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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읽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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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독서를 진흥할 수 있을까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독서율은 59.9%다. 독서 여부 기준은 놀랍게도 한 해에 한 권이다. 사실상 한 해에 한 차례, 한 번이라도 책을 읽었느냐고 묻는 셈이다. 그런데도 성인 열 사람 중 네 사람은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답한다. 현실이 이처럼 지옥이니까, 당연히 독서 진흥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서 진흥과 관련해 아직도 낡은 사고를 하는 이들이 있다. 도서관·박물관 같은 책 관련 공간을 늘리면 독서 인구도 ‘저절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도서관 숫자 가설’이라 하자.2013년 공공도서관 숫자는 813곳, 방문자 수는 2억 8702만명, 대출 도서 수는 1억 3089만권이었다. 같은 해 성인 독서율은 74.4%였다.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 숫..
독서공동체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 같이 읽고 함께 사는 삶을 찾아서 독자를 만나고 싶다 독자들을 실감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였다. 편집자들은 솔직히 말하면 독자를 잘 모른다. 편집자로 일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이 격절, 독자로부터의 소외는 심해진다. 때때로 저자 강연회, 사인회, 애독자 모임 등에서 독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관계자 입장이니 선뜻 속마음을 듣기가 어렵다. 독자들은 늘 저 너머에 있다. 책은 분명히 독자들한테 가 닿지만, 독자들은 항상 모니터 건너편이나 판매부수 이면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편집자는 스스로 자기 분야 책들의 독자가 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려 애쓰지만, 어느 순간 가상과 실재 사이의 격차가 섬뜩할 정도로 벌어지곤 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과 독자가 읽으려는 책이 천만리 멀어지는 것이다. 나가던 책이 안 나가고, 팔리던 책들이 줄어든다. 초판 ..
독서 관련 글을 쓰면 사람들 댓글 중에 꼭 있다 독서 관련 글을 신문 등에 쓰면 사람들 댓글 중에 꼭 있다. (1) 난 반대. 책 안 읽고 사는 인간도 필요(노동하는 사람은 읽을 필요 없음)ㅜㅜ .... 노동하면서 책 읽으면 안 되나요?(2)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인공지능 도움이 꼭 필요.... 누가 뭐래요? 검색하고 독서는 비대립적입니다.^^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건 검색으로,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건 독서로....^^(3) 유튜브나 사진 한 장으로 정보를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다.... 누가 뭐라 했나요. 책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는 따로 있다고 했죠. 서로 다르다니까요.... 제발 글 좀 다시 읽어 주세요...ㅜㅜ(4) 책보다 중요한 게 많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자꾸 책 읽으라 하지 마라.... 계속 그렇게 사시면 됩니..
본래 산만했던 인간의 뇌, 책 안 읽으면 원시인처럼 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뇌는 퇴화한다인간의 뇌는 물렁물렁해상황에 맞춰 변화하는데책 안 읽으면 집중 못 하고원시인처럼 뇌 산만해져 현대인, 디지털 정보에 중독돼상시적인 주의력 결핍에 빠져인간의 사유·행동,독서에 최적화독서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읽기의 힘’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비유는 카프카의 이 편지글에 들어 있다. 어떤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카프카는 생각했다. 판에 박힌 생각을 깨우고 틀에 박힌 영혼을 휘젓는 일종의 비상약처럼 여겼다. 인간은 책을 읽고 책은 인간을 고쳐 쓴다. 읽는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행..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어제 서울국제도서전 컨퍼런스에서 안찬수 선배의 지론인 책읽기와 손노동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드디어 있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미래의 삶을 위한 기술을 전수하는 것, 즉 책읽기(스스로 문제를 내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와 손노동(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 즉 몸으로 익히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을 먹고 쉬는 사이, 강석기 선생의 『과학의 위안』(엠아이디, 2017)을 읽다가 「석기의 재조명」이라는 글을 만났다. 도구의 사용은 불의 사용이나 사회적 뇌보다 인류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디르티히 스타우트 교수에 따르면, 보기와는 달리 실제로..
뇌과학으로 밝혀낸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뇌과학으로 밝혀낸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지난 4월 5일,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의 사회를 맡았다. 이 토론회에서 제기된 출판계의 여러 제안들은 정부나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시행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토론회에서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발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로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그런데 장 교수의 발표는 진화론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독서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잘 해명한 후, 독서를 하는 것이 인류에게 어떤 진화적 필연성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짧은 시간 동안 잘 설명해 주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읽기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아래에 장대익 교수의 발표문 「독서력과 시민..
모든 책은 스승이다(서울신문 칼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신문에 짧은 에세이 하나를 썼습니다. 인생 스승이 된 책을 소개해 달라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책이 떠올라서 괴로워하다가 아예 모든 책은 스승이라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
당신의 독서동아리는 어떤 유형인가요? _김은하의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학교도서관저널, 2016) 산 속에서 혼자 읽는다 하더라도, 책 읽기는 ‘내가 아닌 다른 세계’를 간접적으로 만나는 경험입니다. 책 읽기는 근본적으로 ‘타자’에 대한 체험이지요. 함께 읽기는 내가 아닌 다른 세계를 만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입니다 다른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이 새로운 차원은 흥미로운 세계를 열어 줍니다. 책의 세계라는 ‘타자’에, 나 아닌 독자라는 ‘또 다른 타자들’이 더해지기 때문이지요. 같은 책인데도 사람들마다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 느낌, 경험, 질문이 조금씩 다릅니다. 각자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읽힙니다. 사람마다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책이 어떻게 각자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달라집니다. 또한 같은 시대를 사는 동료로서 서로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기도 하지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