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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9> 군사독재 어둠을 깨며 함께 읽기 35년 (시흥 상록독서회) “저도 형님들한테 듣기만 했습니다. 첫 인연은 1978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독서회가 출발한 것은 1981년부터죠. 지금은 영등포 평생학습관에서 만나지만, 그전에는 구로도서관에서 스무 해 동안 함께했고,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시흥의 헌책방 ‘씨앗글방’ 뒤쪽의 골방에서 같이 읽었습니다. 처음 이름은 씨앗독서회였습니다.”기억의 샛길을 더듬느라 정화양 씨의 목소리가 아련하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수줍고 쑥스럽게 입술이 세월을 탄다. 상록독서회는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의 독서공동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70년대 말 시흥의 달동네에서 열린 한 야학에 다녔던 청년들이 모여서 시작했다. 요즘처럼 배움이 흔하지 않을 때, 야학은 집안사정 탓에 배움을 얻거나 계속하지 못한 이들이 어울려 배우던 시민 자..
노벨문학상, 다시 문학의 본질을 물을 때(서울신문 칼럼)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다룬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사람들이 ‘문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시나 소설이나 희곡을 알렉시예비치는 거의 쓰지 않았다. 그의 주요 작품은 모두 분류상으로는 산문(논픽션)의 영역에 속한다.알렉시예비치의 작품들은 전쟁이나 재난 같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깊은 고난을 당하면서도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민중들의 목소리를 복원했다.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 휩쓸렸던 시민 수천 명을 일일이 인터뷰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 사건의 실체를 보여 줌으로써 공식 기록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인간적 진실을 폭로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시대의 ..
진격의 과학(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평) 국내 최고 권위의 출판상인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에 참여했다. 출판인으로서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1000편에 가까운 도서 중에 다섯 분야에 걸쳐 총 50권의 책을 뽑았다. 아래에 예심 심사평을 올려 둔다. 풍요롭고 다채롭다. 해마다 좋은 책은 넘쳐난다. 저술(학술), 저술(교양), 편집, 번역, 어린이/청소년 등 전 분야에서 차마 내려놓기 아까운 책이 많았다. 거기에 ‘이런 책까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얼굴도 다양하다. 특히, ‘진격의 과학’이었다. 교양 부문에서는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과학 전 분야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았다. “과학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테제가 이미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된 기분이다. 편집 부문에서 세월호와..
일본소설이 많이 출간되는 이유(연합뉴스) 연합뉴스와 같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소설 출간 종수 및 판매 동향을 분석했습니다. 일본 소설의 출간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가팔랐습니다. 국가별 상세자료는 받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소설시장 전체와 대비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국내소설 출간 종수 및 판매 동향의 경우는 따로 자료 요청을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 자료와 함께 보면 훨씬 유의미한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일본 소설의 출간 종수는 지난 4년 동안 매년 꾸준히 늘어서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전체 소설 출간 종수(7,074종)의 15.4%에 이르렀습니다. 4년 전에 비해 종수 기준으로 무려 23%가 늘었습니다. 물론 소설 출간 종수 전체도 6,413종에서 7,074종으로 10.3% 늘었습니다..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7] 행유여력(行有餘力) _행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1-6 공자가 말했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가면 효도하고 밖으로 나오면 공손하며, (몸가짐이) 삼가면서도 믿음직스러우며, 널리 뭇 사람을 사랑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해야 한다. 이를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으면, 곧 글을 배우는 법이다.”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제자(弟子), 입즉효(入則孝), 출즉제(出則弟), 근이신(謹而信), 범애중이친인(汎愛衆而親仁). 제자(弟子)는 보통 스승을 모시고 그 아래에서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 문장에서는 ‘젊은이’를 뜻합니다. 즉(則)은 ‘~하면 곧’이라는 뜻으로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합니다. 입(入)은 집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제(弟)는 형을 공손히 대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사회의 여러 윗사람을 ..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6] 경사이신(敬事而信) _일을 공경히 하고 믿음직스럽게 하다 1-5 공자가 말했다. “천승의 나라를 이끌려면, 일을 공경히 하여 믿음을 얻으며, 쓰임을 절약하고 인재를 사랑하며, 백성을 부릴 때에는 때를 맞추어야 한다.”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도천승지국(道千乘之國), 경사이신(敬事而信), 절용이애인(節用而愛人), 사민이시(使民以時).도(道)은 도(導), 즉 ‘이끌다’ ‘다스리다’라는 뜻입니다. 천승지국(千乘之國)은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乘]를 천 대나 가진 나라로 아주 큰 나라를 가리킵니다. 제후가 다스리는 나라를 말합니다. 이 구절에는 공자의 정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공자는 다스림을 ‘이끄는 일’, 즉 솔선수범의 뜻으로 생각했습니다. 리링은 ‘국(國)’은 한나라 고조 유방(劉邦)의 이름에 든 글자를 쓰는 걸 피하려고[..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5] 삼성오신(三省吾身) _세 가지로 내 몸을 반성하다 1-4 증자가 말했다. “나는 매일 내 몸을 세 가지로써 반성한다. 남을 위해 일을 꾸미면서 충성을 다하지 않았는가? 벗과 더불어 사귀면서 믿음직하지 않았는가? 전해 받은 바를 익히지 않았는가?”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왈(曾子曰)증자(曾子)는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 말년의 제자입니다. 공자보다 마흔여섯 살 어렸습니다. 이름은 삼(參)이고, 자는 자여(子輿)입니다. 아버지 증점(曾點)도 공자의 제자였습니다. 공자 사후에, 유약과 함께 내면적 성찰과 수신을 중요시하는 학파를 이끌었으며, 점차 영향력을 발휘해서 유가(儒家)의 틀을 완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리쩌허우는 증자를 “유학에 종교적 도덕을 도입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슈퍼리치들의 ‘탐욕’ 아예 싹부터 잘라라 _『피케티의 신자본론』(문화일보 서평) 살아 있는 마르크스, 피케티가 한국에 되돌아왔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소득 불평등의 실체를 폭로해서 거대한 사회적 충격을 주었던 『21세기 자본』이 국내에서 출간된 지 한 해 만이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이미 보여주듯이, 『21세기 자본』에 나오는 주장은 사실 체감으로는 누구나 아는 것이다. 피케티는 이를 자료를 집적해서 객관적 숫자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돈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자본수익률(이자, 이윤, 임대료, 배당금 등)이 경제성장률(노동 등을 통한 실제 부의 증가율)보다 높으며, 이로 인해 세계가 ‘세습자본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피부에 와 닿는 주장 덕분에 피케티의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하지만 경제학 서적 특유의 난해함 탓인지, 읽기도 전에 내용에 공감부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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