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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능동적인 사유 행위, 스마트폰 시대에도 오히려 늘어날 것 작년 가을,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새국어생활》에 인터뷰했던 것을 최근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발견했다. 몇 가지 팩트는 그사이에 달라졌지만, 생각의 주된 흐름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기에 옮겨 둔다. 독서는 능동적인 사유 행위, 스마트폰 시대에도 오히려 늘어날 것― 민음사 장은수 대표를 만나다 답변자: 장은수(민음사 대표ㆍ편집인)질문자: 차익종(서울대학교 강사)때: 2012. 11. 29.(목)곳: 서울 신사동 민음사 사옥 1층 찻집 제법 붐비는 전철 안이다. 그런데 앉은 이는 물론 선 이까지, 너나없이 손바닥을 들여다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보고, 찾고, 쓰고, 게임을 하고 있다. 대중교통에서는 으레 신문이나 책을 보겠거니 여겼더랬는데 불과 한두 해 사이에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뜻있는..
지금, 출판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기획회의》 기고) 《기획회의》 356호에 여는 글을 썼다. 이번 호 특집은 2013년 출판계 키워드 50으로 올해를 돌이켜보고 내년을 전망하자는 것이다. 해마다 11월 마지막 호는 이 특집으로 꾸려진다. 여는 글 역시 이에 걸맞았으면 했는데, 쓰다 보니 그러지 못하고 조금 우울한 어조가 나와 버렸다. 아마 글을 쓸 때 감기로 몸이 아팠던 탓일 터이다. 어쨌든 아래에 옮겨서 기록해 둔다. 어려운 시절(Hard Times)!산업 자본주의가 확산되던 시절, 고난에 빠진 영국 노동계급의 처참한 삶을 보여주려고 찰스 디킨스는 자기 소설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오늘날 한국출판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누군가 같은 이름표를 붙이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말과 글’의 비즈니스답게 해마다 출판은 수많은 화제들을 쏟아내는데, ..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박용준 옮김, 궁리, 2013)를 읽다 올 가을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가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박용준 옮김, 궁리, 2013)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법 철학자로 정치 철학의 대가인 누스바움이 시카고 대학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법과 문학’이라는 강의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좋은 시민이 되는 데 왜 문학을 읽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누스바움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을 밑 텍스트로 삼아 이 질문에 뒤따르는 여러 문제를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풀어 간다.누스바움에 따르면, 문학의 힘은 독자들에게 타자의 삶에 대한 공감하도록 하는 능력에 있다. 나와는 다른 삶의 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고 그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것은 사회공동체 속에서 성숙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
민음북클럽 문학 캠프를 개최하며 지난 주말에 민음북클럽 패밀리 세일과 1박 2일 문학 캠프가 열렸다. 올해 행사도 독자들의 성원 속에 무사히 치렀다. 문학 캠프에서 짧은 환영사를 했는데, 첫 해인 만큼 즉흥으로 하는 게 왠지 부담이 되어서 짧은 글 하나를 써서 읽었다. 아래에 기록해 둔다. 민음북클럽 문학 캠프를 개최하며 일부 생물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아무것도 없이, 그러니까 ‘빈 서판’으로 태어납니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우리의 뇌는 기초적인 유전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단백질 덩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회백색 물질에 최초로 균열을 만들고 파문을 일으켜 신호를 기록하는 것은 소리들입니다. 그것은 신의 목소리처럼 천둥 속에서 들려옵니다.북소리처럼 두근거리는 어머니의 심장 소리, 허파의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이..
백가흠 장편소설 『향』(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1이번주 지하철을 오가면서 백가흠 장편소설 『향』(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었다. 그동안 죽음 너머를 사유하는 것이 주로 신화나 종교의 일이었다면, 이 작품과 함께 비로소 21세기 한국문학도 그 영역을 넘보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권혁웅이 작품 해설에서 이 작품을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 빗대어 “죽음의 또 다른 한 연구”(253쪽)이라고 부른 것은 아주 적절하다. 죽음은 이 소설의 처음과 끝을 순환하면서 모든 언어들을 감싸고 있으며, 인물들을 행위로 이끌고 있다. 힘들게 쓴 소설이고 그런 만큼 쉽게 읽히지 않지만, 이 소설로부터 우리 문학은 심오한 형이상학 하나를 21세기에도 형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2그러나 『향』에서 죽음은 그냥 죽음이 아니다. 대개 그 죽음은, 백가흠 소설의 오랜 탐구..
장은수·이중호·류영호가 말하는 '디지털 출판의 미래'(프레시안 좌담회) 프레시안에서 디지털 출판의 미래에 대해 미래출판전략연구소 이중호 소장, 교보문고 유영호 팀장과 함께 좌담회를 했다. 이번 주 프레시안북스에 실렸기에 여기 옮겨 둔다. 아마존 공포? 종이책 멸종? 아니, 새 시대의 아이돌![전자책 좌담] 장은수·이중호·류영호가 말하는 '디지털 출판의 미래'강양구 기자,안은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기사입력 2013-11-08 오후 6:50:26 요즘에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읽는 이들을 종종 봅니다. 손에 들고 있는 단말기도 다양하죠. 태블릿 피시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들도 있고, 아마존 '킨들' 교보문고 '샘' 알라딘 '크레마' 같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손에들고 있는 이들의 숫자도 상당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이 꼬리..
가독성에 대하여 ― 《기획회의》 352호(2013. 9. 20)를 읽고 도저히 글을 쓸 만한 틈을 낼 수가 없어 블로그에 소홀해졌다. 잠깐 숨을 돌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메모해 두려고 한다.《기획회의》야 늘 오자마자 그 자리에 읽어 치우는 편이지만, 352호에 실린 글들을 읽다가 밑줄 그어 둔 구절들을 정리할 마음을 품은 것은 평소에 고민해 왔던 ‘읽기 공동체’와 ‘가독성’ 문제를 다룬 글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1신기수의 여는 글 「각자도생을 넘어 학습 연대로」는 흥미로운 글이다. 평소에 출판의 뿌리는 읽기 공동체에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 중인 읽기 공동체의 해체를 막아 내지 않고는 출판은 후속 세대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차 그 인간적 기반마저 상실하고 말 것이다. 더 나아가서 책이 그 안에 품고 있는 인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추천되는 책 베스트 10 해마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읽는 것보다 더 많은 책들이 인쇄되고 배본되어 서점에 진열된다. 우리는 그 목록을 모두 알 수도 없고, 때때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책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길을 잃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묻는다. 때로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그 일을 자신이 떠맡겠다고 나선다.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언론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서 수많은 책들이 추천된다. 매순간, 매일, 매주, 매달 수많은 리스트들이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추천 목록 자체가 홍수처럼 밀려와서 우리 곁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 자체를 읽는 데에만 며칠이 걸릴 정도이고, 어느 경우에는 거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