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960)
한겨레신문사 자문위원에 임명되다 쟁쟁한 분들과 함께 앞으로 2년 동안 한겨레신문사의 자문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관련 기사가 나왔기에 여기에 옮겨 둔다. 미디어의 급격한 변동이 진행되는 와중에 정론지의 대표격인 이 신문의 자문을 맡게 되었다. 한 해에 몇 차례 공식, 비공식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임무이지만 앞으로 신문 등 페이퍼 미디어가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하고 의사를 개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한겨레’ 9기 자문위원장에 문정인 교수 한겨레신문사는 16일 회사 발전을 위해 다양한 자문을 받는 제9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문정인(사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부위원장은 정연순 법무법인 지향 대표변호사가 맡았다. 위원은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연구센터장, 김택환 전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편집자를 위한 표절 판단법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하지만 편집자로서 나는 표절의 윤리와 비윤리도 있지만, 표절 제기의 윤리와 비윤리도 있으며, 물론 표절 해명의 윤리와 비윤리도 있다고 생각한다. 표절이란 한 작가의 영혼을 예리한 칼로 긋는 행위이고, 단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깊게 베이는 경우도 많으므로, 문제제기 자체에서 극도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이 표절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여부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고, 극히 까다로운 고민을 거쳐야 한다. 물론 문제된 사안이야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 하지만 같이 논의되는 편혜영 등의 경우에는 언론에 문제로 제출된 작품만 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여론재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거칠게 말하자면,(이건 정말로 거..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지기소지(知其所止, 그 머무를 곳을 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홍동밝맑도서관에서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사서(四書) 중 『대학』을 읽고 있습니다. 그 공부한 기록을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지금 경(經)은 모두 읽고 전(傳)의 세 번째 장을 읽는 중입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나라 땅 천 리에 오직 백성들이 머무르고자 하는구나.”라고 했다. 『시경』에 이르기를, “지저귀는 노랑 새여, 언덕 귀퉁이에 머무는구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머무를 바에 있어서 그 머무를 곳을 아나니, 사람으로서 어찌 새만 같지 못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詩云, 邦畿千里, 惟民所止. 詩云, 緡蠻黃鳥, 止于丘隅. 子曰, 於止, 知其所止, 可以人而不如鳥乎? 삼강령(三綱領) 중 지(止)의 뜻을 설명하는 구절들입니다. 고본 ..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제주에서, 제주 책 읽으며… 앎과 삶이 하나 됐죠” (제주 남원북클럽) 책을 혼자 읽는 것과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읽는 것은 다르다. 혼자 읽기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거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함께 읽기는 삶에 우애를 불러오고 공동의 추구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책을 함께 읽는 것은 결국 삶을 같이하는 일이다. 책으로 자신을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는 아름다운 혁명이다. 함께 읽기로 생각하는 시민을 만들어가는 전국의 독서공동체들을 시리즈 ‘책, 공동체를 꿈꾸다’에서 격주로 소개한다. 책읽기 문화와 독서공동체 확산을 위한 한국일보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 캠페인의 일환이다. “제주에서, 제주 책 읽으며… 앎과 삶이 하나 됐죠”[책, 공동체를 꿈꾸다] (1) 제주 남원북클럽 국토 최남단의 독서공동체, 새 삶 꿈꾼 뭍사람들이 시작같이 책 읽고 삼삼..
「TV 책을 보다」 녹화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젯밤 11시 40분, KBS 텔레비전에서 「TV 책을 보다」에 출연했습니다. 홍익대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 2015) 편이었습니다.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저를 보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얼굴 빨개지는 일입니다. 아내가 옆에서 깔깔대면서 한마디 할 때마다 은근히 상처를 입습니다. 어젯밤의 쟁점은 불행히도 책이 아니라 머리 모양이었습니다. 단발로는 모양이 안 난다나, 지난번 머리 길었을 때가 더 낫다나, 수다를 떨었습니다. 역시 소파의 본래 용도는 집중이 아니라 수다이기는 하죠.처음보다는 상당히 익숙해졌지만,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방송이란 참 힘든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메라 여덟 대가 동시에 돌아가면서 출연자의 모든 것을 잡아내기에 화면에 나오지 않을 때에도 저절로 긴..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왕수인(王守仁)의 산속에서 제자들에게(山中示諸生) 산속에서 제자들에게왕수인(王守仁)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나니물이 흘러감에 마음도 같이 한가롭다.산 위에 달이 떠오르는 것도 몰랐는데,솔 그림자 떨어져 옷 위에 얼룩지네. 山中示諸生 溪邊坐流水, 水流心共閑. 不知山月上, 松影落衣斑. 오늘 읽을 한시는 왕수인(王守仁, 1472~1529)의 「산 속에서 제자들에게 주다(山中諸示生)」라는 명나라 때 시입니다. 왕수인의 호는 양명(陽明)입니다. 양명학(陽明學)의 창시자로 앎과 함이 하나라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시는 자신의 깨달음을 함축해서 전하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어떤 뜻에서 그런지 차분히 감상해 보겠습니다.먼저 왕수인의 사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그 역시 주자의 학문을 깊이 숙고하는 데에서 공부를 ..
[문화일보 서평] 돗자리 짜던 유비, 황제까지 오른 비결은? 짧은 시간에 두꺼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은 꽤 즐거운 도전이다. 덕분에 하루 정도 책에 온전히 헌신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 시간이야말로 책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해 준다. 이번에 다룬 책은 장쭤야오의 『유비평전』(남종진 옮김, 민음사, 2015)이다. 아래에 옮겨 적어 둔다. 돗자리 짜던 유비, 황제까지 오른 비결은?유비평전 / 장쭤야오 지음, 남종진 옮김 / 민음사 읽으면서 알았다. 마음이 문장과 호응해 스스로 기뻐하고, 몸이 이야기의 흥에 맞춰 저절로 들썩인다는 것을. 가뭄과 역병에 온 나라가 시달리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읽기에 ‘삼국지’만큼 흥미로운 것은 역시 없다. 두꺼워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빨리 끝마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재미있는 책은 역시 적당히 내용을..
KBS ‘TV 책을 보다’에 출연하다 _『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편 KBS 텔레비전 ‘TV 책을 보다’에 출연했습니다.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 2015)를 다루었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도시인문학’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저절로 도시를 바라보는 어떤 시각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유에 근거하면서도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 베스트를 꼽는다면 마지막 세 권에 들어갈 게 틀림없습니다. 요즈음은 ‘사필귀검’의 시대잖아요. 모르면 스마트폰 들고 일단 검색부터 하는 검색의 시대에 책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 다시 ‘책의 힘’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독자가 앎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독자가 원하는 만큼보다 약간 깊은 지식을. 편집자들의 꿈입니다. 독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