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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제주에서, 제주 책 읽으며… 앎과 삶이 하나 됐죠” (제주 남원북클럽) 책을 혼자 읽는 것과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읽는 것은 다르다. 혼자 읽기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거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함께 읽기는 삶에 우애를 불러오고 공동의 추구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책을 함께 읽는 것은 결국 삶을 같이하는 일이다. 책으로 자신을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는 아름다운 혁명이다. 함께 읽기로 생각하는 시민을 만들어가는 전국의 독서공동체들을 시리즈 ‘책, 공동체를 꿈꾸다’에서 격주로 소개한다. 책읽기 문화와 독서공동체 확산을 위한 한국일보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 캠페인의 일환이다. “제주에서, 제주 책 읽으며… 앎과 삶이 하나 됐죠”[책, 공동체를 꿈꾸다] (1) 제주 남원북클럽 국토 최남단의 독서공동체, 새 삶 꿈꾼 뭍사람들이 시작같이 책 읽고 삼삼..
「TV 책을 보다」 녹화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젯밤 11시 40분, KBS 텔레비전에서 「TV 책을 보다」에 출연했습니다. 홍익대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 2015) 편이었습니다.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저를 보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얼굴 빨개지는 일입니다. 아내가 옆에서 깔깔대면서 한마디 할 때마다 은근히 상처를 입습니다. 어젯밤의 쟁점은 불행히도 책이 아니라 머리 모양이었습니다. 단발로는 모양이 안 난다나, 지난번 머리 길었을 때가 더 낫다나, 수다를 떨었습니다. 역시 소파의 본래 용도는 집중이 아니라 수다이기는 하죠.처음보다는 상당히 익숙해졌지만,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방송이란 참 힘든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메라 여덟 대가 동시에 돌아가면서 출연자의 모든 것을 잡아내기에 화면에 나오지 않을 때에도 저절로 긴..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왕수인(王守仁)의 산속에서 제자들에게(山中示諸生) 산속에서 제자들에게왕수인(王守仁)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나니물이 흘러감에 마음도 같이 한가롭다.산 위에 달이 떠오르는 것도 몰랐는데,솔 그림자 떨어져 옷 위에 얼룩지네. 山中示諸生 溪邊坐流水, 水流心共閑. 不知山月上, 松影落衣斑. 오늘 읽을 한시는 왕수인(王守仁, 1472~1529)의 「산 속에서 제자들에게 주다(山中諸示生)」라는 명나라 때 시입니다. 왕수인의 호는 양명(陽明)입니다. 양명학(陽明學)의 창시자로 앎과 함이 하나라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시는 자신의 깨달음을 함축해서 전하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어떤 뜻에서 그런지 차분히 감상해 보겠습니다.먼저 왕수인의 사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그 역시 주자의 학문을 깊이 숙고하는 데에서 공부를 ..
[문화일보 서평] 돗자리 짜던 유비, 황제까지 오른 비결은? 짧은 시간에 두꺼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은 꽤 즐거운 도전이다. 덕분에 하루 정도 책에 온전히 헌신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 시간이야말로 책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해 준다. 이번에 다룬 책은 장쭤야오의 『유비평전』(남종진 옮김, 민음사, 2015)이다. 아래에 옮겨 적어 둔다. 돗자리 짜던 유비, 황제까지 오른 비결은?유비평전 / 장쭤야오 지음, 남종진 옮김 / 민음사 읽으면서 알았다. 마음이 문장과 호응해 스스로 기뻐하고, 몸이 이야기의 흥에 맞춰 저절로 들썩인다는 것을. 가뭄과 역병에 온 나라가 시달리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읽기에 ‘삼국지’만큼 흥미로운 것은 역시 없다. 두꺼워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빨리 끝마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재미있는 책은 역시 적당히 내용을..
KBS ‘TV 책을 보다’에 출연하다 _『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편 KBS 텔레비전 ‘TV 책을 보다’에 출연했습니다.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 2015)를 다루었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도시인문학’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저절로 도시를 바라보는 어떤 시각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유에 근거하면서도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 베스트를 꼽는다면 마지막 세 권에 들어갈 게 틀림없습니다. 요즈음은 ‘사필귀검’의 시대잖아요. 모르면 스마트폰 들고 일단 검색부터 하는 검색의 시대에 책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 다시 ‘책의 힘’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독자가 앎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독자가 원하는 만큼보다 약간 깊은 지식을. 편집자들의 꿈입니다. 독자..
[논어의 명문장] 욕거구이(欲居九夷, 구이 땅에서 살고 싶다) 선생님께서 구이(九夷) 땅에서 살고 싶어 하셨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누추한데 어떻게 하시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거기에 산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느냐?”子欲居九夷. 或曰, 陋, 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공야장」 편에 나오는 “도가 행해지지 않아서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돈다면[道不行, 乘桴浮于海]”이라는 구절과 같이 읽어야 한다. 사실 공자는 혼란한 세상을 떠날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여러 나라를 편력하면서 천하를 구하고자 하는 자신의 포부가 수용되지 못하는 현실에 때때로 좌절하곤 했다. 그래서 탄식하듯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우선해서 읽어야 할 것은 ‘구이(九夷)’의 장소적 실체가 ..
[논어의 명문장] 욕속부달(欲速不達, 서두르면 이룰 수 없다) 자하가 거보 땅의 우두머리가 되어 정치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서두르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지 마라. 서두르면 달성할 수 없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子夏爲莒父宰, 問政. 子曰:“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욕속부달(欲速不達)은 서두르면 일을 망치기 쉽다는 뜻이다. 송나라 정이(程頤)는 자하(子夏)가 작고 가까운 것에 마음을 너무 쓰는 버릇이 있었으므로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주석했다. 자하는 자식이 죽은 슬픔에 애통해하다가 눈이 멀었다고까지 전한다. 슬픔이 지나쳐서 자신을 해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이것이 바로 작은 일에 온 마음을 쓰는 자하의 본래 심성일 것이다. 공자는 자하의 이러한 점을 잘 알았기에 크고 멀리 보라고..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 ―‘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올해 상반기 예스24 판매 순위가 어제 발표되었다. 단순한 베스트셀러 트렌드 분석은 편집자로서 별 시사점을 얻을 수 없기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편집자는 ‘미래의 문헌학자’로 살아야 한다. 그는 미리 예측하는 자이지 뒤늦게 쫓아가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외에는 독자들의 밑바닥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별다른 계기가 없기도 하므로 여기에 리스트를 본 소감을 간략히 적어둔다. 사실 이 글은 KBS ‘TV 책을 보다’ 자문회의 때 발표했던 것을 짧게 정리한 것이다.베스트셀러를 흔히 ‘용기’ ‘불안’과 같은 독자 심리학으로 분석하지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