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60) 썸네일형 리스트형 불혹에 만나 칠순 훌쩍… 책 덕분에 평생 벗으로 살죠 _홍동 할머니독서모임 모임에는 아직도 이름이 없다. 당신들은 이름에 별 뜻을 두지 않아 붙이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모여서 책을 읽으니까 한때 ‘목요모임’이라고 불린 적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할머니 독서모임’이라고 부른다. ‘홍 사모님’ 이승진 할머니가 말문을 연다.“마흔 살 무렵이었어요. 풀무학교 여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같이 모여서 책을 읽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곧바로 독서모임이 시작되고, 거기에 슬쩍 끼어들었어요.”이승진 할머니는 학교와 마을을 잇는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평생 그 일에 헌신해 온 풀무학교 홍순명 전 교장의 부인이다. 마을길 옆에는 군데군데 개망초꽃이 한창이다. 흰 꽃잎과 노란 수술이 어울린 것이 수줍어 아름답다. 벼가 뿌리를 내려 선명한 녹색이 올라온 논에는 드문드문 청둥오리.. 베스트셀러, 40~50대 남성이 쓰고 30~40대 여성이 읽는다 베스트셀러로 드러난 한국 사회 정보화 사회가 심화하고 SNS 도구가 늘어나면서, 우리 영혼의 혼란은 더욱 극심해졌다. 미국 법학자 팀 우의 표현을 빌리면 사흘만 지나도 잊히는 정보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게 유도하는 ‘주의력 장사꾼들’ 탓에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진정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를 잊어버리고 있다. 실시간 이슈로는 우리 자신을 알 수 없다. SNS 화제와 검색은 이성을 빼앗긴 채 방황하는 우리의 신경증을 표현할 뿐이다. 우리한테는 또 다른 화살표가 필요하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도 숙고된 사유와 심오한 욕망이 담겨 있는 나침반이…. 책이다. 개별 주체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소수자 가치를 집약하면서도 욕망의 집합적 연대를 표시하는 정신의 도구는 여전히 책밖에 없다. 책은 인간에게 깊.. 프랑스 카페의 역사 카페의 기원카페(cafe)라는 말은 터키어 카흐베하네(kahvehane)에서 연유한다. 카르베하네는 카흐베(kahve, 커피)와 하네(hane, 여관 또는 선술집)가 합쳐진 말이다. 카흐베의 어원은 카흐와(quhwa) 또는 카와(khawah)인데, 이 말은 ‘자극과 활기를 불어넣다’는 뜻이다. 커피는 본래 이슬람 수피들이 종교의식을 위한 신성한 각성제로 이용했다. 현세 부정의 화신인 수피들이 철저히 비사교적이었던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카페는 ‘활기를 불어넣는’ 커피의 힘을 이용해 활발한 사교의 장을 열어젖힌다. 카페는 커피가 본래의 종교적 기능을 잃고, 세속화하면서 생겨난 사교 공간에서 출발했다. 카페의 나라 프랑스프랑스는 ‘카페의 나라’이며, 세계 카페 문화의 중심지이다. 1686년 카페가 처음 생겨난.. 삶의 좌표를 잡으려면 트렌드 책이 아니라 문학을 출판현장에선 요즈음 트렌드 책들을 기획하고 집필하고 편집하느라 한창 분주하다. 한 달 남짓 지나면,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내다보는 책들이 쏟아질 것이다. 한 해 유행을 어떤 기묘한 언어로 정리할지 무척 궁금하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로 인한 변화의 속도는 가파른데, 인간이 이에 적응하는 속도는 완만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기에는 누구나 얼이 빠지고 정신이 나간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는데, 주말이 다가올 무렵이 되면 ‘내가 뭐 했지’ 하는 기분에 시달린다. 이를 ‘공허감’이라 하는데, 현대의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이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리를 알려고 한다. ‘내가 있는 이 순간은 어느 때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추천도서는 왜 문학 중심이어야 하나 얼마 전, 영국 《가디언》이 ‘21세기 가장 뛰어난 책’ 100권의 목록을 발표했다.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사피엔스21)이 1위에 올랐다. 올리버 크롬웰의 일생을 다룬 이 소설은 권력의 무자비한 속성에 대한 뛰어난 탐구이자,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인간성의 심연을 해부한 언어의 혁신이며, 현대 영국(인)의 뿌리를 파고듦으로써 영국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좋은 작품이다. 뒤를 이은 것은 마릴린 로빈슨의 『길리어드』(마로니에북스), 스베틀라나 알렉세이비치의 『세컨드핸드 타임』(이야기가있는집),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민음사), W.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을유문화사), 필립 풀먼의 『황금 나침반』(김영사), 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열.. 베스트셀러 어뷰징 독서운동을 빌미삼아 단체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해 서적을 추천한 후, 읽고 나서 별점 달고 댓글 쓰고 서평 활동을 하도록 독자들에게 권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독서단체와 비슷한 일을 한다. 그런데 운영자 자신이 간여하는 특정 출판사의 신간이 발행된 직후, 이를 활동 도서로 추천해 집중구매를 유도하면 어떨까. 당장 제 이익을 위해 공공성을 위장하는 이해충돌 문제를 유발하기에, 윤리적으로 양두구육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 출판시장의 특성상, 일종의 ‘사재기 효과’가 나타나 해당 도서가 단숨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 최근 출판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베스트셀러 어뷰징’ 현상이다. 독자들의 자연스러운 구매활동이 누적되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아.. 발자크, 정치의 절망에서 문학의 희망으로 1830년 프랑스에서 7월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 직후, 서른한 살 청년 발자크는 깊은 고뇌에 사로잡힌다. 발자크 생각에, 가장 확실한 것이 불확실해졌다. 혁명 세력이 진보라 부르는 역사의 흐름을 돌이킬 수 없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돌아가는 꼴을 보니 그 흐름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향해 열린 것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돌아서지도 못하는 양난의 상황에서 발자크는 방황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공포정치, 1799년 ‘브뤼메르 18일의 쿠데타’에 이은 나폴레옹 집권, 혁명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잇따른 전쟁과 1815년 워털루 전투 패전으로 인한 나폴레옹 유배, 루이 18세의 복고 왕정과 특권을 유지하려는 귀족들의 폭정 등. 프랑스는 대혁명 이후 격동적이고 드라마틱한 .. 386세대 적폐론 386세대를 다룬 책이 늘어난다. 산업화의 막내이자 민주화의 중심이며 정보화의 개척자를 자부하는 이 세대가 한국사회의 사실상 적폐로 탄핵받는 중이다. 김정훈・심나리・김항기 등 30대 중후반이 쓴 『386세대 유감』(웅진지식하우스)은 “아무 견제 없이 우리 사회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이 세대가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주장한다. “헬조선 탄생을 주동하거나 최소한 가담하거나 방관해 온 386세대의 미필적 고의”에 “‘가해자성’을 물을 시간”이라면서 이들은 이 세대한테 “혁명의 열정을 뽐내는 주체”의 자리에서 내려와 “세대독점의 해소”에 겸손히 봉사함으로써 “혁명을 완결”하자고 말한다. 40대 후반인 이철승의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도 진단과 제안은 비슷하다. “좋은 운을 향유”한..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