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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던 MIT 女교수들, ‘데이터’로 성차별 증명하다 1999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여성 과학 교수진에 대한 오랜 차별을 인정했다. 오직 객관성과 합리성만 작동할 듯한 이 유명 대학이 조직적으로 성차별을 일삼았다는 건 충격적이었다. 차별은 법으로 금지돼 있었고, 여성 우대정책도 시행 중이었다. 그러나 여성 과학자는 (특히 고위직에서) 눈표범처럼 드물었다. 속설대로, 여성이 과학이나 수학에 부적합한 존재인 까닭일까?『숨겨진 여성들』(북스힐, 2025)의 저자인 미국 저널리스트 케이트 제르니케는 당시 ‘보스턴 글로브’ 기자로, MIT대 총장의 성차별 인정 사실을 특종 보도했다. 기사는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대학, 정부 기관 등은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학계 전반의 분위기를 바꾼 대사건이었다.차별이..
유사책에 주의하세요 출판계 ‘베스트셀러 따라하기’ 제목·표지 흡사한 책들 논란 유사책이 원본보다 인기끌기도 같은 책이라고 착각했다. 크라프트지로 된 표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부처의 실루엣, 저자 또한 일본인이다. 그리고 제목은 ‘초역 부처의 말’과 ‘초역 붓다의 말’로 자세히 읽지 않으면 개정판이라고 오해할 만큼 유사한 두 책이 출판 시장에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지난 2023년엔 자기계발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의 인기 속에 ‘기분’과 ‘태도’가 단골 제목이 됐다면 이제는 ‘부처’인 것일까. 최근 ‘초역 부처의 말’이 다시금 주목을 받은 가운데 출판계 ‘유사 책’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지난해 5월 출간된 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까지 진출했던 ‘초역 부처의 말’(포레스트북스)은 공교롭게도 최근 다시 화제다. 걸그룹..
사랑, 답답한 세상에 돌파구를 열다 며칠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에 가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의 연주를 들었다. 지휘는 얍 판 츠베덴, 모두 5악장으로 이루어진 장엄한 곡이었다. 음반이나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게 더 익숙한 시절이지만, 100여 명의 연주자와 합창단이 힘을 합쳐서 선율을 타는 현장의 위엄과 역동을 따라잡지 못한다. 교향곡은 떨어져 홀로 감상할 때보다 연주자와 함께 그 안에 뛰어들어 헤엄치면서 몰입할 때 비로소 그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참여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연주였다.말러의 교향곡 ‘부활’은 죽음의 경험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말러는 꿈속에서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잠들듯 죽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체험이 1악장 장례 행진의 모티브를 이룬다.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가서 무(無..
공부에 대하여 공부는 중요하다. 어떤 정보를 꾸준히 머릿속에 집어넣느냐에 따라 인간은 변화한다. “새로운 지식에 노출되는 경우, 우리의 두뇌가 깨달음에 도달하면서 동기를 부여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페이 베게티, 『스마트폰 끄기의 기술』(부키, 2024), 19쪽) 학습에서 각성으로, 각성에서 동기로, 동기에서 행위로 이어지는 이 연쇄 작용은 ‘자기실현적 예언’의 중요 루트이다.
비독자를 어떻게 독자로 만들까? 이순영 교수를 책임 연구자로 하는 '비독자 대상 독서 유인사업 설계 및 실험 연구'가 얼마 전 발표되었다.연구에서 말하는 비독자는 한 해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독자를 말한다. 비독자의 독서량, 독서 시간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빠지므로, 전환 초기에 적극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연구자들은 생애 주기를 고려하여 50플러스(50대 이상), 직장인(사회초년기~장년기), 중학생(청소년)의 ‘3대 비독자 집단’을 설정했다. 세 시기는 독자에서 비독자로 바뀌는 대표적인 나이 때다.이 세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50플러스 집단은 독서 모임을, 직장인 집단은 독서 지원을, 중학생 집단은 독서 홍보를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독서량 변화를 살폈다. (세 집단에 같은 방법을 택하지 않은 건 다소 어색하지만, 연구 조건, ..
한국의 성인 언어 능력,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하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주기 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16~65세)의 언어능력 평균점수가 OECD 평균보다 낮았으며, 이것은 10년 전 시행한 1주기 언어능력 평균에 비해 24점 하락한 결과.지난 1주기(2013년) 때 중위권이었던 한국의 성취도가 이번 조사(2023년)에선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그 추락 속도는 참여국 중 가장 최악이었다.세대별 성취도 변화를 비교해보면 충격은 더 커진다. 한국의 경우 청년층(1989~1995년생)의 성취도는 1주기에 비해 19점 낮아진 반면, 중고령층(1958~1968년생)의 성취도는 42점이나 하락했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성취도가 높았던 핀란드의 경우 청년층은 30점이나 상승한 반면, 중고령층의 하락폭은 14점에 그쳤다.가..
국가 지도자의 ‘전략적 멍청함’… 어떻게 나라를 망쳤나 문화는 한 집단이 공유하는 믿음과 가치관, 태도와 관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인간 행동을 규정하는 가장 밑바탕에 놓인 힘으로, 개인의 습관이나 행동 양식, 공동체의 도덕과 거래 양태, 집단의 협력과 투쟁 등 온갖 움직임을 결정한다. 나쁜 문화에 사로잡히면 전쟁과 같은 결정적 행위를 수행할 때도 자칫 비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전쟁의 문화』(아르테, 2025)에서 존 다우어 MIT 명예교수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비교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전략적 멍청함’에 사로잡혀서 국가 위기와 파국적 결과를 초래했는가를 다룬다. 저자는 일본 현대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깃든 인종적 편견을 비판하고, 미국 중심 세계관을 ..
정의를 택할 때 삶을 고결해진다 새해가 되었다. 한 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좋은 삶, 바람직한 생활을 생각할 때다. 묵은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 넘쳐난다. 대개 성적을 바라고 승진을 꿈꾸며 부를 열망한다. 소시민다운 소망이지만, 이는 너무나 물질적・세속적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 삶을 더 나은 쪽으로 고양하는 건 미덕의 함양이다.미국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의 『정의 수업』(다산초당, 2024)에 따르면, 용기, 절제, 정의, 지혜 등 미덕은 우리에게 올바르고 명예롭고 탁월한 삶으로 가는 열쇠를 제공한다. 작가는 이 네 가지 미덕에 관한 책을 차례로 써왔는데, 이번엔 정의의 미덕을 다룬 책이 나왔다. 홀리데이에 따르면, 정의는 “위험한 자리에서 공정함을 유지하는 태도”이고, “선과 악, 옳은 일과 그른 일, 윤리와 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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