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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스파이크, 우리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1) 스파이크란 무엇인가?

“우리 뇌는 소통을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 신경세포 각각, 뇌 속 860억 개 뉴런 각각이 미세하고 짧은 전압 신호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뉴런들에게 말을 건다. 신경과학자들은 그 짧은 신호를 ‘스파이크(spike)’라고 부른다.” 우리는 스파이크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고 계획하고 행동한다. “스파이크는 뉴런들이 대화하는 방식이다.”(1-17쪽) 이 대화를 통해 우리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진다.

 

(2) 대뇌 겉질과 스파이크

우리 뇌는 크게 겉질(cortex)과 속질(medulla)로 나누어진다. 겉질은 뇌의 외곽 층이다. 우리 대뇌의 겉질에는 다른 어떤 동물의 겉질보다 많은 뉴런이 들어 있다. 스파이크는 그 뉴런들 사이를 오가며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시각에 종사하는 구역이 가장 많다. 어떤 구역은 청각과 촉각을, 어떤 구역은 신체 동작을 통제한다. 읽기, 말하기, 말을 이해하기처럼 인간 고유의 활동을 담당하는 구역도 있다. 겉질 앞부분(앞이마엽)에는 외부 세계에서 들어온 정보를 이용해 계획하고 예견하고 예측하는 구역이다. 이 모든 것이 스파이크로 이루어진다.

“성인의 뇌 속 뉴런 860억 개 중 약 170억 개가 겉질에 있다. 그것들 각각이 평균적으로 초당 최대 1개의 스파이크를 전송한다.”(1-18쪽) “대단한 것부터 시시한 것까지 우리의 모든 활동은 우리의 겉질을 누비며 흐르는 340억 곱하기 10억 개*의 스파이크 안에 있다.”(1-18쪽)

* 인간 수명은 약 70년, 초로 따지면 약 20억 초다.

“스파이크의 여행은 눈(감각기관)에서 시작되어 담당 겉질을 거치고, 지각과 결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겉질 영역들을 거쳐 운동 시스템 깊숙이 들어왔다가 나와서 척수를 통해 근육들에 도달한다. 마침내 그 근육이 손(운동기관)을 움직인다. 보기에서 결정하기와 움직이기에 이르는 여행, 눈에서 손에 이르는 여행”(1-20쪽)이다. 시간은 약 2초 정도 걸린다.

 

(3) 자발적 스파이크(spontaneous spike)

자발적 스파이크란 외부 세계로부터의 입력이 없는데도 뉴런이 창출하는 기이한 스파이크”를 말한다. 이들은 오직 뉴런 사이의 무수한 되먹임(feedback) 고리에 의해 창출되는 스파이크들이다. 자발적 스파이크는 외부 세계에서 입력된 메시지나 우리가 운동을 통해 세계로 전달할 메시지를 운반하지 않는다.

심지어 “뉴런이 어떤 입력도 받지 않았는데 발생하는 스파이크, 오직 뉴런 내부에서 일어나는 분자들의 순환이 창출하는 스파이크(30쪽)도 있다.

자발적 스파이크는 뇌 안에 방대한 뉴런들을 집어넣고 배선하는 작업에 따른 불가피한 귀결이다. 스파이크들이 무수한 겉질 영역을 여행하면서 무엇이 보이는지 파악하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이어서 실행하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즉 이 모든 것을 기다리는 대신에 우리는 자발적 스파이크를 활용하여 예측 능력을 얻어 왔다. 자발적 스파이크는 다음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볼지, 무엇을 들을지, 어떤 결정을 할 개연성이 높은지 예측한다. 자발적 스파이크는 우리의 다음 동작을 준비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더 빠르게 반응하고 더 신속하게 움직이고 더 오래 생존할 수 있기 위해서다.”(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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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의 신경학적 기초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크 험프리스 영국 노팅엄대학교 계산신경학과 석좌교수가 쓴 이 책은 뉴런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스파이크를 통해 우리 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다. 암흑 뉴런(dark neuron)과 자발적 스파이크(spontaneous spike).

암흑 뉴런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뉴런을 말한다. 우리 뇌에 수십억 개나 존재하는 이 뉴런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이 필요할 듯하다.

이 포스팅에서는 주로 스파이크, 특히 자발적 스파이크에 주목할 것이다.

 

(1) 마크 험프리스, 『스파이크』, 전대호 옮김(해나무, 2022).

 

 
마크 험프리스, 『스파이크』, 전대호 옮김(해나무,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