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한시

[한시 읽기] 『시경』167 ― 나물 뜯세(采薇)


(1) 시를 읽다 보면 가끔 원점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시경을 읽곤 합니다. 최근에 성백효 선생님께서 역주하신 시경집전(詩經集傳)을 구입했습니다. 틈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뒤적이고 있는데, 무언가 얻는 듯하여 마음이 괜히 훈훈해집니다. 영문판 시경도 구했는데, 같이 읽으면 꽤 재미있습니다.

(2) 후한서를 읽다 보니 「나물 뜯세(采薇)라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참조하여 여러 문헌을 읽게 되었는데, 살펴 옮겨 함께 읽어 보고 싶습니다. 본래 이를 「고사리 뜯으세」로 옮겼으나 아래 댓글에서 hena 님의 지적을 받아들여서 「나물 뜯세」로 고쳐서 다시 올립니다.

(3) 시경집전(詩經集傳)을 보니 소아(小雅)는 정악으로 국가의 작은 행사에 쓰이던 노래라고 대충 이해할 수 있겠네요. 「나물 뜯세(采薇)는 시경의 167번째 시입니다.

 


나물 뜯세                      采薇



갈퀴나물 뜯세, 갈퀴나물 뜯세.        采薇采薇,

갈퀴나물이 또 땅에서 돋았구나.      薇亦作止.

돌아가려나, 돌아가려나.                 曰歸曰歸,

한 해가 또 저무는구나.                   歲亦莫止.


도 없고 가도 없으니               靡室靡家,

험윤玁狁 탓이로구나.                         玁狁之故.

앉아서 머물 겨를조차 없으니          不遑啟居,

험윤 탓이로구나.                             玁狁之故.

 

[단어 주]

(1) 는 나물 이름이다. 흔히 고사리 또는 고비로 옮겨 왔으나, 현대 생물학의 분류로는 야생완두의 일종인 구주갈퀴덩굴을 가리킨다. 다만, 여기에서는 정확한 학명보다는 시의(詩意)가 봄에 뜯는 나물이면 상관없으므로, 제목에서는 그냥 나물로, 본문에서는 갈퀴나물로 옮긴다.  

(2) 은 땅에서 나는 것을 말한다.

(3) 은 만, 즉 저문다는 뜻이다.

(4) 는 무, 즉 없다는 뜻이다.

(5) 실가室家는 방[]과 집[]으로 남편과 아내가 있는 곳, 즉 가정을 뜻한다.

(6) 험윤玁狁은 북쪽 오랑캐를 뜻하는 말로, 나중에는 흉노라고 불렸다.

(7) 은 가, 즉 겨를을 뜻한다.

(8) 는 궤, 즉 꿇어앉는 것을 뜻한다.


[집주]

이는 수자리 가서 부르는 시이다. 수자리를 떠날 때 갈퀴나물을 뜯어 먹으면서 돌아갈 때가 멀었음을 생각한다. 그러므로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처럼 하고는 갈퀴나물을 뜯으면서 흥을 일으켜 말한다

갈퀴나물 뜯세, 갈퀴나물 뜯세. 갈퀴나물이 또 땅에서 났구나. 돌아가려나, 돌아가려나. 한 해가 또 저무는구나. 그러나 무릇 나로 하여금 이렇듯 실가室家를 버리고 앉아서 머물 겨를조차 없도록 한 것은 윗사람이 일부러 이렇게 하여 나를 고생스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요, 다만 험윤玁狁이 침략하고 능멸하기 때문에 부득이하여 그러는 것이다.” 

이는 근심에 괴로워하고 슬픔에 상처받은[勤苦悲傷] [말로] 드러내고 의로써 풍자하는 것이다. 정자程子가 말했다. “백성들에게 해독을 끼침이 그 윗사람에게서 말미암지 않으면, 사람들은 적에게 분한 마음[敵愾之心]을 품게 된다.” 또 말했다. “옛날에 수자리는 [한번 나가면] 두 해 만에 돌아왔다. 봄 늦게 떠나 다음 해 여름에 교대할 자에게 이른다. 함께 머물며 가을을 대비하다가 11월이 지나면 돌아온다. 또다시 다음 해 봄 한창때에 [수자리할 곳에] 이른다. 늦은 봄에는 그다음에 수자리할 사람을 보낸다. 매번 가을과 초겨울에는 수자리 두 번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강어疆圉(변방)에 있었다. 금의 방추防秋(성백효의 주에 따르면, 가을 수확기에 오랑캐의 약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변경의 수비를 강화하던 제도로, 당나라와 송나라 때 시행되었다)와 같다.”

 

[영문]

Let us gather the thorn-ferns, let us gather the thorn-ferns;

The thorn-ferns are now springing up.

When shall we return? When shall we return?

It will be late in the [next] year.


Wife and husband will be separated,

Because of the Xian-yun.

We shall have no leisure to rest,

Because of the Xian-yun.

 


갈퀴나물 뜯세, 갈퀴나물 뜯세.         采薇采薇,

갈퀴나물이 또 부드럽구나.              薇亦柔止.

돌아가려나, 돌아가려나.                 曰歸曰歸,

마음이 또 걱정스럽구나.                 心亦憂止.

 

걱정하는 마음이 끓고 끓으니         憂心烈烈,

굶주리고 목마르구나.                     載飢載渴.

내 수자리가 끝나지 않았으니         我戌未定,

돌아가 묻게 할 자마저 없구나.        靡使歸聘.

 

[단어 주]

(1) 는 막 돋아나서 약한 것을 뜻한다.

(2) 열렬烈烈은 걱정하는 모양[憂貌]을 말한다.

(3) 는 즉, 그러니까 이라는 뜻이다.

(4) 은 지, 즉 끝난다는 뜻이다.

(5) 은 문, 즉 찾아가 안부를 묻는다는 뜻이다.

 

[집주]

수자리 간 사람은 돌아갈 날이 멀고 걱정과 수고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자리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아 돌아가서 그 집안[室家]의 안부를 묻게 할 사람조차 없다. 시는 이를 말하는 것이다.

 

[영문]

Let us gather the thorn-ferns, let us gather the thorn-ferns;

The thorn-ferns are now tender.

When shall we return? When shall we return?

Our hearts are sorrowful;


Our hearts are sad and sorrowful;

We shall hunger, we shall thirst.

While our service on guard is not finished,

We can send no one home to enquire about our families.

 


갈퀴나물 뜯세, 갈퀴나물 뜯세.         采薇采薇,

갈퀴나물이 또 쇠었구나.                  薇亦剛止.

돌아가려나, 돌아가려나.                  曰歸曰歸,

한 해가 또 양월(陽月)이 되었구나.       歲亦陽止.

 

왕의 일을 무르게 할 수 없으니,        王事靡盬,

앉아 쉴 겨를조차 없네.                     不遑啟處.

걱정하는 마음에 깊이 병들었으나     憂心孔疚,

나 가서 [그냥] 오지 않으리.              我行不來.

 

[단어 주]

(1) 은 이미 자라서 질겨진 것을 뜻한다.

(2) 10월이다. 이때는 순음純陰이니, 일을 벌일 때 양이 없음을 꺼리므로 이름을 양월陽月이라 한 것이다.

(3) 은 심이다.

(4) 는 병이다.

(5) 는 귀, 즉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집주]

이 시는 군사들이 죽음에 이를 만큼 힘을 다하여 돌아올 마음이 없음을 보여 준다.

 

[영문]

Let us gather the thorn-ferns, let us gather the thorn-ferns;

The thorn-ferns are now hard.

When shall we return? When shall we return?

The year will be in the tenth month.


But the king's business must not be slackly performed;

We shall have no leisure to rest.

Our sorrowing hearts are in great distress;

But we shall not return from our expedition.

 

 

저 활짝 핀 꽃은 무엇인가                 彼爾維何,

산앵두나무 꽃이구나.                         維常之華.

저 높은 수레는 누구 것인가              彼路斯何,

장수가 타는 수레로다.                       君子之車.


융차엔 이미 멍에[]가 달리고,            戎車旣駕,

네 마리 말이 건장도 하구나.              四牡業業.

어찌 감히 가만히 머물리오.               豈敢定居,

한 달에 세 번은 이길 것인데.             一月三捷.

 

[단어 주]

(1) 는 꽃이 활짝 핀 모양을 말한다.

(2) 은 상예常棣, 즉 산앵두나무다.

(3) 는 융차戎車, 즉 높고 커다란 수레를 말한다.

(4) 군자君子는 장수將帥를 말한다.

(5) 업업業業은 장, 즉 건장함을 말한다.

(6) 은 승, 즉 이김을 말한다.

  

[집주]

저 활짝 피어서 만발한 것은 산앵두나무 꽃이다. 저 높고 커다란 수레는 장수가 타는 수레다. 융차에 이미 멍에가 걸렸고 네 마리 말이 기운차니 어찌 감히 가만히 머물겠는가. 한 달 사이에 세 번 싸워 세 번 이기리라.

 

[영문]

What is that so gorgeous?

It is the flowers of the cherry tree.

What carriage is that?

It is the carriage of our general.

 

His war carriage is yoked;

The four steeds are strong.

Dare we remain inactive?

In one month we shall have three victories.

 


네 마리 말이 멍에를 졌네.                  駕彼四牡,

네 말 모두 굳세고 굳세구나.               四牡騤騤.

군자가 의지하는 바요,                        君子所依,

소인이 비호되는 바로다.                     小人所腓.


네 말이 가지런하고 가지런하며          四牡翼翼,

상아 활고자에 물개 가죽 전동 달렸네. 象弭魚服.

어찌 날마다 경계하지 않으리.             豈不日戒,

험윤이 무척이나 급한데.                     玁狁孔棘.

 

[단어 주]

(1) 규규騤騤는 강, 즉 굳세고 굳셈을 말한다.

(2) 는 승, 즉 올라타는 것을 말한다.

(3) 는 비, 즉 비호하는 것을 말한다. 정자가 말했다. “는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발의 장딴지와 같아서, 발이 움직이면 즉 따라서 움직인다.”

(4) 익익翼翼은 행과 열이 가지런히 다스려진 상태를 말한다.

(5) 상이象弭는 코끼리의 뼈로 장식한 활고자를 말한다.

(6) 는 짐승 이름이다. 돼지와 비슷하며 동해東海에 있다. 그 껍질 등 위에 반점 모양의 문양이 있고, 배 밑은 순청색이다. 활집과 전동을 만들 수 있다.

(7) 는 경, 즉 경계한다는 말이다.

(8) 은 급, 즉 급하다는 말이다.


 

[집주]

융차戎車는 장수가 의지하여 올라타는 바요, 수자리 나간 군사들에게는 비호 받으려고 의존하는 것이다. 또 그 행과 열이 가지런히 다스려지고 그 기계가 이와 같이 정밀하고 아름다웠다. 어찌 날마다 서로 경계하지 않겠는가. 험윤의 어려움이 아주 급하니 참된 마음으로 대비를 잊지 말아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영문]

The four steeds are yoked,

The four steeds, eager and strong;

The confidence of the general,

The protection of the men.

 

The four steeds move regularly, like wings;

There are the bow with its ivory ends, and the seal-skin quiver.

Shall we not daily warn one another?

The business of the Xian-yun is very urgent.



예전에 내가 갈 때에는                      昔我往矣,

갯버들이 [바람에] 흔들흔들하더니      楊柳依依.

이제 내가 오려니                             今我來思,

진눈깨비 펄펄 내리는구나.                  雨雪靡靡.


갈 길은 멀고먼데,                                行道遲遲,

목마르고 굶주렸네.                              載渴載飢.

내 마음 슬픔에 찢겼거늘,                     我心傷悲,

내 슬픔 아는 이 하나 없구나.               莫知我哀.

 

[단어 주]

(1) 양류楊柳는 포류蒲柳, 즉 갯버들이다.

(2) 비비霏霏는 눈이 심하게 오는 모양을 나타낸다.

(3) 지지遲遲는 길고 먼 것을 뜻한다.

 

 

[집주]

이 문장은 또다시 수자리 간 사람으로 설정하고, 미리 스스로 돌아올 때의 일을 이야기하여 그 부지런함과 애씀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정자가 말했다. “이는 모두 그 애씀이 고생스럽고 걱정으로 가슴이 찢겼다는 정을 지극하게 말한 것이다. 위에서 능히 그 정을 살필 수 있으면 비록 애쓸지라도 원망함이 없을 것이고, 비록 걱정할지라도 능히 힘쓸 것이다.” 

범 씨范氏가 말했다. “나는 고사리를 뜯으며采薇에서 선왕先王이 인도人道로써 백성을 부리는 것을 보았다. 후세에는 이미 소나 양처럼 할 뿐이다.


[영문]

At first, when we set out,

The willows were fresh and green;

Now, when we shall be returning,

The snow will be falling in clouds.


Long and tedious will be our marching;

We shall hunger; we shall thirst.

Our hearts are wounded with grief,

And no one knows our sadness.


* 이 시는 새로 옮긴 것은 아니고 예전 블로그에 있던 것이다.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이쪽으로 옮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