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職) (283) 썸네일형 리스트형 집중과 콘텍스트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 안쪽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한 발 떨어져서 볼 필요도 있다. 하나의 책을 출판할 때, 저자는 특정 주제에 깊이 집중하고 이를 파고듦으로써 비로소 저자가 된다. 이는 소설도, 인문서도, 과학책도 똑같다. 편집자는 저자에게 거리, 즉 콘텍스트를 제공한다. 모든 책은 다른 책들 사이에 배치되어 독자라는 낯선 존재에게 던져짐으로써 책으로서 의미 값을 얻는다. 저자가 이 콘텍스트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마 편집자의 일일 테다. 출판 시장 뒤흔드는 팬덤 독서 '초역 부처의 말(아이브 장원영)' '순수의 시대(뉴진스 민지)' '불안의 서(배우 한소희)' '다른 방식으로 보기(르세라핌 허윤진)'.2025년 1월 2일 서울 양천구 교보문고에는 '스타의 책장'이 따로 있다. 책장에는 작가명 대신 유명 가수와 배우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이 방송 등에서 언급해 판매량이 급증한 책을 모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스타들이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책들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들을 '이슈 도서'로 선정해 매장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스타들의 말 한마디가 출판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아이돌그룹 아이브 소속 장원영이 지난달 15일 한 예능에서 추천한 일본 작가 고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 책의 지난.. 유사책에 주의하세요 출판계 ‘베스트셀러 따라하기’ 제목·표지 흡사한 책들 논란 유사책이 원본보다 인기끌기도 같은 책이라고 착각했다. 크라프트지로 된 표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부처의 실루엣, 저자 또한 일본인이다. 그리고 제목은 ‘초역 부처의 말’과 ‘초역 붓다의 말’로 자세히 읽지 않으면 개정판이라고 오해할 만큼 유사한 두 책이 출판 시장에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지난 2023년엔 자기계발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의 인기 속에 ‘기분’과 ‘태도’가 단골 제목이 됐다면 이제는 ‘부처’인 것일까. 최근 ‘초역 부처의 말’이 다시금 주목을 받은 가운데 출판계 ‘유사 책’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지난해 5월 출간된 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까지 진출했던 ‘초역 부처의 말’(포레스트북스)은 공교롭게도 최근 다시 화제다. 걸그룹.. 학술 출판에 대하여 2 - 학술서란 무엇인가?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이룬 학문적 성과를 책으로 펴내는 방법에 대해선 아직 정밀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다. 그저 막연히 학술서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학술서란 도대체 무엇일까? 주체의 자격을 기준으로 따져봐야, 교수나 학위 달고 엉터리 책을 써내는 사람도 많으니, 그게 학술서라고 할 수 없다. 동료 검토를 받는 학술지 등에서 꾸준히 연구 성과를 발표하면서 평판을 얻은 사람이 쓰면 학술서일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들뢰즈/가타리 같은 사람은 그런 걸 하지 않고, 학문적으로 대단한 책을 냈다. 니체는 대학을 떠나고 난 후 불후의 저작을 남겼다. 독자를 중심으로 정의하려 해도, 교수, 강사, 학생 등을 누구를 대상 삼느냐에 따라서 그 내용과 체제는 천차만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엔 올라 있지 않고, 우리.. 학술 출판에 대하여 1 “저희 편집부 직원들은 필자 관리와 책 제작에만 관여합니다. 책 교정은 특정 학문을 전공한 비상근 아르바이트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맡겨서 상근자의 인건비를 아끼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필자의 책임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전공자의 꼼꼼한 검토를 받아 더 확실하게 출판할 수 있지요.”일본 호세대학 출판국 기획부장의 말이다. 2002년 황해문화에 실린 김응교 선생님의 「일본 대학 학술서적의 인프라」에 나와 있다. 오래전 글이지만 깊이 음미할 만한 데가 있다.알다시피 호세대 출판부는 일본을 대표하는 학술 출판사로 우니베르시타트 총서로 유명하다. 해외 사상에 관심 있고 일본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 중 이 총서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2010년까지는 한 해 70권 정도 책을 11명의 편집자가 진행한.. 공유 서재 요즘 공유서재란 게 유행인 모양이다. 개념이 정확지 않은데, 한 기자에 따르면, 이렇다. “누군가의 취향이 묻어난 서재가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대여한 시간 동안 그곳의 온전한 주인이 되는 특별함. 바야흐로 공유 서재 시대다.”북카페 또는 작은 도서관의 진화형이라고 할 수 있다. 북카페라면 음료나 책의 판매가 주여야 하니까 카페라고 볼 순 없을 듯하다. 일반 음식점 면허나 서점 면허로 운영하긴 힘들 것 같다.책을 두고 공간을 대여하는 게 특징이니, 일종의 작은 도서관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외부 대출이 안 되는, 폐쇄형 유료 도서관이다. 오래전부터 이런 유의 도서관은 있어 왔고, 해외에는 아직도 흔하다. 사실, 작은 도서관 중에도 회원을 모집해서 월 회비를 받고 있는 곳도 있으니, 공유 서재도 이 변.. 출생률 저하와 한국 출판 선진국에서 출생률 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성의 사회적 독립성이 중요해질수록 출생률은 떨어진다. 교육받고 똑똑한 여성이 취업을 통해 경제적 독립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아이의 출산과 양육보다 자기실현을 더욱더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출생률 저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의 공통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회 발전 속도로 인해 이에 미처 적응할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가 기록적 저출산(2023년 0.68명 예상)이다. 출생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선진국은 세 나라밖에 없다. 스웨덴(제도적으로 양성평등 강제), 프랑스(정상 가족 해체), 미국(이민)이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당들은 대개 미국식 해결책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선별 이민이다. 고학력 .. 편집자의 매카시즘 리처드 에번스의 『에릭 홉스봄 평전』(책과함께, 2022)에서 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극단의 시대』의 프랑스어판 출간을 둘러싼 이상한 논란이었다. 알다시피, 20세기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영국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고,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비판적 논쟁과 함께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갈리마르, 알뱅 미셸, 파야르 등 프랑스 주요 출판사들이 제작비, 번역비 등을 이유로 이 책의 출판을 거부한 것이다. 전작인 『혁명의 시대』가 기대보다 안 팔린 이유는 분명히 있었으나 핑계였다. 논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극단의 시대』가 소비에트 중심으로 기울어져 미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서구 민주주의를 폄훼하는 등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극단의 시대』가 유대인 학살과.. 이전 1 2 3 4 5 6 7 8 ··· 36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