 않으며, 가장 작은 것에 의해서도 포용되는 것, 그것이 신적인 것이다. 


서문

― 나의 꽃나무에서 단순히 냄새만을 맡는 사람은 그 나무를 알지 못할 것이며, 무엇을 알아 내려고 그 꽃나무를 무턱대고 꺾는 사람도 그것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 어느 한 인물의 내면에서 불협화를 해소하는 것은 단순한 사상이나 공허한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제1서

― 삼라만상과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은 신성의 삶이며 인간의 천국이다. / 살아 있는 삼라만상과 하나가 되는 것, 행복한 자기 망각 가운데에서 자연의 총체 안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것은 사유와 환희의 정점이자 성스러운 산봉우리이며 영원한 휴식의 장소이다.

― 오, 인간은 꿈꿀 때는 하나의 신이지만 생각에 젖을 때는 거지이다.

― 인간들의 카멜레온과 같은 색깔에 물들지 않는 한 어린이는 신적인 존재이다. / 있는 그대로가 전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는 그처럼 아름답다. / 법칙과 운명의 강요는 어린이에게 미치지 않는다. 어린이의 마음 안에는 오로지 자유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 그의 내면에는 평화가 있다. 어린이는 저 스스로 반목하지 않는다. 그의 내면에는 풍요로움이 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삶의 궁핍을 모른다. 어린이는 죽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는 영생불멸이다. /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을 참지 못한다. 신적인 것도 사람들 중의 하나처럼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되고, 인간들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자연이 어린이를 그의 천국으로 내쫓기 전에 인간들은 어린이를 달래 재앙의 들판으로 끌어내어 어린이가 자기네들처럼 땀투성이가 되어 지치도록 일하게 하는 것이다. / 그러나 때 이르게 우리를 깨우지만 않는다면 성장의 시간도 아름다운 법이다.

― 인간은 젊은 시절에 목적지가 그렇게 가깝다고 믿는 법이다! 그것은 자연이 우리 존재의 허약함을 보충해 주는 수단인 온갖 착각 중에서도 가장 멋진 착각이다.

―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면 그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한 인간이 자신보다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긴다면 그것은 신적인 일이다.

― 완전한 감동은 표면에 머물지 않는다. (중략) 모든 방향에서, 모든 깊이와 높이에서 그 감동은 순간적으로 우리를 엄습하고, 그것이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우리가 묻기도 전에 그것은 그것의 아름다움, 그 복됨 가운데로 우리를 속속들이 변화시킨다.

― 내면이 그 대상에 접해서 스스로 강건해지고, 자신을 구분하며, 좀 더 충실히 관계를 맺어 우리의 정신이 차츰 무장을 갖추게 될 때, 우리 내면에는 하나의 소중한 쾌감이 깃드는 법이다.

―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혼자일 수 없다는 것, 우리 마음속의 사랑은 우리가 사는 한 꺼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온갖 풍요로움 속에서도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

― 인간의 거친 가슴에게는 어떠한 고향도 가능하지 않다.

―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엄청난 노력, 에트나 화산의 거인처럼 우리 존재의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엄청난 분투

― 청년기의 울타리를 넘어 첫 발을 내디디는 일은 매혹적이다.

― 눈먼 이와 절름발이를 혐오하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이 눈멀고 절룩거리며,

― 오, 너희들의 아들들을 요람에서 끄집어 내 차라리 강물에 던져 버리라. 적어도 그대들이 당하고 있는 굴욕에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 위대한 행동도 고귀한 민중이 그것을 들어서 알지 못한다면 이마를 한 번 세게 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요. 뜻이 고귀한 말도 고귀한 가슴 안에서 메아리치지 않으면 시궁창에 떨어져 시들어 가는 나뭇잎과 같은 것이오.

― 노예로 사는 일은 영혼을 말살하지만, 정당한 전쟁은 모든 영혼을 생동하게 만들어 주는 법입니다.

― 신이 벌레에 좌지우지 당해야 한다고? 무한함이 그 길을 열어 주고 있는 우리 마음 가운데 있는 신이 벌레가 길을 비켜 줄 때까지 그대로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 행복하다는 것, 그것은 노예의 입에서는 졸음이 온다는 얘기다.

― 뜨거운 구역에서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새들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법이다.

― 세상 모든 일에는 오르내림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거인과 같은 모든 힘을 가지고도 무엇 하나 그대로 붙들어 잡을 수가 없다. 나는 언젠가 한 어린아이가 달빛을 낚아채려고 팔을 내뻗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달은 유유히 자신의 길을 갔다. 그처럼 우리는 그대로 서서 변모해 가는 운명을 붙잡으려고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 그대가 행복해질수록 그대를 파멸시키는 것은 그만큼 덜 힘이 들게 된다.

― 자네는 아무도 설득할 수 없어. (중략) 자네는 말하기도 전에 사람들을 설득하고 매료시키지. 자네가 말하고 나면 의심할 수가 없게 돼. 그런데 의심하지 않는 사람은 설득되지 않는 법이라네.

― 사랑과 정신이 주는 것은 강제를 용납하지 않는 법이라네.

― 국가를 도덕의 학교로 만들려는 자는 자신이 무슨 죄를 짓고 있는 지 모르는 자일세. 인간이 국가를 인간의 천국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언제나 국가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네. / 국가란 삶의 알맹이를 둘러싸고 있는 거친 껍데기 이상은 아니라네. 국가는 인간의 열매와 꽃의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라네. / 그러나 메마른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은 오직 하늘로부터 내리는 비뿐일세.

― 뜨거운 쇳물로부터 차디찬 칼이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중략) 불을 뿜어 내다 사그라진 휴화산에는 해로운 이끼가 결코 끼지 않는다.

― 사정없이 무릎과 허리를 타고 올라와 사지를 감아 옥죄고 이제는 가슴을 독기 서린 이빨로 물고 나서 또 목덜미를 무는 격노한 한 마리 뱀, 나의 고통은 바로 그것이었다.

― 입 다물게. 내 이름을 나를 향한 칼날로 이용하지 말게나!

― 오, 영원한 방황이여! 언제 인간은 너의 쇠사슬에서 벗어나게 되겠는가!

― 우리의 정신이 방황하는 마음의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나쳐 가는 슬픔을 붙잡는다는 것, 고통을 낫게 해야 할 사념 그 자체가 병든다는 것, 정원사가 자신이 심어 길러야 하는 장미 줄기에 손을 자주 찔린다는 것, 그것이 바로 비참한 일이다.

― 힘이 원하는 대로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힘의 감미롭고도 꿈꾸는 듯한 감정을 부여해 준다. 그것은 영원불멸의 아름다운 꿈들, 인간을 수없이 매료하는 사랑스럽고도 거대한 환상을 만들어 낸다. 

― 운명이 맞서 있지 않다면, 가슴의 물결이 그처럼 아름답게 거품을 내며 치솟지 않을 것이며, 정신으로 변화하지도 않을 것이다.

― 그대들이 내면적으로 시들어 갈 때 의사들이나 사제들에게 묻지 말라!

― 어느 것도 인간만큼 성장하고 또 그렇게 깊이 가라앉고 마는 것은 없다. 

― 오랜 죽음 끝에 그의 내면이 다시금 동터 올 때, 고통이 멀리로부터 희미하게 빛나는 환희를 마중하고 있는 형제처럼 그의 내면에서 모습을 나타낼 때 그것보더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 축제에서는 아무도 굶지 않는다. 가장 가난한 자조차도.

― 우리가 감동할 수 없을 만큼 그렇게 작고 하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2서

― 드높은 자연은 어린아이들과 가장 아름답게 유희했다.

― 고요함은 행복한 자들의 땅에 깃들며, 별들 너머에서 마음은 자신의 궁핍과 자신의 말을 잊는 법이다.

― 가장 뛰어난 것이 시들지라도 눈물을 흘리지 말라! 곧 다시 회춘하게 될 것이다. 가슴속 멜로디가 소리를 멈춘다고 슬퍼하지 말라! 곧 가슴의 소리를 울려 줄 손길이 다시 나타나리라!

― 해방의 순간은 온다. 그 순간은 영겁의 투쟁 시간을 보상한다.

― 최상의 것과 최선의 것은 지식의 심연에서, 행동의 소란 가운데서, 과거의 어두움 속에서, 미래의 미로에서, 무덤들 속에서 아니면 별들 너머에서 찾고 있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그 이름을 아는가? 하나이자 모두인 것의 이름을? 그 이름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 우리는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부끄러워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소리가 되고 싶어 하며 하나의 천국의 합창 안에 일치되고 싶어 하는 법이다.

― 사랑의 순간은 자연 가운데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 가장 신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거기를 향해서 삶의 문턱에서부터 모든 계단이 이어져 있다.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오며 그것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 가장 아름다운 것이 가장 신성한 것이다.

― 어떤 영혼이 순수할수록 또 아름다울수록 영혼이 없다고 불리는 다른 행복한 생명들과 그만큼 더 친밀하게 된다는 것은 영원히 확실한 일이며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일이다.

― 영원한 아름다움, 자연은 어떤 덧붙임도 참지 못하듯이 자신 안에서의 어떤 상실도 참지 못합니다.

― 우리는 다만 꽃이었다. 꽃이 사랑하며서 그 감미로운 기쁨을 닫히 꽃받침 안에 숨기고 있듯이 우리 영혼은 서로의 마음 안에 숨 쉬고 있었다.

― 미(美)만음 인간의 삶으로부터 피하여 정신 안으로 달아났네. 자연이던 것이 이상이 된다네.

― 사랑이 이 세계를 낳았고, 우정이 이 세계를 다시 탄생시킬 겁니다.

― 그대는 그대의 마음 가운데에서 사랑의 빈곤을 보아서는 안 된다.

― 당신은 인간을 원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하나의 세계를 원했던 것입니다. 한 번의 행복한 순간에 집약된 상태로 그대가 느꼈던 대로의 모든 황금빛 세기의 상실, 보다 나은 시절의 모든 정신들 중의 정신, 영웅들의 모든 힘들 중의 힘, 그것을 한 사람이, 한 인간이 당신에게 보전해 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제2권


제1서

― 병에서 회복되는 생명이 아직 병을 모르고 있는 순수한 생명보다 그 가슴에게는 더욱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청춘이 사라지고 난 때에 비로소 우리는 그 청춘을 사랑하며, 잃어버린 청춘이 다시 돌아왔을 때 비로소 그 청춘이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법입니다.

― 언어는 엄청난 사치랍니다. 최상의 것은 언제나 홀로 머물고 바다 밑에 있는 진주처럼 자신의 깊은 곳에서 쉬는 일입니다.

― 진정한 고통은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법입니다. 자신의 불행 위에 발 딛고 있는 자는 그만큼 높이 서는 법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고통 가운데에서 비로소 영혼의 자유를 진정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 나는 고향도 없고 안식처도 없이 존재하라는 숙명을 지고 태어났습니다.


제2서

― 도적의 무리를 통해서 나의 이상향을 세운다는 것은 정상을 벗어난 계획이었다.

― 오, 살아 다오, 나의 사랑하는 친구여! 나도 살아갈 수 있도록!

― 젊은이는 영웅이며, 성년의 남자가 삶을 체득할 수 있다면 그는 하나의 신이라네.

― 당신처럼 온 영혼이 한 번 상처를 받은 사람은 하나하나의 기쁨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으며, 당신처럼 허무를 느껴 본 사람은 지고한 정신 가운데에서만이 쾌활해지며, 당신처럼 죽음을 체험한 사람은 신들 가운데에서만 소생하는 법입니다.

― 당신의 고통에 옮겨 붙은 격렬한 정신의 불꽃이 당신으로부터 모든 필멸의 것을 태워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 사랑하는 사람의 주변에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이라는 말을 믿어 주게나.

― 세상을 하직하려는 사람들은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축제와 같은 말과 태도를 취하는 법이라네. 나무가 시들기 시작할 때 모든 잎사귀가 아침노을 빛을 띠지 않는가?

― 우리는 우리 자신을 통해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자유로운 욕구로부터만이 삼라만상과 그렇게 내면적으로 결합된다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네.

― 자유가 없으면 모든 것은 죽은 것.

― 각자는 자신의 신비를 지니는 법일세.

― 자연의 동맹 안에서는 충실이 결코 꿈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내면적으로 일치되기 위해서 모든 것과, 우리 자신들과 더불어 더욱 신적으로 평화롭기 위해서 헤어질 뿐입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죽는 것입니다.

― 뛰어날수록 그만큼 더 깊은 고통을!

― 고통이 없는 기쁨은 잠일 뿐이며, 죽음 없이는 어떤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법입니다. 

― 인간은 아무것도 변하게 할 수 없으며, 생명의 빛은 마음 내키는 대로 왔다가 떠나는 것.

― 존재하고 산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고대인들의 결점조차도 덕망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천진난만한, 아름다운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행한 어떤 것도 영혼 없이 행해진 것은 없었다.

― 성스러운 자연이여! 그대가 심판하리라.

― 오, 자연은 신적인 것이 틀림없다. 너희들이 파괴하는 것을 용납하면서도 자연은 늙지 않으며, 너희들과는 무관하게 아름다움은 여전히 아름답게 머물기 때문이다.

― 한 민족이 그 민족의 예술가들 안에 들어 있는 정령을 존중하면, 거기에는 마치 생명의 대기처럼 보편의 정신이 불어온다.

― 버텨서 비탄의 한 밤을 견디어 내면 새로운 축복이 가슴에 떠오른다.

― 오, 한순간 자연의 평화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느끼는 일, 그것은 생각에 찬 수년보다, 모든 것을 시도하는 인간의 온갖 시도보다 얼마나 더 가치 있는 일이었는가!

― 세상의 불협화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툼과 같고, 화해는 다툼의 한가운데 있으며, 떨어져 있는 모든 것은 다시 자신을 찾는다. 핏줄은 갈라져 심장 안에 되돌아오며, 모든 것은 일치하는, 영원한, 타오르는 생명이다.


해설


― 잘못된 삶 가운데에는 어떤 올바른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아도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