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813)
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인포그래픽스) 최근 미국의 출판사 웰던 오언에서 재미있는 인포그래픽스를 하나 만들었다. 그린 사람은 머라이어 베어이다. 이 인포그래픽스는 한 작품이 작가의 발상에서 편집, 교정, 마케팅, 판매에 이르는 출판의 전 과정을 갈래 그래프로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 주고 있다. 독자들이 출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싶어서 아래에 소개한다.
르네 마그리트, (세계 최초로) 앨범 커버 디자인을 하다 해외 서적들과 관련한 최신 소식들을 받아 보다 보면 가끔 유명인들이 무명 시절에 행했던, 그래서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을 알게 된다. 엘리자베스 런데이라는 미국의 미술 전문기자는 텍사스 지역에서 나오는 《멘탈플로스》라는 잡지에 오랫동안 글을 써 왔다. 최근 그녀는 그동안 써 왔던 가십성 글들을 모아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책을 한 권 펴 냈는데, 거기에 르네 마그리트의 무명 시절에 관한 글과 그때 했던 작업들이 실려 있다. 마그리트의 무명 시절은 앤디 워홀 같은 다른 유명한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청년 시절 마그리트는 벽지 회사에 고용되어 도안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제품 따위에 잠깐 동안 써먹기 좋은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해서 먹고 살았다. 그중..
결혼에 대한 단상 철학은 다른 철학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주장은 낯설지 않지만 실제로 그에 정직하게 답하는 철학을 만나기란 어렵다. 최근 일본의 한 철학자가 쓴 글을 보았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가령, 결혼은 좋은 일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결혼은 친척이라는 뿐만 아니라 아이라는 궁극의 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다. 결혼이란, 타자와 함께 사는 능력을 키우지 않는 한 인간에게 진보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 교과서의 단일 민족 신화는 가능한 한 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원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 한겨레 게재 칼럼 지하철 옆자리의 한 여학생이 번개처럼 손을 놀린다. 손바닥의 반만한 휴대폰을 들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문자판을 번개같이 훑어가면서 어딘가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그 모습이 신통방통하여 한참을 쳐다보고 있자니, 고개를 홱 돌려 외면해 버린다. 그렇다. 그들에게도 소통이 필요하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와 마음을 털어놓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전자 소통 도구와 연결된 새로운 신체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가? 스크린 위에서 쏜살같이 스쳐가는 그들의 내면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조차 꽤 힘들다. 아니, 거부당한다. 그 여학생의 고개 돌리기, 완강한 부정과 몸을 섞어 소통하기 위해 젊은 시인 이원은 자신의 자아를 전자 신체로 개조하고 그들의 언어로 시를 쓴다. 소통을 위해 몸을 바꾸고 언어..
[뉴스 속 후한서] 中 후한서의 ‘혜성’, 인류 최초의 초신성 기록 / 내일신문 내일신문에는 중국망이라는 사이트가 연결되어 있다. 중국 신문의 주요 소식을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하는 사이트인데,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아주 유용한다. 작년 가을, 이 사이트에 [후한서]에 대한 재밌는 기사 하나가 실려서 소개한다. 중국 ‘후한서’의 기재에 따르면 서기 185년 혜성이 나타났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이를 인류 최초의 초신성 기록으로 보고 있다.미국 나사(NASA)는 10월 24일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최신 관측 결과 약 2천 년 전 중국 고대 천문학자가 관측한 이 신비의 천문현상에 대해 해답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중국 ‘후한서•천문지’에는 ‘중평(中平) 2년 10월 계해(癸亥)(서기 185년 12월 7일), 혜성이 남문에 출현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1960년대 과학자들은 ..
시여, 사랑이여, 비극이여 _ 이응준 시집 [애인]의 발문 이응준 시집 [애인](민음사)이 출간되다. 그와의 우정을 표시하기 위해 오랜만에 짤막한 글을 발문의 형태로 한 편 쓰다. 시여, 사랑이여, 비극이여 이응준 시집 [애인] 발문 하나가 둘을, 이별이 사랑을, 고독이 공존을, 고요가 환호를 침식한다. 사랑의 소멸, 이것은 낭만적 환영의 결과가 아니다. 희망의 끝자리, 좌절의 절벽 앞에 선 자의 절망이 아니다. 거기에 숙명적 체념이나 운명적 슬픔 같은 것은 없다. 생계와 생명을, 고여 썩어 가는 삶과 약동하는 죽음을 맞바꾼 자의 분투가 있을 뿐이다. 그 분투는 모든 것을 대가로 치른다. 한없이 사랑을 갈망하지만 오로지 혼자로서만 살아 있을 수 있는 짐승이 모든 곳에서 출현한다. 연애하는 짐승의 무정함과 무정한 짐승의 연애가 빚어내는 기이한 변증이 빛을 어둠으로..
[뉴스 속 후한서] 이덕일의 고금통의 / 중앙일보 이덕일 씨의 《중앙일보》 연재 칼럼 「고금통의(古今通義)」는, 그 입장에 반드시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역사상의 크고 작은 일화들을 알아가는 재미로 자주 챙겨 읽고 있다. 그런데 2012년 4월 26일자에 『후한서』에 대한 언급이 실렸는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 꼼꼼히 살펴보았다. 『후한서(後漢書)』나 『삼국사기』 같은 국내외 사료들은 고구려가 후한(後漢)이나 위(魏)나라 같은 중국의 역대 왕조들과 내몽골에 있던 서안평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번 공격했다고 전해 준다. 고구려 개국 이념인 다물(多勿)이 중국 왕조들을 중원으로 내몰고 고조선의 옛 강토를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구려 태조왕은 서기 146년 서안평을 습격해 대방령(帶方令)을 죽이고 낙랑태수 처자를 사로잡아왔다. 대방과 낙랑이 황해..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이유 사람들 대부분은 조영무(趙英茂)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했던 일을 이야기해 주면 누구나 ‘아, 그 사람!’ 하고 떠올린다. 그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방원의 명을 받고 선죽교에 잠복했다가 정몽주를 철퇴로 내리쳐 죽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인 까닭이다. 조선 건국 이후에도 그는 이방원의 편에서 다시 무력행사에 앞장섬으로써 자기 얼굴에 피를 묻혔다. 이 때문에 그 이름에는 인간백정 이미지가 덧씌워져 회자되었고, 역사의 고비마다 벌였던 대단한 활약에도 버려야 할 귀감이 되어 시간의 틈바구니에 묻혀 버렸다. 그런데 나에게는 조영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가 있다. 예전 보았던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그려진 말년의 조영무 초상이다. 제2차 왕자의 난 이후 실권을 장악한 이방원은 장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