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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출판 인플레이션 - 발행종수 8만 종, 실적 출판사 8000개 시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8년 출판산업동향 보고서’가 발표됐다. 한국 출판산업의 상태 변화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유일한 공식 자료에 해당한다. 국민이 출판 실상을 알 수 있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게 정부 산하기관의 임무일 터인데, 이상하게도 아무 보도자료 없이 자료실에만 올려 두었기에 내려받아 한 해 동안 출판산업의 변화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2018년 출판산업은 한마디로 ‘소출판 인플레이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체 산업 규모는 단행본 1조 1698억 원, 교육출판 2조 8244억 원 등 3조 99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상승에 그쳤다. 오래전부터 시장규모는 정체와 하향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해마다 출판사 숫자는 늘어나고 발행 종수는 폭증 중이다. 2018년..
북튜버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유튜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조건이란 구독자 수 1000명, 시청 시간 4000시간입니다. 둘 모두를 충족해야 하므로 꽤 어렵습니다. 채널에 정기적으로 방문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1000명을 넘어야 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시청한 시간의 총합이 4000시간, 즉 24만 분을 넘어야 합니다. (중략) 시청자가 광고를 건너뛰지 않고 충분히 오랜 시간 보면 유튜브와 유튜버에게 광고 수익이 돌아갑니다. 혹은 영상 중간의 결정적인 순간에 광고를 삽입할 수도 있습니다. (중략) 유튜브를 통해서 돈을 버는 또 다른 방법은 생방송에서 후원을 받는 것입니다. (중략) 또 하나 채널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후원의 개념입니다. (중략) 현재 북튜..
편집자로 일하면 좋은 세 가지 이유 편집자는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최고의 직종이다. (중략) 첫 번째, ‘재능 칵테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편집자는 한 번이라도 대면하면 인생을 격변시켜 줄 만한 천재들을 매일 만난다. (중략) 독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편집자다. (중략) 두 번째,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편집자의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상품의 기능이나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는 ‘상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중략) 그것은 편집자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략) 세 번째, 사람의 감정을 감지하는 후각을 연마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에 울고, 무엇을 고민하고, 무..
제2차 문맹 - 컴맹, 앱맹, 학맹, 문해맹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 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기생충」을 보고 남긴 한 줄 평이다. 불과 아홉 단어로 이루어진 이 문장은 현재 한국 사회 일반의 문해력을 그야말로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분명 더 쉬운 단어로 대체할 수 있었는데 왜 굳이 저렇게 썼냐” “대중 상대로 글로 먹고사는 평론가는 저런 말 쓰면 안 되죠.” 문해력(literacy)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의 높이는 한 사회의 정보 처리 수준을 능력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사소한 차이를 측정하려면 정밀한 기계가 필요하듯, 감동도 섬세한 표현을 써야 정확히 담을 수 있다. 비슷해 보여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구분해서 표현할 줄 알아야 마음을 제대로 다루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마..
옥스퍼드 학생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고등교육은 기존의 사유와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반론을 증명해 내는 일인데,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대학들은 필연적으로 과학이든 예술이든, 또는 정치든 문화든, 또는 영향력 있는 사회의 집단이든 하나의 신념 체계이든, 대상을 불문하고 현재의 기득권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수전 세일) _리처드 도킨스 외, 『옥스퍼드 튜토리얼』, 노윤기 옮김(바다출판사, 2019)에서 ===== 옥스퍼드 튜토리얼은 교수나 강사 같은 전문가(튜터)와 학생이 일주일에 한두 번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학습하는 일종의 개인지도 과정입니다. 옥스퍼드 대학 수립되기 이전인 11세기부터 실시되었다고 전하며, 옥스퍼드대학 학생들은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니다. 학생이 자기가 정한 주제를 에세이로 써..
서울국제도서전을 즐기는 방법 ‘글이 만든 세계’가 펼쳐진다. 다음주 수요일인 6월 19일, 서울국제도서전이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다. 국내 312곳과 해외 41개국 117곳 참여사가 이미 독자를 만날 온갖 준비를 마쳤다. 모바일로 세상 모든 책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도서전을 찾는 독자들 발길은 해마다 느는 중이다. 인간은 몸으로 살아간다. 표지와 소개 등 곁다리 정보로는 나한테 맞는 책을 얻기 어렵다. 알바노동의 결과이기 일쑤인 인터넷 서평과 댓글은 믿지 못한다. 게다가 남이 읽는 것은 내가 읽은 게 아니다. 종이의 질감, 무게, 만듦새 등은 책을 손에 들어야 느낄 수 있고, 전체 서술이나 구조 등은 책을 훑어야 알 수 있다. 피지컬과 사이버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인간의 육체는 허약해지고 정신은 공허해진다. 독자를..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역사를 생각하다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는 기억할 만한 함축적 문장이 있다. “역사 연구는 원인에 대한 연구다.” (중략) 인과관계의 분석은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를 쓰던 시기에 실제로 역사 연구의 중추였다. 그 이후 수십 년간 강조점을 다른 곳에 두는 새로운 경향이 출현했다. 즉, 위대한 사건의 기원에 대한 관심은 줄고 사건에 관여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어떻게 믿고 있었는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중략) [역사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역사가의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를 조직하는 나르시시즘과 다름없다. _ 사라 마자 ======== 『역사란 무엇인가』가 나온 지, 벌써 50년에 가깝다. 마르크스주의적 결정론에 사로잡혀 있는 이 오래된 책에 기반을 두고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을 이제는 넘어설 필요가 있다..
나는 사랑한다, 남편과 남자친구 모두를 동시에 죽을 때까지 이성 한 사람만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 시대 사랑의 통념을 의심, 철학자 자기 경험으로 풀어내 “내 남자친구의 아파트를 나와서 남편과 같이 사는 우리 집으로 걸어가는 아침이면, 이 시대와 장소에서 흔히 이해하는 로맨틱한 사랑의 방식과 나 자신의 로맨틱한 사랑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에 대해 이따금 생각에 빠지곤 한다.” 『사랑학 개론』(여문책, 2019)의 첫 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마음과 함께 도발적 호기심이……. 저자 케리 젠킨스는 철학자.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분석철학 전통이 엄연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칼리지에서 공부했고, 현재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교 철학 교수다. ‘탐구된 고백’은 철학의 전통에 속한다. 고대에서 중세로,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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