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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일하다, 사랑하다 첫 번째 산문집이 풍월당에서 드디어 출간됐다. 생활에 대한 것은 아니고, 문학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비평하고는 상관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읽기로서  그저 삶에 대한 것이고, 굳이 말한다면, 읽기를 통해서 다른 삶을 엿보면서 자유를 연습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이 막막한 세계에서 문학과 함께하는 상상의 실천만이 어쩌면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담아서 오늘도 나는 읽고, 읽고 또 읽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읽은 것에 대한 작은 회상 같은 것이다. 아래는 서점 링크다.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892671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
사랑, 일, 가족 존재의 공포에 대한 가장 좋은 방어 수단은 사랑, 일, 가족이라는 가정적인 편안함이다. 이는 우리의 바람에는 미치지 못하나, 우리의 필요에 반응하는 세상과 우리를 연결해 준다. 프로이트가 특유의 날카로운 표현으로 지적했듯, 사랑과 일을 통해 우리는 극심한 감정적 갈등을 평범한 불행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랑과 일은 우리 각자가 세상의 작은 구석을 탐험한 후, 그 자체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사소한 편안함을 폄훼하거나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대한 우리 기준은 실망을 견뎌내기에는 너무 높다. '진정한 로맨스'에 대한 우리 이상은 개인적 관계에 불가능한 부담을 준다. 우리는 삶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자신에게는 너무 적은 것을 ..
르포르타주이면서 어떻게 문학이 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문학/출판 관련 기사를 챙겨서 읽는다. 오늘 아침에 읽은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박선희 기자가 쓴 김숨 작가의 인터뷰다. 여기에 옮겨 둔다.=====김숨 작가는 여러 해에 걸친 교류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사실적 이해에 공을 들였다. 동시에 이를 점자나 노래, 희곡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시적 문장들로 풀어냈다. 상대를 타자화해 서사의 일부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대상에 순수하게 몰입한 뒤 새로운 목소리를 불러냈다. 그는 “녹취나 기록을 하지 않는 대신 제 안에서 만들어진 문장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들어야’ 한다. 그에게 “듣기는 오랜 문학적 고민이자 주제”다.“소설가에게 듣기는 지워지고 삭제된 존재, 부정당해 훼손된 존재를 되살려내..
빨강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말에 검정색, 빨강색, 하양색, 노랑색, 파랑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색을 빼고 검정, 빨강, 하양, 노랑, 파랑으로 써야 옳다. 아니면 검은색, 빨간색, 하얀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적거나 검은빛, 빨간빛, 하얀빛, 노란빛, 파란빛으로 적어야 한다. 이를 구별하는 건 편집자 입사할 때 맞춤법 시험 있으면, 자주 나오는 문제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 모르면, 전문가라고 하기 어려우니까. 그런데 요즘 책에서 자꾸 나와서 눈에 거슬린다. 혹시 그사이 맞춤법이 바뀌었나 해서 새벽에 찾아보기까지 했다. (물론 입말에선 검정색 같은 말도 쓸 수 있긴 하다.) 사실, 이런 건 인공지능이 잘 잡아낸다. 한컴 2024 같은 데서 문서를 열고, 맞춤법 기능 켜 놓은 후, 빨간 줄 그어져 있을 때마다, 한번씩 사전 찾아..
작가는 어떤 존재인가(마르셀 프루스트) “작가는 공세를 퍼붓듯 끊임없이 힘을 모으고, 피로감을 견디고, 규칙처럼 수용하고, 교회처럼 구축하고, 체제처럼 따르고, 장애물처럼 극복하고, 우정처럼 성취하고, 아이에게처럼 과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다른 세계에서만 설명이 가능하며 삶과 예술에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신비감을 빼놓지 않고 세심한 글을 써야 한다.” _ 마르셀 프루스트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결과적으로 충만하게 살아진 유일한 삶은 바로 문학이다. 예술을 통해서만 우리는 스스로에게서 벗어나 타인이 보는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고, 달의 정경만큼 알려지지 않은 풍경을 볼 수 있다.” _ 마르셀 프루스트 =====언제나 힘이 되는 문장들이 있다. 이 문장들은 새로운 번역본에서 만날 때마다 나를 감동시킨다. 이번에 나온 『프루스트의..
한국문학 판권 수출 기록 아카이브(2025년 이후) 나중에 글을 쓸 때, 필요할까 싶어서 2025년 1월 이후, 한국문학 관련 판권 수출 기사를 아카이브해 둔다.  문학 부문에서는 더 많은 국내 작품이 해외에 번역되도록 출판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 작가들이 해외 유명 문학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출판계에서는 번역대학원의 설립 근거가 되는 문학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연간 최대 80명의 번역가를 양성하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략) 출판업계 관계자는 “새해에는 보다 ‘글로컬’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내놓고 저작권 수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일 것”이라며 “출판사마다 저작권 담당자에 대한 채용을 늘리는 곳이 여럿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 서울경제 https://n.news.naver.co..
서양 서평의 역사 서양에서는 본격적 의미의 서평이 9세기 무렵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당대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였던 포토티우스는 『비블리오테카』라는 책을 간행하면서, 그 서문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읽어온 책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서적 279권의 내용을 요약한 글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그 내용의 됨됨이를 따지는 서평 행위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존재했다. 플라톤의 『파이돈』에는 소크라테스가 아낙사고라스의 책을 탐독한 후, 빈정대는 어투로 그 내용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성의 힘으로 모든 현상의 원인을 탐구하겠다고 이야기해 놓고, 실제로 시시콜콜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참된 원인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종류의 언사는 동양에서도 흔히 찾아볼 ..
글쓰기의 본질 글쓰기의 본질은 선형적 시간을,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여기 있을 수 있음을 사랑하는 것이다. _제프리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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