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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명문장] 부지육미(不知肉味, 고기 맛을 잊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에 있었을 때, 소(韶)를 듣고는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잊으셨다. [그러고는] 말씀하셨다. “음악을 하는 것이 여기에까지 이르렀을 줄은 생각지 못했구나.”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曰:“不圖爲樂之至於斯也.” 부지육미(不知肉味), 즉 “고기 맛을 알지 못했다”는 구절은 「술이(述而)」 편에 나온다. 『논어』에는 가끔 대단히 감각적 표현이 나오는데, 나는 이 구절을 첫손에 꼽고 싶다. 공자 당시에 고기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따라서 고기란 가장 강렬한 세속적 쾌락을 상징한다. 이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색(色)”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예술은, 즉 문명과 문화는 덧없이 사라질 육체의 말초적 즐거움을 넘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서른다섯 살, 조..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 시행과 출판 2015년 6월 4일을 기점으로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이 시행된다. 만 13세 이하 어린이들이 사용하거나 그들을 사용자로 하는 제품에 대하여 안전 인증 등을 받도록 한 제도이다. 도서의 경우, 출고되는 어린이도서에 반드시 ‘공급자적합성확인’ 표시 및 ‘어린이 제품 주의·경고’ 표시를 인쇄하거나 부착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외국에서는 진작에 시행되었던 법이다. 사실 나는 책 모서리를 둥글게 하라는 내용도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법 내용을 살펴보니 그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지 싶다. 내용을 대충 살펴본 결과, 교보재와 함께 출판하는 경우, 자석이 달린 책을 출판하는 경우, 책과 함께 경품을 제공하는 경우 등은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아래에 출협과 산자부에서 마련한 법령 원안과 몇몇 자료들을 첨부한다. 좀 더..
몽테뉴의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_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을 읽다 (2) 연이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안인희 옮김, 유유, 2012)을 읽었다. 아침에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서 지하철에서 어제 읽다 아껴 둔 부분을 마저 끝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츠바이크의 글은 한 위대한 정신에 대한 지극한 공명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소리굽쇠의 한 축이 되어 저자의 삶이나 글과 부딪힐 때마다 울음소리를 낸다. 역사적 인물의 복원이 아니라 ‘위대한 현재’를 발굴하는 광부의 솜씨를 가지고 있다. 기이하고 훌륭하고 본받고 싶은 글이다. 서른여섯 살, 아버지가 죽자 유산을 물려받은 몽테뉴는 비로소 홀로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관심을 둔 것은 영지의 경영이 아니었다. 몽테뉴는 세상에서 물러나 성 안에 있는 작은 성인 ‘치타델레(Zitadelle)’에 서재를 꾸미고 그 안에 틀어박..
[논어의 명문장] 후생가외(後生可畏, 젊은이들은 두려워할 만하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들은 두려워할 만하다. 뒤에 오는 사람이 지금 사람만 같지 못하리라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마흔 살 쉰 살이 되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으면, 이 또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子曰:“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矣.”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성어가 여기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공자가 자신의 가장 뛰어난 제자였던 안회(顔回)를 염두에 두고 했다는 설이 있다. 옛것을 숭상했던 공자로서는 예외적이다. 제자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로, 젊은이로서 앞날이 많고 힘이 넘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학문의 도를 얻기 위해 거듭 노력해 마흔이 될 무렵에는 그 이름이 저절로 알려지기를 바라라는 뜻이다. 리링에 따르면, 공자는 “그..
KBS의 「TV 책을 보다」에 “스스로 깨달은 자, 붓다" 편 출연 KBS의 「TV 책을 보다」에 “스스로 깨달은 자, 붓다" 편에 출연했습니다. 서강대 서명원 교수, 강남대 강유정 교수와 함께 무척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카렌 암스트롱의 깊이가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문장의 마력에 빠져드는 한편,불교 전문가이신 서명원 선생님의 어눌하지만 기품과 지혜가 넘치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아래 유투브에 짤막한 동영상이 올라왔네요.
[논어의 명문장] 삼인행(三人行, 세 사람이 길을 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 [그 가운데]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서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가려내어 그것을 바로잡는다.” 子曰:“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이 말은 『논어』 「술이(術而)」 편에 나온다. 널리 알려진 말로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여러 번역본을 보아도 해석이 거의 다르지 않다. 쟁점이 있다면, 아마도 왜 세 사람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리쩌허우는 두 사람이어도 내가 따르고 바로잡을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셋이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고본에는 “三人行”이 아니라 “我三人行”이라고 되어 있으며, 리링에 따르면 오대(五代) 무렵에 아(我..
삶의 최고 기술을 엿보기 -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을 읽다 (1) 새벽에 일어나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안인희 옮김, 유유, 2012)을 읽었다.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라는 부제가 알려 주듯이, 츠바이크가 쓴 몽테뉴 평전이다. 저자의 갑작스러운 자살 때문에 완결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현재 남은 부분만으로도 우리에게 읽는 즐거움과 생각거리를 충분하게 제공한다. 특히, 문장의 율동감이 느껴지는 깔끔한 번역으로 인해 더욱더 독서가 즐거운 일이 되었다. ‘역자 서문, 머리말, 1장 평민에서 귀족으로’까지 80여 쪽을 읽었는데, 전체의 절반쯤 된다. ‘머리말’이 특히 아름다웠다. 츠바이크는 ‘에세이’라는 글쓰기의 특별한 형식을 창조한 몽테뉴의 평생을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요약하고, 몽테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치의 광기’와 ‘제2차 ..
“출판은 쇠퇴기의 산업임을 잊지 말자!”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출판은 쇠퇴기의 산업임을 잊지 말자!” 편집자에서 출발해 민음사 대표 편집인을 지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에게 출판 산업 위기의 본질, 편집자의 길 등에 관해 들어 보았다. * 말도 많은 지금 출판 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그동안 문화 (운동) 차원에서 보는 출판을 보는 담론이 강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기본 구조를 서점에서도, 출판에서도 적용했다. 예전에는 ‘좋은 책’ 하면 누구에게나 통해서 심지어 상업적인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적 베이스를 간직하면서도 산업적 성숙을 함께 이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같은 게 있다. 출판을 산업으로 분석하려면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출판사는 사장 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