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도서전'
'여성 도서전'.
도서전 결산 기사를 보니, 이런 기사가 많았다.
'굿즈 도서전'이라는 말은 언뜻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잘 포착한 듯하다.
아울러 굿즈 없이 책만 들고 도서전에 나간 출판사들의 당혹감을 다소 위안한다.
그러나 솔직히 애써 시간 내고 입장권까지 사서 도서전에 간 독자들을 모욕하는 표현에 가깝다.
출판 관계자가 이런 거친 표현에 말 보태면서 부화뇌동하는 건 상당히 곤란하다.
이런 험악한 표현은 도서전을 찾은 약 15만의 독자들이 책은 거의 안 읽는데, 굿즈나 탐하고 이벤트나 즐기는
'된장녀'라는 느낌을 준다.
물론 굿즈보다 책이나 작가가 더 부각되는 게 옳다. 또 대형 출판사 쪽으로 쏠림 현상이 있었을지는 모른다. 그런데 이게 어느 도서전이나, 또 해마다 항상 있는 거라 솔직히 더 심해졌는지 데이터가 없어 확실치 않다.
하지만 책은 꽤 많이 팔린 듯하고, 작가들 강연이나 사인회도 활성화한 듯하다.
소셜미디어와 다양한 책 상품이 서로 결합하는 식으로 북 비즈니스가 북센트릭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건 '순수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안타까울 수 있으나, 초연결 시대의 출판 산업엔 피하기 힘든 길이다.
굿즈 운운은 도서전 같은 책 장터에, 산업 이벤트 분석하면서 할 말은 아니다. 다만, 이전 글에 썼듯이, 주최 측이 참여 소출판사들을 더 배려해야 한다.
도서전 신문이나 인터넷 미디어를 운영해 작은 출판사나 서점의 발견성을 높여주고, 어차피 독자들이 찾을 대형 출판사들, 이벤트 잘하는 중견 출판사들을 입구에서 적당히 중앙쪽, 뒤쪽으로 분산 배치하고, 앞쪽 자리엔 소출판사가 오도록 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만 해도, 입구 쪽 첫 두세 열은 소출판사 몫으로 배치한다.
먹거리 파는 곳 근처, 화장실 근처 등 독자들 이동선이 집약되는 곳에서 소출판사를 집중 배치하고, 근처에서 관련 이벤트 공간을 여는 등 도서전 부스 디자인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흔들리는 도서전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도 이런 배려 넘치는 조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참여 독자 성별 비율을 문제 삼아 20~30대 남성들 조리돌림하는 데 도서전이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대 출판이 본격화한 이래, 여성 독자들 비율이 남성 독자들 비율보다 거의 항상 높았다는 건 상식이다. 그 비율이 최소 6 : 4였고, 실제로는 그보다 항상 기울어져 있었다.
이전 도서전에도 이번처럼 심하지는 않았으나, 남성 독자들 보기란 어차피 예년에도......ㅜㅜ 이렇게 성별 비율이 더욱더 기울어 보이는 건 독자들 잘못이 아니라, 이들과 평소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번 도서전에 독자들 취향을 분석해 모두가 함께할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은 주최 측과 출판사들 탓이다. 특정 연령대 특정 성별 독자들을 탓하고 조롱하고 질타해 봐야 출판 발전에 도움 될 건 별로 없다.
예전에 한 선배에게 들은 말이 있다. "당사자는 비평가가 되면 안 된다."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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