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첫 책
『출판사의 첫 책』(출판사 핌, 2024)은 작가 송현정이 만난 열 군데 출판사 이야기를 다룬다. 대부분 일인 출판에 가까운 출판사이지만, 이야기장수처럼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인 곳도 있고, 골든래빗처럼 처음부터 주식회사 형태를 갖춘 곳도 있다. 창업 후 꾸준히 성장을 이룩한 곳도 있고, 좋아하는 책을 내는 데 만족하는 곳도 있다. 출판 창업 관련 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째, 이승훈의 『내 작은 출판사 시작하기』(북스페이스, 2017)나 신동익의 『독립출판 제작자를 위한 대형서점 유통 가이드』(프랭크유통연구소, 2019) 같은 창업 실무 안내서. 둘째, 이현화의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유유, 2020)이나 박지혜의 『날마다, 출판』(싱긋, 2021) 같은 일인 출판사 대표가 쓴 체험적 창..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아직도 출판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신사적 분위기, 책 가득한 사무실, 고루함과 느긋함, 전통과 예술성 선호 등”은 출판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불멸의 작품을 남기기 위해 고뇌하는 작가들, 매력적 작품을 발굴하려 분투하는 편집자들, 아름다운 책을 만들려 노력하는 디자이너, 고상하고 우아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독자에게 책을 권하는 사서나 서점 직원 등은 출판의 인간적, 문화적 가치를 상징한다. 더 나아가 좋은 책이라고 믿으면 경제적인 손해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마음, 먼 훗날을 생각해 미지의 신인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마음, “사상과 문화의 미개척 지대에서 일하는 흥분감, 꾸준히 세상 변화에 일조하는 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이 출판의 자부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출..
이합체에 대하여
2024년 현대문학상 평론 부문 수상작은 양윤의의 「이합체(異合體)」(《현대문학》 2024년 5월호)이다. 이 작품은 현호정 단편소설 「청룡이 나르샤」(《문학동네》 2023년 겨울호)를 대상으로 삼아서 ‘이합체’라는 개념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양윤의는 올해 초 발표한 「마녀, 광녀 그리고 병원체로서의 여성」(《한국문학이론과 비평》 102집)에서 같은 개념을 다룬 적이 있다. 이 글은 도나 해러웨이, 애나 칭,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실비아 페데리치 등의 논의를 빌려서 이서수의 「엉킨 소매」(『젊은 근희의 행진』, 은행나무, 2023), 안보윤의 「어떤 진심」(『밤은 내가 가질게』, 문학동네, 2023), 구병모의 「있을 법한 모든 것」(『있을 법한 모든 것』, 문학동네, 2023)에 나타난 가부장제 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