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걷기’와 ‘뒤로 걷기’
《대전일보》에 쓴 칼럼입니다. 올해 초 교토, 나라, 오사카 여행에서 느꼈던 바를 적어 보았습니다. ‘앞으로 걷기’와 ‘뒤로 걷기’ 새해를 여행으로 시작했다. 교토, 나라, 오사카 등을 쏘다니면서 온갖 명승과 유적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다. 스마트폰 어플로 확인하니 걸어 다닌 거리만 100킬로미터를 훌쩍 넘었다. 교토는 고스란하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천년고도답게, 세월을 얹을수록 아취를 더하는 중이다. 부족한 듯 소박하기에 오히려 마음이 충만해지고, 꾸미지 않아 한적하기에 도리어 마음이 광대해진다. 청수사도, 여우신사도, 금각사도, 메이지신궁의 정원도 좋지만, 교토의 절정은 개인적으로 은각사다. 비바람의 힘만으로 장식한 목조건물들, 굵은 모래흙으로 쌓아올린 탑, 갈퀴로 훑은 듯 꾸민 정원…. 저..
윌리엄 포크너의 드로잉을 만나다
한국 문학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소설가이면서 동시에 화가라고 하면 서슴없이 『초식』(문학동네, 1997)의 작가 이제하와 『무진기행』(민음사, 2007)의 작가 김승옥을 우선 떠올릴 것이다. 김승옥은 뛰어난 감각으로 민음사 세계시인선 초판(1974)의 표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디자인 작품을 남겼으며, 이제하는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표지에 나오는 시인 캐리커처 초상을 시인 김영태와 나누어 맡아 한 시대를 풍미했다. 노벨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김명주 옮김, 민음사, 2003), 『압살롬, 압살롬』(이태동 옮김, 민음사, 2012), 『성역』(이진준 옮김, 민음사, 2007), 『소리와 분노』(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2013) 등의 작품을 통해서 고향인 미시시피 주의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