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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효과 사람들은 흔히 묻는다. 소셜미디어에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알리고, 주변 사람이 다 좋아라 하는데, 왜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고 책은 팔리지 않을까?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매일 1만 6000단어 분량의 정보를 공유하며, 시간당 1억 건 이상 브랜드 관련 대화를 나눈다. (옛날 숫자임) 모든 구매 결정의 20~50퍼센트는 입소문이 주요 원인이다. 아마존닷컴에 별 다섯 개짜리 서평은 별 하나짜리 서평보다 20권 더 책을 팔리게 한다. 매일 주고받는 대화는 광고보다 10배 이상 효과가 크다. 누구나 입소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이든, 가게든, 단체든, 정당이든, 개인이든. 게다가 입소문은 무엇이라도 인기를 끌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실은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사람들 입을 어떻게 여느냐다..
미래에 걸어 맹세하지 마라 네가 내 과거를 망쳐 버려서 미래에 씻어낼 눈물이 한없이 많아. 네가 죽인 부모의 자식들은 살아남아서 마구 보낸 청춘처럼 늙어 가며 탄식하고 네가 죽인 자식들의 부모는 살아서 메마른 고목처럼 늙어 가며 탄식해. 미래에 걸어서 맹세하지 마라. 과거를 망쳤으니 쓰기 전에 망쳤어. _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처드 3세」, 『셰익스피어 전집』, 이상섭 옮김(문학과지성사, 2016) ===== 이렇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이상섭 선생님 번역으로 오랜만에 「리처드 3세」를 읽었다. 권력 중독의 상징인 리처드 3세는 척추 측만증의 장애를 안고 태어나 두꺼비, 거미 등의 모멸적 별명으로 불리고 더러운, 추악한, 불쾌한 등의 형용사를 평가어로 달고 살아간다.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채, 피 비린내 나는 장미 전쟁의 와중..
소수 의견 [다수와 소수] 두 의견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더 관용되고 나아가 더 격려되고 더 지지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소수의 자리에 있게 된 의견이다. 그것이, 무시된 이익을 당분간 대변할 의견이며, 인간 복리 중에서 그 정당한 몫을 다 받지 못할 위험에 처한 측면을 당분간 대변할 의견이다. 인간 지성의 현 상태에서는 오직 의견의 다양성을 통해서만, 제각각 진리를 담고 있는 모든 측면을 공정하게 다룰 기회가 존재할 수 있다. 어떤 주제에 관해서든 세상의 명백한 만장일치에 대해 예외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뭔가에 대해 그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을 들을 가치는 항상 존재한다. 그들의 침묵에 의해 진리가 뭔가를 잃게 될 가능성도 항상 존재한다. 설령 세상이 올바르다 할지라도..
근대 과학 - 틀리는 게 정상 우리는 지식을 주장할 수 있다.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포퍼에 따르면, 근대 과학의 혁명은 증명이 아니라 반증을 핵심 무기로 삼은 데에서 왔다. 개별자들은 자기 가설을 증명하려 애쓰지만, 과학 자체는 잠정적으로 입증된 모든 가설의 비판을 기초로 작동한다. 실험, 논리, 시험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과학자들은 선배들의 언어를 시체로 만들어 무덤 속으로 보낸 후 기념비를 세운다. 그러나 근대 과학의 진짜 위대한 점은 반증 자체가 아니다. 틀려도 살해당하거나 매장당하지 않는 지적 경쟁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포퍼는 말한다. "우리의 가설을 우리 대신 죽게 한다." 조선시대 당쟁사에서 가설의 패배는 실각, 유배, 사약이었다. 틀림은 곧 죽음이었다. 아직도 우리 ..
좋은 정부 정치적 회합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구성원들이 보호되고 번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보호되고 번영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 가장 확실한 증후는 무엇인가? 그것은 구성원들의 수와 인구다. 그러므로 그토록 논란거리인 좋은 정부의 증후를 다른 데서 찾으려고 하지 말라.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부, 귀중한 재화, 식민지 없이 시민들이 더 붐비고 증가하는 정부가 틀림없이 더 좋은 정부이며, 인민이 감소하고 쇠약해지는 정부가 더 나쁜 정부다. 계산하는 자들이여, 나머지는 당신의 일이다. 세고, 재고, 비교하라. _ 장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김영욱 옮김(후마니타스, 2018) 중에서 ==== 이렇답니다. 새벽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예전에 밑줄 쳐 둔 부분만 잠깐 훑어 읽었다. 일반..
완성작이 없으면 작가가 아니다(박찬욱) 박찬욱은 우선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의 의미를 일깨운다. 그는 “초보자의 문제는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조차 못 한다는 것”이라며 “끝까지 써본 경험이 없다면 작가가 아니다. 나쁜 작가조차 못 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정 좋은 생각이 안 나면 ‘싸구려 클리셰’를 동원해서라도 신(scene)을 메워라. 끝까지만 갈 수 있다면 문제의 그 아쉬운 장면으로 돌아가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박찬욱은 스토리텔러의 기본 자질과 관련해 “쉽게 만족하지 말고 기준을 높게 가져라”고 말한다. “‘이만하면 된 거 같은데…’라며 대충 타협하면 안 된다. 늘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들과 비교하며 작업을 하는데도 이 정도밖에 못 만들고 있다. 기준조차 낮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 이렇답니다. ..
도스토옙스키와 민중의 발견 우리 민족의 가장 숭고하고 단호한 성격의 특징은 정의감과 그것에 대한 갈망이다. 어느 곳에서나,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이 가치가 있건 없건 수탉처럼 달려드는 습성, 이런 결점은 그들에게 없다. 표면에 뒤집어쓰고 있는 껍질을 벗겨 버리고, 아무런 편견 없이 신중하게 그 알맹이만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된다. 그러면 민중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자도 민중에게는 가르칠 것이 많지 않다. 단언하건대, 오히려 반대로 현자들 자신이 민중에게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 표토르 도스토옙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이덕형 옮김(열린책들, 2010) 중에서 ==== 죽을 위기를 넘어서서, 또 죽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베리아 감옥 생활에서 도스토옙스키가 발견한 민중의 진실이다. 고통 어린 ..
인간이란 웅성거리는 소리, 시끄러운 소리, 웃음, 욕설, 쇠사슬 소리, 악취, 그을음, 삭발한 머리들, 낙인 찍힌 얼굴들, 남루한 의복, 이 모든 것이 욕설과 혹평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렇다. 인간은 불멸이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 표토르 도스토옙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이덕형 옮김(열린책들, 2010) 중에서 ===== 이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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