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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한시

[한시 읽기] 하수일, 봄날 옛 집을 생각하며(春日懷舊居)

春日懷舊居

河受一


琴書七代業

灰燼一朝空.

樓倒槐疏影

園荒菊半叢.

御題雙障子

家訓兩屛風.

誨盜由藏慢

休論喪亂中.

 

(1) 하수일(河受一, 1553~1612) : 자는 태이(太易), 호는 송정(松亭). 남명(南冥) 조식(曹植)의 제자이자 종숙인 각재(覺齋) 하항(河沆, 1538~1590)에게서 배웠다. 

(2) 금서(琴書) : 거문고와 책. 선비를 상징함.

(3) 회진(灰燼) : 불에 타서 없어짐.

(4) 괴(槐) : 홰나무. 느티나무를 뜻하기도 함.

(5) 어제(御題) : 임금이 직접 쓰거나 그린 것. 병자(屛子) : 병풍

(6) 장풍(障風) : 병풍. 병장(屛障) 또는 청방(淸防)이라고도 한다.

(7) 회도유장만(誨盜由藏慢) : 『주역(周易)』 「계사(系辭)」 상편의 "재물을 허술히 감추는 것은 도둑질을 가르치는 것이며, 용모를 치장하는 것은 음탕함을 가르치는 것이다.(慢藏誨盜, 冶容誨淫)"에서 온 말이다.

(8) 휴론(休論) : 말하지 말라.

 

봄날 옛 터를 떠올리며

하수일

 

거문고와 책이 칠 대의 업이었는데

불에 타 없어져 하루아침에 사라졌구나.

집은 쓰러져 느티나무 그림자만 성기고

정원은 황폐해져 국화 떨기가 반쯤 남았네.

임금께서 친히 쓰신 병풍 두 틀과

가훈이 적혀 있던 장풍 두 쪽.

어설피 감추어 도적질을 가르친 까닭이니

난리 중에 잃었다고 말하지 말라.


* 이 시는 새로 옮긴 것은 아니고 예전 블로그에 있던 것이다.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이쪽으로 옮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