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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읽기] 최영년(崔永年)의 제호탕(醍醐湯) 醍醐湯 崔永年(梅下山人) 年年滌暑太醫方百煉烏梅白蜜湯拜賜宮恩如灌頂仙香不讓五雲漿 제호탕 최영년 해마다 더위를 식혀 주는 내의원 처방오매육, 꿀을 백 번 달여 만든 탕.절하고 받은 임금님 은혜가 정수리에 물을 부은 듯하고오묘한 향기는 아름다운 술에 지지 않는다. (1) 이 시는 구한말, 일제 때 사람인 최영년(崔永年, 1856∼1935)의 『해동죽지(海東竹枝)』에 실려 있다. 최영년은 자는 성일(聖一), 호는 매하산인(梅下山人)으로 신소설 『추월색(秋月色)』의 작가인 최찬식(崔瓚植)의 아버지이다. 설화집 『실사총담(實事叢譚)』(1918)과 악부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1925)를 남겼다. 죽지(竹枝)는 죽지사(竹枝詞)의 일종으로 칠언시로 특정 지역의 인물, 풍속 등을 기록한 시 형식을 말한다.(2) 태의(..
[한시 읽기] 라이 산요(賴山陽), 히메지 성에서(姬路城) 姬路城 賴山陽 五疊城樓插晚霞瓦紋時見刻桐花兗州曾啟阿瞞業淮鎭堪與匡胤家甸服昔時隨臂指勳藩今日扼喉牙猶思經略山陰道北走因州路作叉 히메지성에서 라이 산요 다섯 겹 쌓아 올린 성에 저녁노을 물드니기와 무늬 때맞추어 동백꽃 핀 듯 보이네.일찍이 조조는 연주에서 대업을 열었고조광윤은 회수(淮水) 강변에서 일가를 이루었도다.예전 제후들은 손가락이 팔을 따르듯 했건만지금 제후들은 천자의 목을 조르는구나.산인도(山陰道) 경략할 일을 깊이 생각해 보건대북으로 갔다가 다시 주(州)의 길을 가로질러야 하리. 1) 히메지성(姬路城) : 일본어로는 히메지조라고 읽는다. 일본 성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전란과 화재 등으로 소실되었는데, 히메지성은 유일하게 피해를 겪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달리..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을 읽다 1마흔이 넘어서야 작품을 비로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을 첫손에 꼽고 싶다. 사실 이 작품은 예전에도 읽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지루하기만 하고 어찌 읽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신비로웠다. 몸속의 시계가 작품의 리듬을 새롭게 일깨우는 기분이랄까,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흐르지 않고 군데군데에서 허리가 부러지고 샛길로 새어 나가면서, 독자와 끊임없이 게임을 벌이는 이 안쓰러운 화자, 그러니까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신이 빚은 듯 매끄럽고, 흥미로우며, 풍미가 넘쳤다. 때때로 날카로운 잠언이 깊은 생각을 더해 주고, 때때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긴다. 2대화..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6일(목)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리쩌허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중에서 ― “개량이 필요하고 혁명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현대화의 ‘4가지 순서’를 내놓았다. 즉 경제 발전, 개인의 자유, 사회 정의,..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5일(수)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드니 디드로,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중에서 ― 여자들만이 사랑할 줄 안답니다. 남자들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156쪽)― 육체를 가진 두 존재가 최초로 서약한 곳은 부서지는 바..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3일(월)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브라이언 오리어리(Brian O’Leary ), 「콘텐츠가 아니라 콘텍스트다」이 자료는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받은 것이다. 지난번 좌담이 있을 때 읽었는데, 오늘 시간을 내서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글이기는 하나..
[한시 읽기] 『시경』167 ― 나물 뜯세(采薇) (1) 시를 읽다 보면 가끔 원점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시경』을 읽곤 합니다. 최근에 성백효 선생님께서 역주하신 『시경집전(詩經集傳)』을 구입했습니다. 틈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뒤적이고 있는데, 무언가 얻는 듯하여 마음이 괜히 훈훈해집니다. 영문판 시경도 구했는데, 같이 읽으면 꽤 재미있습니다.(2) 『후한서』를 읽다 보니 「나물 뜯세(采薇)」라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참조하여 여러 문헌을 읽게 되었는데, 살펴 옮겨 함께 읽어 보고 싶습니다. 본래 이를 「고사리 뜯으세」로 옮겼으나 아래 댓글에서 hena 님의 지적을 받아들여서 「나물 뜯세」로 고쳐서 다시 올립니다.(3) 『시경집전(詩經集傳)』을 보니 소아(小雅)는 정악으로 국가의 작은 행사에 쓰이던 노래라고 대충 이해할 수 있겠네요. ..
[한시 읽기] 박위겸, 늙은 장수(老將) 老將朴撝謙 白馬嘶風繫柳條 將軍無事劍藏鞘 國恩未報身先老 夢踏關山雪未消 시풍(嘶風): 말이 바람을 맞아 우는 것. 말의 기세가 뛰어나게 용맹한 것을 가리키는 말.계(繫) : 매다.유조(柳條) : 버드나무 가지.초(鞘) : 칼집.관산(關山) : 보통 관문으로 쓰이는 변방의 높고 험한 산을 뜻하나 여기서는 고향의 산이다. 늙은 장수 박위겸(朴撝謙) 흰 말은 바람 맞아 울면서 버드나무 가지에 매어 있고장군은 일이 없어 칼집에 칼을 꽂았네.나라 은혜를 갚지 못하고 몸만 먼저 늙었는데꿈속에 밟은 고향 산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네. 계간 ≪시인세계≫에 강원대 김풍기 선생이 「한시의 숲에서 만나는 옛 시인」을 연재 중이다. 2009년 가을호에 소개한 시는 조선 세조 때의 무관 박위겸의 시이다. 박위겸은 이 시를 비롯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