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세계 책의 명소를 여행하다
정제해서 말하면, 이 책은 북디자이너가 7개국 13개 도시 20곳의 책 있는 곳(서점, 도서관, 축제 등)을 찾아간 여행 에세이다. 암스테르담의 중고 서점 거리, 베를린 국립도서관, 뮌헨과 함부르크의 고서점, 오페라 극장을 개조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 도쿄 북 페스티벌 등을 오가며, 책의 장소들과 거기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그러나 그런 건 이 책에 대해 말해 주는 게 별로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신나는 기분이다. 설렘과 경이, 지극히 사적인 장소 체험이 두드러진다. 갈피마다 넘치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그 증거다. 저자는 익히 알려진 정보를 반복하지 않고, 풍부한 사진과 함께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체험을 지극히 가벼운 언어로 읽는 눈들 앞에 펼치려 애쓴다. 아이가 첫 번째로 도서관 문..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옛날에 '꼬꼬영'이라는 책이 있었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다. 읽는 맛이 넘치는 단어 학습서여서 큰 인기를 끌어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꼬꼬한'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어' 이야기다. 우리말 어원 이야기를 종류별 또는 용례별로 한 무더기씩 묶어서 맛깔 나게 풀어 낸다. 배추는 백채(白菜)에서 온 말이라는 설명은 상추, 시금치, 가지, 겨자로, 또 오이, 참외, 호박, 호밀, 후추로, 다시 고추, 옥수수, 강낭콩으로 옮겨간다. 이 모든 내용이 네 쪽에 압축된 채 술술 서술된다. 책은 이런 작은 글들이 60편 넘게 실어 있다. 작은 국어 사전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말들의 유래를 알아가는 재미도 달콤하고, 모자란 어휘를 채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_장인용,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그래도봄,..
모진(毛晉), 8만 4000책을 모으다
1 모진(毛晉, 1599~1659)은 원래 이름은 봉포(鳳苞), 자는 자구(子久) 또는 자진(子晉)이다. 호는 잠재(潛在), 별호는 급고주인(汲古主人)이다. 강소성(江蘇省) 상숙현(常熟縣) 출신으로, 부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동림당(東林黨, 개혁파)의 핵심 인물로 동향의 대학자인 전겸익(錢謙益)을 스승으로 모셨다. 박학하고 기억력이 좋았으나, 과거 공부에는 별 재능이 없었다. 여러 차례 낙방한 후 부잣집 아들답게 시험공부 대신 취미 생활에 탐닉했는데, ‘책 모으기’였다. 2 송나라와 원나라 때 간행된 선본(善本, 보존 상태가 좋고 판본이 희귀한 책)을 아버지 돈을 쏟아부어 닥치는 대로 사들였고, 급고각(汲古閣)과 녹군정(綠君亭)이라는 도서관을 지어 이를 분류해 보관했다. “장서에 뜻을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