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職) (276)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면의 어둠과 사회의 어둠 ― 무라카미 하루키 풍월당 강연회에서 내면의 어둠과 사회의 어둠 ― 무라카미 하루키 풍월당 강연회에서 때때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람들 앞에서 짤막한 연설을 할 때가 있다. 본래 성격이 수줍어하는 편이라서 이럴 때는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억지로 생각을 짜내고 심장 고동을 억누르면서 더듬더듬 한마디 보태는데, 대개는 횡설수설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2일 풍월당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풍월당 주인 박종호 선생의 진행으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 2013)에 나온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자르 베르만 연주)를 감상하는 자리였다. 독자 100여 명과 함께 번역자인 양억관 선생을 모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나와서 한마디 하라는 .. 슈타이들조차 책을 만드는 데에는 편집자가 필요하다 슈타이들조차 책을 만드는 데에는 편집자가 필요하다― 대림미술관의 슈타이들 전시회를 다녀와서 전시회 관람을 그 자리에서 끝내는 것은 대개의 경우 무척 어리석은 일이기 쉽다. 물론 현장의 생생함이 만들어 내는 활기 찬 리듬,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색채와 그들을 빚어 내는 공간의 놀라운 조화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장의 인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법이라서 며칠 또는 몇 주의 시간이 지나면 메모 몇 줄과 머릿속에서 공명하는 몇 덩이 생각들로 약화된다. 윤곽선은 희미해지고 느낌은 잔잔해진다. 현장의 감격은 사라지고 냉냉한 분석만이 남는다. 그러나 나는 또 알고 있다. 인상이란 우리를 속이기 쉽다는 것을, 진정한 전시회는 도록을 읽는 육체 노동과 사색의 시간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필요로.. 잉고 슐체를 만나다 - 2013년 8월 8일(목) 잉고 슐체가 한국을 찾았다. 만해문예대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나로서는 슐체는 『유럽, 소설에 빠지다』(민음사, 2009)에 실린 「제우스」에서 처음 만난 작가이다. 유럽 대사관에서 각각 자국을 대표할 만한 현대 작가를 한 사람씩 추천받아서 그들 작품을 번역한 이 선집에서 이미 슐체는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선정되었다. 그 후 민음사에서는 이 작가의 대표작인 『심플 스토리』(민음사, 2009)와 『아담과 에블린』(민음사, 2012)을 연속해서 출간한 바 있다. 아직 한국 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통일 과정과 통일이 독일인들의(특히 동독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는 잉고 슐체의 명성은 점차 독일을 넘어서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잉고 슐체는 이미 1.. 하일지와의 대화, 그리고 - 편집일기(2013년 8월 7일) 어제는 회사 워크숍이 있었다. 상반기를 결산하는 자리였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때문에 무려 한 달이나 늦어졌다. 워크숍 발표 자료 중 상반기 출판계에 나타난 몇몇 현상에 대한 정리 분석은 따로 기회를 마련해 포스팅할 생각이다. 어쨌든 이어진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오늘은 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했다. 그래서인지 본래 예정했던 만큼의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괜히 마음이 울적했다. 더 금욕해서 살아가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허약 체질로 늘 고생하는 영혼의 건강마저 끝내 망쳐질 게 틀림없다. 점심에는 외국어대 일본문학과 최재철 교수님과 보리굴비로 식사를 하면서 예전에 출판했던 『일본 문학의 이해』 개정판 작업 이야기를 했다. 일본 문학에 대한 좋..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를 기념하다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의 출판을 기념하는 조촐한 술자리가 지난 목요일 밤에 있었다. 해설을 써 준 문학평론가 김미현 선배를 비롯해서 시인 함성호, 정끝별 선배 등이 서울 강남 신사동 회사 근처에 있는 해남집에 모여서 조촐하게 책을 기념했다. 회사의 한국문학 편집자인 김소연, 박혜진 두 사람도 참석했다. 한국문학사에서 아주 보기 드문 형이상학적 관념 미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응준의 중단편들은, 이승우와 더불어, 한국어의 넓이와 깊이에 고유한 무늬를 점차 더해 가고 있다. 『밤의 첼로』에 실린 여섯 편의 작품들은 한국인에게 아주 낯선 영토인 신 또는 종교와 죽음의 쌍관성을 탐구하는 정면 대결을 통해 한국어에, 그러니까 한국인에게 신성(神性)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어는 아직 이런 관.. 아주 매력적인 책 그림, 그랜트 스나이더의 「스토리 코스터(The Stroy Coaster)」 주말이면 에버노트에 모아 두었던 글들이나 RSS로 받은 출판 & 문화 관련 소식들을 읽는다. 예전에는 구글리더를 주로 이용했지만, 이달 초 서비스가 종료된 뒤 어쩔 수 없이 피들리(Feedly)로 갈아탔는데, 아직도 불편하고 익숙지가 않다. 이번 주말에 받은 소식 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것 하나를 소개한다. 책과 문학에 관련된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그리는 그랜트 스나이더의 작품 「스토리 코스터(The Stroy Coaster)」다.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작품 탄생의 전 과정을 요약해 내는 재능은 탁월하고 놀랍다. 이런 그림은 수많은 작품을 읽어 가면서 터득한 스토리 구조에 대한 통찰과 작가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정치와 윤리에 대하여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라. 당당히 맞서야 마음이 강해지고 끈기가 생겨나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효종) 1 김준태의 『군주의 조건』(민음사, 2013)을 읽다. 김준태는 조선 시대 정치 사상을 연구하는 젊은 정치학자인데, 사상 자체가 아니라 경세(經世)에 관심을 둔 특이한 사람이다. 요컨대 하륜, 조준, 황희, 이준경, 김육 등 사상의 길에는 작은 빛을 남겼으나 현실의 도로에는 굵은 자취를 남긴 재상들을 연구한다. 그리고 조선의 왕들을 정치가로서, 행정가로서 들여다본다. 이번 책은 후자의 결과인 셈이다. 2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다시 깨달았다. 인간을 뜨겁게 만들고 심지어 목숨조차 걸도록 만드는 것은 윤리가 아니라 사실 정치였다는 것을, 윤리는 정치의 출발점이 .. 출판인들이여, 용기를 품어라 최근에 열린 뉴욕 TOC의 기조 연설에서 잉그램의 사장 존 잉그램은 최근의 변화된 환경이 출판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임을 암시하면서 출판인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주문했다. 새길 만하다. “환경은 앞으로도 계속 변해 갈 것이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들의 모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리석음이 아니라 용기를 이야기하자. 용기를 품고 계산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런 길도 없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환경에서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미래에 계산된 패를 걸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용감한 지점에 머무르는 동시에 어리석은 짓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돕..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