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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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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들이여, 용기를 품어라 최근에 열린 뉴욕 TOC의 기조 연설에서 잉그램의 사장 존 잉그램은 최근의 변화된 환경이 출판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임을 암시하면서 출판인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주문했다. 새길 만하다. “환경은 앞으로도 계속 변해 갈 것이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들의 모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리석음이 아니라 용기를 이야기하자. 용기를 품고 계산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런 길도 없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환경에서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미래에 계산된 패를 걸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용감한 지점에 머무르는 동시에 어리석은 짓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돕..
도서관, 서점, 그리고 출판을 생각하다 도서관이 미디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게 도서관은 사람들의 기억이 쌓이고 모여서 전달되는 공간이 아니라 책들의 시체가 층층이 쌓여 있거나 창백한 얼굴의 학생들이 시험 공부에 몰두하는 거대하고 차가운 건물일 뿐이었다. 불행히도 편집 일을 하기 전에는 도서관에서 사서와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 주고받는 말 외에 다른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서점이 미디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점원들과 책과 세계에 대한 한마디 대화도 하기 어려운 한국의 서점은 더욱더 그렇다. 한국의 서점은 대부분 책이라는 상품을 돈과 교환하는 물신의 장소일 뿐이다. 오로지 매출을 위한 이전투구가 있을 뿐, 서점을 통해 인류가 기억할 만한 문화를 같이 만들고 확산한다는 공유의 원리는 한여름밤..
자본은 어떻게 출판을 살해했는가?(번역) 전자책 시대로 접어든 이후, 사람들은 끊임없이 출판에 대해 질문해 왔다. 이제 서점은 작가들 또는 예비 작가들에게 출판사 없이 독자들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한다. 작가들은 자신이 쓴 작품을 정해진 플랫폼에 올리고, 메타 데이터를 입력한 후,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작품은 출판을 거절당하거나 수정을 요구받는 등의 치욕스럽고 귀찮은 일 없이 독자들이 늘 읽기를 기다리는 드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서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출판사와 공급가와 관련한 협상을 벌이고 마케팅을 둘러싼 온갖 대립도 없이 작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서점 영업자들은 이제 작품이 불러오는 초기 반응을 잘 살피다가 특정 작품에서 기회를 포착해 공격적 노출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
좋은 글을 쓰려면 선인세를 먼저 받지 말라.(커트 보네거트) 국내외에서 연신 거액의 계약금에 관한 소식이 들린다. 달러로 여섯 자리 숫자니 일곱 자리 숫자니 하는 억, 억, 억 하는 꿈같은 이야기가 떠돈다. 직업상 가끔씩 그러한 오퍼에 끼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아래 커트 보네거트의 발언은 작가와 출판사와 계약금의 관계에 대한 색다른 성찰을 요청한다. 그의 아들한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부분을 옮긴 것이다. 그의 소설들처럼 역시 그의 사고는 칼끝처럼 날카롭다. 심장을 곧장 찔러 댄다. 혹시 이 글이 블로깅 된 후에는 작가들한테 계약금을 주지 않으려는 악덕 편집자로서 소문나지는 않을까?^^ 선인세로 첫 책의 계약금을 받으면서 나는 복합적인 느낌을 받았다. 우선 선인세를 받기가 아주 힘들다는 것이고, 또 받았다 할지라도 그것은 아주 적은 ..
책 조각가 브라이언 디트머의 작품 세계 지금 시점을 책의 역사에서 과연 전자책 혁명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까? 과연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책의 역사가 어떤 운명적 전환점에 와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당장 눈앞은 흐릿해졌는데 멀리 정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각종 자료를 읽고 온갖 기기들을 섭렵해 가면서 앞날을 궁구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지만, 시도 자체가 보상일 뿐 미래는 속 시원히 보이지 않는다.책이 디지털 상품으로 바뀌면 지금까지 책을 둘러싸고 있던 프로토콜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모험이 나타나면서 수많은 다양성이 갑자기 출판 안에서 개화할 것이다. 이 돌연변이 꽃들을 즐길 수 없는 이들은 요란스레 외쳐 댈 것이다. “이것은 책이 아니다.” 그러나 임계에 가까워지고 나면, 탐험가들은 관..
온라인서점에서 더 많은 책을 파는 방법 - 아마존닷컴 영업부장이 말하는 마케팅 비결 한국에서 온라인 서점은 출판사뿐만 아니라 저자와 독자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되어 가고 있다. 책의 거대한 저장소이자 강력한 미디어인 오프라인 서점 자체가 축소되고 사라지는 현실을 늘 안타까워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에 늘 경계하고 있지만 현실 자체를 부정하는 청맹과니가 되고 싶지는 않다. 최근 전 세계 출판인들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는 책의 발견이다. 신문 서평과 광고, 교사를 포함한 전문가 추천 등에 의존해 책을 찾던 독자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찾는 방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이런 변화는 출판사나 저자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청하는데, 그렇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일까?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의 저자 및 출판사 담..
요즘 독자들, 책은 친구 추천으로 산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책의 '발견(Discovery)'이었다. 독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는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오프라인 서점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친구들의 추천이 늘어났다는 점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부분이다. 아래 블로그 글은 시사점이 많기에 번역해 소개한다. 독자들은 원하는 책을 어떻게 발견하는가? - 최근의 변화들 디지털 시대에서 발견의 문제가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있었던 컨퍼런스의 주요 테마로 떠올랐다. 코덱스 그룹(Codex Group)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피터 힐드릭스미스는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줄어든 서점들과 태블릿을 비롯한 전자적 읽기 도구들의 치솟는 인기가 사람들이 책을 인식하고 사고 읽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다녀와서 지난주 세계 최대의 도서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다녀왔다. 미국과 유럽을 덮친 재앙적 경기침체의 충격 속에서도 전시회장은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올해도 출판인들은 인간의 저주받을 탐욕과 디지털 문화의 반성 없는 확산 사이에서 흔들리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수많은 대안들을 쏟아냈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강국들은 출판 관계자들을 대량으로 파견해 전시회장 전체를 누비면서 지식과 예술의 첨단 이슈를 확인하고 이를 자기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나 지속적 불황 탓인지 한국 출판계의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은 편이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을 비롯해 몇몇 출판사가 부스를 열어 정열적으로 활약하고 저작권 상담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고, 인프라웨어 등 전자책 솔루션 업체들이 이곳에서 책의 새로운 전망을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