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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몽룡(馮夢龍) - 명나라 최후의 명편집자 11574년 중국 소주(蘇州)에서 태어나서 명나라 말기 강남 출판계에서 활약한 인기 작가 겸 편집자이다. 삼언(三言), 즉 『유세명언(喻世明言)』, 『경세통언(警世通言)』, 『성세항언(醒世恒言)』을 비롯해 숱한 베스트셀러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2 풍몽룡은 10대 때부터 과거에 응시했으나 수없이 낙방한 끝에 57세에 이르러서야 비상한(?) 수법으로 관직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수험 공부엔 재주가 모자랐으나, 편집자로서 재능은 눈부셨다. 신참 편집자 시절에 그는 생계를 위해 가정교사 일을 겸했다. 이때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려 편집해 간행한 과거 수험서가 『인경지월(麟經指月)』이다. 자신은 과거에 수십 차례 낙방했지만, 이 책은 수험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강남 출판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책꾸 문화에 대하여 ‘리커버판’, ‘특별판’ 등 책 내용은 그대로지만 제목과 표지 등을 새롭게 탈바꿈해 재출간되는 도서가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출판계에서 10만 부 기념 또는 10주년 기념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리커버 에디션’‘ 한정판’ 등을 내놓는 흐름은 10년 전에도, 그 이전에도 있었다. 오래된 고전이 변화한 독자들 감성에 맞는 새로운 표지를 통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디자인판 발행은 유효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특별한 가치’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최근 성향과 맞물려 리커버는 더 ‘적극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출판사가 출간 1년 만에 표지를 바꿔 다시 출간하기도 하고, 교보문고의 ‘리커버: K’와 예스24 ‘예스리커버’, 알라딘 ‘본투리드 프로젝트’ 등 서점이 리커버 브랜드를 직접..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 말은 없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 말이 있다. 스스로 돈을 치러서 망설이던 물건을 사거나, 가고 싶던 여행지를 다녀왔을 때 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따뜻하지만 안쓰러운 말이다. 나한테 축복 되지 못하는 세상, 짓밟고 뿌리치는 경쟁만 있을 뿐 누구도 선물을 주지 않는 관계, 끝없이 쏟아지는 일에 시달리다 외로이 널브러지는 날들…. 그 막막함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려고 자신에게 기쁨을 선물하려는 발버둥을 응원한다. 그러나 위로가 삶을 바꾸진 못한다. 우리에겐 다른 선물이 필요하다. 일본의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의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다다서재, 2025)가 요즘 책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크게 입소문이 났다. 이미 읽은 독자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것만으로 출간 한 달 만에 인..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이나 그림, 음악이나 사진은 저작권이 있을까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 인간의 창작품이 아닌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음 (2) 인간이 프롬프트를 통해 인공지능에 구체적 지시를 내려도, 이 지시는 '아이디어' 상태이지, 표현이라고 할 수 없음. 저작권법은 표현만 보호하므로, 이 경우에도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음 2-1) 아니, 포토샵이나 파워포인트에 명령해 뽑아 내면 창작물로 인정하잖아. 인공지능만 왜 안 됨. (여하튼, 현재는 안 됨, 판례 없음.) (3) 인공지능 생성물을 인간이 추가 수정해서 완성하면, 인간의 표현이 들어갔으니까 저작권 있을 수 있음. 그러나 아직 명료하지 않음. 얼마만큼 수정해야 인간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름. (4) 지브리 스타일 문제는 ..
서점 가는 법 서점은 기차 매표소가 아니다. 기차 매표소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가지만, 서점엔 모호한 채로, 꿈꾸듯 가야 하고, 서점에 있는 책들이 자유롭게 내 눈길을 끌고 내게 영향을 미치도록 두어야 한다.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서점을 돌아다니는 것이 오후의 오락이 되어야 한다._이언 레슬리,『큐리어스』, 김승진 옮김(을유문화사, 2014)
실업과 빈곤, 그리고 탁구 책 상자를 풀어서 서가에 꽂으면서 책을 넣었다 뺐다 하는 시간이 한없다. 그 사이사이 땀을 식히면서 안현미 시집 『미래의 하양』(걷는사람, 2024)을 읽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시는 「초생활」이다. 이 시는 어느 날 직장을 때려친 후, 실업 급여를 받으면서 살다가, 석 달도 안 되어 생계 근심에 고통받는 시인의 마음을 생생히 그려낸다. 시의 근심은 몸의 근심에 비해서 얼마나 하찮은가. 월급쟁이 경력 30년 생계는 자신 있다고 산 입에 거미줄을 치더라도 그 거미줄은 예술일 거라고 진심으로 사기쳤다 개뿔 실업급여 수급자 생활 3개월 예술은? 예술은 어디 갔지? 거미줄만 예술이다 슬픔까지 사기다 3개월 동안 30년은 늙어 버린 노파가 중얼거린다 (「초생활」중에서) 직장 다니던 시절엔 차라리 “낮에는 돈..
옥탑 (이은우) 옥탑 이은우 제 몫을 끝낸 상자들 벽에 기대 있다 안에 든 게 뭐였는지 잊은 지 오래 밖으로 난 창 하나 없다 여기는 빛이 들면 좋겠고 저긴 새들이 날아와 앉았으면 아기 고양이를 위해 민트색 집을 지어주던 아이의 표정으로 뜬구름을 손바닥 위에 올려 보는 거지 비 새는 지붕 아래 실로폰을 두고 상자마다 발을 달아주면 어떨까? 걸음마다 노래가 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말이야 기울어진 골목을 오르다 이리저리 부딪는 어깨들 서로 사랑하는 상자들은 모서리가 닮아 음표처럼 둥글어질까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꽁지깃 빠진 새처럼 오슬오슬 떨까 발끝으로 공중을 휘휘 젓는다 딸깍, 손잡이를 돌리면 팝업된 세상 속으..
책은 죽지 않는다 출판 산업에 관한 이야기에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작고, 돈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역설적으로 그래서 미래를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느 시대나 변방의 '급진성'이야말로 미래를 만들고, 결국 인간을 살리니까요. 출판 산업은 오래된 아날로그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탄생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꿈을 꾸는, 늙지 않는 미디어라는 본질이 있습니다. (97쪽) 오늘도 내일도 어떤 이유로든 책은 또 '죽을 거'라거나 '망할 거'라는 말을 들을 겁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책이라는 올드 미디어가 정말로 죽은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종이책은 살아남았습니다. 우리 곁에 지금도 존재합니다. (127쪽) 디지털이, AI가 모든 것을 뒤바꿀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을 둘러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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