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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걷는 생각

인공지능의 대가가 삶의 마지막에서 깨달은 것


“언제나 계산하고 모든 것을 숫자로 보는 태도는 우리 내부에 진실로 존재하는 것을 좀먹어요. 우리한테 진정한 삶을 살게 해 주는 사랑을 질식사시켜요.”

조용한 산사에서 타이완의 싱윤 큰스님이 말한다. 눈물을 흘리며 듣는 사람은 구글차이나 설립자이자 창신그룹 회장인 리카이푸. 『AI 슈퍼파워』(이콘)의 한 장면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인 리카이푸는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공부해 인공지능 연구의 첨단에 있었고, 인공지능 경제가 새로운 발견의 시대에서 빠른 실행의 시대로 전환되었음을 통찰함으로써 글로벌비즈니스의 정점에 섰다.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도 들었다. 날개를 단 채 하늘로 오를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 순간 멈추었다. 2013년 9월, 성공의 정점에서 림프종 4기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알고리즘과 성취로 가득했던 삶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우리 삶에서 확실히 정해진 것은 하나뿐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하이데거는 이 말을 살짝 뒤튼다. “인간만이 죽는다. 동물과 식물은 소멸할 뿐이다.” 다가올 운명을 ‘의식’함으로써 인간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느낀다. 삶의 힘을 이용해 한껏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고 아이를 기르고 동료를 얻고 보람을 생성한다. 

“한세상, 잘 살았구나.” 

생명이 다하는 순간에 이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소멸은 무섭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리카이푸는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게 아니다. 반대였다. 그는 명민할뿐더러 근면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남들의 두 배를 일하고 시간은 절반도 걸리지 않는 초강력 생산성을 가진 기계로 나를 봐주기 원했다. 동료들은 나를 ‘아이언맨’이라고 불렀고, 나는 그 별명이 좋았다.” 리카이푸는 일에 미쳐 살았을 뿐 사랑을 누리지 못했다. 아내가 첫 아이를 낳는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회사로 돌아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시간이 남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불행한 삶이었다.

“당신이 있어서 참 좋았어. 영원히 잊지 않을게.”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가족과 친구에 둘러싸여 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절대로 삶은 허망하지 않을 것이다. 가물거리는 의식이 잠시 맑아지는 어느 한 순간, 당신은 기도에 삽입된 호스에 의존해 외롭게 헐떡거리고, 바깥에서 가족들이 돈을 세고 있다면 분명히 슬플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유한한 삶을 모두 써서 남길 만한 것은 오직 사랑의 기억뿐이다.

가족의 정성 덕분에 기적적으로 삶을 되찾은 리카이푸는 비로소 깨닫는다. “사랑은 어떤 인공지능 알고리즘보다 단순하지만, 모든 알고리즘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심오하다.” 세상에 남긴 돈은 잊힐 수 있지만, 세상에 남긴 사랑은 잊히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도 이 명백함을 계산하지 못한다. 삶의 의미에 관한 한, 인공지능이 바꾸는 것은 전혀 없다. 세계제일의 인공지능 전문가가 뒤늦게 얻는 깨달음이다. 성공과 사랑, 돈과 행복, 당신에겐 무엇이 더 중요한가?

리카이푸, 『AI 슈퍼파워』(이콘, 22019) 이 책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현재 어떤 국면에 있는지를 중국의 관점에서 보여 준다. 저자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전기와 같다.저자는 인공지능의 학습원리를 누가 발견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인공지능의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누가 빠르게 사업적으로 실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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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칼럼, 이번 주에는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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