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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읽기에 대하여

비독서 시대

오늘날 글은 읽지만 책은 읽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 읽기와 책 읽기는 다르다. 비독서는 우리 정신에서 많은 것을 소실시킨다.

책은 관조(theoria) 미디어다. 책은 종합적 분석, 비판적 통찰, 느린 지혜, 섬세한 감각을 주고받으려고 진화한 기계다. 

독서는 독특한 읽기 양식을 요구한다. 천천히 읽기(Slow Reading),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 다시 읽기(Re-reading) 등을 충분히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하며, 다양한 상황에 꾸준히 적용해 보지 않으면 우리는 ‘읽을’ 수 없다. 

독서는 무척 힘들기 때문에, 일단 비독자가 된 사람 중에 스스로 독자가 된[독자로 되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은 (훈련되기 전에는)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없다. 독서와 비독서의 선택압은 인간의 심리 성향보다 외부 문해 환경, 즉 훈련을 돕는 사회 환경에 더 크게 좌우된다. 

독서가 인간 내면에서 생성하는 힘들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우리는 사람들을 도울 수단을 가져야 한다. 외부 문해 환경이 비가역적으로 악화되는 현재, 그 답은 뚜렷지 않다. 

도서관 증설, 독서공동체 지원 정도가 현재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일과 관련된 통계적 증거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가족, 학교, 사회의 잦은 독서 대화가 아마도 희망인 듯하다.

우리는 비독자(비독서인)에 대해서 아직 잘, 어쩌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특히, 성인 비독자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렇다.

우리한테는 비독자에 대한 더 많은 앎이 필요하다. 정책적으로 비독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정기적, 장기적, 경험적 연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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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독서학회 콜로키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다. 실력 부족으로 잘 말한 것 같은 느낌은 없.....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