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해서 말하면, 이 책은 북디자이너가 7개국 13개 도시 20곳의 책 있는 곳(서점, 도서관, 축제 등)을 찾아간 여행 에세이다.
암스테르담의 중고 서점 거리, 베를린 국립도서관, 뮌헨과 함부르크의 고서점, 오페라 극장을 개조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 도쿄 북 페스티벌 등을 오가며, 책의 장소들과 거기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그런 건 이 책에 대해 말해 주는 게 별로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신나는 기분이다.
설렘과 경이, 지극히 사적인 장소 체험이 두드러진다. 갈피마다 넘치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그 증거다.
저자는 익히 알려진 정보를 반복하지 않고, 풍부한 사진과 함께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체험을 지극히 가벼운 언어로 읽는 눈들 앞에 펼치려 애쓴다.
아이가 첫 번째로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감각이 책을 400권 이상 디자인한 어른의 마음속에 아직, 그대로, 살아 있다.
ps. 표지의 타이포그래피 배열이 끈끈하게 마음을 끈다.
_정지현, <책의 계절>(버터북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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