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21) 썸네일형 리스트형 밑줄과 반응 2012년 5월 29일 (화) 1 기술적 후진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미디어 비즈니스는 기술 비즈니스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 비즈니스는 특히 기술적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른바 유서 깊은 출판사인 파버 앤드 파버(Faber & Faber)를 경영하고 있다. 우리 비즈니스는 대부분 저자로부터 저작권을 사들이고 독자들을 발견하며 저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창업한 이래 80년 동안 우리는 인쇄본(책)을 통해서만 그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책, 전자책, 온라인 학습(우리가 직접 구축한 강좌들), 「황무지」 애플리케이션 같은 디지털 출판, 그리고 웹을 통해서 그 일을 할 수 있다. 기술적 변동은 기회를 박탈하는.. 밑줄과 반응 2012년 5월 27일(일) 1 삶에 찌들려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축제를 몰라요. 일하고 먹고 자는 게 그네들의 삶이죠. 사람은 그저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해요. 태어난 것도 축제, 결혼하고 사랑하고 죽는 것도 축제인데 그런 생각을 못해요. 교육이 자연스러움을 제지하고 있어요. 자연스러운 행동을 버릇없다고 하고 예의 없다고 해요. 그래서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러움이 되어 버리죠.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할 때 부자연스러워지는 거예요. 교보문고에서 발행하는 책 잡지 《사람과 책》 2010년 6월호에 실린(16쪽) 홍신자의 인터뷰를 읽다가 마음에 담아 둔 글이다. 살다 보면 이렇게 오래전 잡지를 청소 등을 하다가 발견해 쭈그려앉아 읽다가 무릎을 치는 경우가 있다. 선(禪)의 화법들을 한없이 동경하면서 동.. 밑줄과 반응 2012년 5월 26일( 토) 1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민음사 펴냄), 15쪽) 활자 유랑자 금정연 씨가 프레시안에 쓴 글 「김수영의 독설 "'목마와 숙녀' 박인환은 양아치!"」에서 마주친 구절. 나보코프는 감각의 천재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사는 영원한 거주자를 이토록 감각적 표현으로 보여 준 이는 많지 않다. 눈을 감고 가만히 굴려 본다. 내 마음속 그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그 수많은 이들의 이름을. 혀끝에 올려서 한 자씩 튀겨 가면서 입술과 혀의 움직임을 생각해 본다. 내 혀끝은 어떤 모양을 그리면서 움직이고 있는가? 문장은 체험과 관찰과 사유를 통해서만 비로소 단련된다. 멋진 구절이다. 롤리타 블라.. 수학, 문학적 영향의 비밀을 파헤치다 이번주 월요일 《가디언》에 제법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다트머스 대한 수학과 대니얼 록모어 교수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수학자들이 1550년부터 1952년까지 약 500년 동안 씌어진 작품 7,733권을 대상으로 통계학적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작가 수로는 537명이며, 대상 텍스트는 프로젝트 구텐베르크(www.gutenberg.org/)에서 디지털화한 퍼블릭 도메인 작품을 이용했다.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는 1971년 마이클 하트가 기획해 시작한 사업으로 인류의 문자 유산을 디지털화한다는 목표 아래 매주 50여 권의 전자책을 새로 만들어 무료 배포하는 곳이다. 여기서 꾸준히 만들어 온 전자책이 쌓여서 빅데이터화하자 수학자들이 달려들어 이를 분석해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다트머스 대학 수.. 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인포그래픽스) 최근 미국의 출판사 웰던 오언에서 재미있는 인포그래픽스를 하나 만들었다. 그린 사람은 머라이어 베어이다. 이 인포그래픽스는 한 작품이 작가의 발상에서 편집, 교정, 마케팅, 판매에 이르는 출판의 전 과정을 갈래 그래프로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 주고 있다. 독자들이 출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싶어서 아래에 소개한다. 르네 마그리트, (세계 최초로) 앨범 커버 디자인을 하다 해외 서적들과 관련한 최신 소식들을 받아 보다 보면 가끔 유명인들이 무명 시절에 행했던, 그래서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을 알게 된다. 엘리자베스 런데이라는 미국의 미술 전문기자는 텍사스 지역에서 나오는 《멘탈플로스》라는 잡지에 오랫동안 글을 써 왔다. 최근 그녀는 그동안 써 왔던 가십성 글들을 모아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책을 한 권 펴 냈는데, 거기에 르네 마그리트의 무명 시절에 관한 글과 그때 했던 작업들이 실려 있다. 마그리트의 무명 시절은 앤디 워홀 같은 다른 유명한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청년 시절 마그리트는 벽지 회사에 고용되어 도안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제품 따위에 잠깐 동안 써먹기 좋은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해서 먹고 살았다. 그중.. 결혼에 대한 단상 철학은 다른 철학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주장은 낯설지 않지만 실제로 그에 정직하게 답하는 철학을 만나기란 어렵다. 최근 일본의 한 철학자가 쓴 글을 보았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가령, 결혼은 좋은 일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결혼은 친척이라는 뿐만 아니라 아이라는 궁극의 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다. 결혼이란, 타자와 함께 사는 능력을 키우지 않는 한 인간에게 진보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 교과서의 단일 민족 신화는 가능한 한 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원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 한겨레 게재 칼럼 지하철 옆자리의 한 여학생이 번개처럼 손을 놀린다. 손바닥의 반만한 휴대폰을 들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문자판을 번개같이 훑어가면서 어딘가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그 모습이 신통방통하여 한참을 쳐다보고 있자니, 고개를 홱 돌려 외면해 버린다. 그렇다. 그들에게도 소통이 필요하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와 마음을 털어놓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전자 소통 도구와 연결된 새로운 신체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가? 스크린 위에서 쏜살같이 스쳐가는 그들의 내면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조차 꽤 힘들다. 아니, 거부당한다. 그 여학생의 고개 돌리기, 완강한 부정과 몸을 섞어 소통하기 위해 젊은 시인 이원은 자신의 자아를 전자 신체로 개조하고 그들의 언어로 시를 쓴다. 소통을 위해 몸을 바꾸고 언어.. 이전 1 ··· 111 112 113 114 115 1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