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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누아 아체베, 세상을 떠나다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가 세상을 떠났다. 82세였다. 젊을 때부터 읽고 마음에 간직해 왔던 문학과 사상의 대가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이들어 감의 한 증거일까. 비워지는 것은 늘어만 가는데, 채워지는 것은 간혹이다. 쓸쓸한 감정에 주말이 즐겁지 않다. 치누아 아체베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9세기 말 아프리카의 한 부족 마을이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탈식민주의 소설의 명작이다. "자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평생 동안이나 추방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얌도 자식까지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난 한때 아내가 여섯이었지. 지금은 왼쪽과 오른쪽도 구별 ..
출판인들이여, 용기를 품어라 최근에 열린 뉴욕 TOC의 기조 연설에서 잉그램의 사장 존 잉그램은 최근의 변화된 환경이 출판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임을 암시하면서 출판인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주문했다. 새길 만하다. “환경은 앞으로도 계속 변해 갈 것이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들의 모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리석음이 아니라 용기를 이야기하자. 용기를 품고 계산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런 길도 없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환경에서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미래에 계산된 패를 걸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그 일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용감한 지점에 머무르는 동시에 어리석은 짓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돕..
젊은이에게 보내는 충고(타르코프스키) 요즘 청년들은 너무 바쁘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문자 등 소셜에 사로잡힌 과도한 소통이 청년들을 오히려 병들게 한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세우는 것,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함으로써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모험은 이제 젊은이들의 문화 속에서 거의 완연하게 사라져 가는 중이다. 러시아의 영화 감독이자 작가인 타르코프스키는 현대인들의 이런 번잡한 삶에 일침을 가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호소한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내 생각에 사람들이 배워야만 하는 유일한 것은 홀로 있는 것,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는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시끄럽고, 때때로 공격적이기까지 한 사건들 주변에 모여들려고 애쓰는 것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함께 있으려는 이러한 욕망은 ..
소설 플롯을 짜는 데 도움이 되는 열 가지 질문 미국의 소설가 로저 콜비(Roger Colby)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소설 플롯을 짜는 데 도움이 되는 열 가지 질문」을 올렸다. 미국적이지만 재밌어 보여 간단히 번역해 소개한다. 1)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사건은 무엇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2) 당신 또는 당신이 아는 누군가에게 그 일이 어마어마하게 부당하다고 느꼈던 사건은 무엇인가?3)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만약 당신이 작가라면 그 영화를 어떻게 마무리했겠는가?4) 좀비 종말 시대가 왔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5) 당신은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가? 그중 두 가지 이야기를 골라서 두 이야기를 섞어서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라.6)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서 어떤 날짜에 돌아올 것인가..
예술가란.... 진정한 예술가는 시대의 꿈과 이상을 창조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 파블로 피카소 무용가 최승희가 유럽 공연을 갔을 때, 객석에 있던 파블로 피카소가 그녀의 춤에 감명을 받아 즉석에서 그녀의 모습을 종이에 그려 주면서 했다는 말이다. 천재의 한마디에서는 어떤 깊이가 저절로 깃드는 법이다. 학창 시절 최승희의 모습을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한 선으로 이루어진 신체가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키던 기억.
‘편집자’는 어디에 있는가 - 사상사 연구에서의 편집자의 위치 편집자는 지식 또는 사상의 구조에서 잊힌 좌표로 표시된다. 그것은 근대 출판에서 지적 재산권의 소유자, 즉 사상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한 구조적 필연성의 결과이자 주체의 결단, 스스로 대중의 눈밖에 있기를 바랐던 직업적 편집자들의 사명 탓이다. 최근 사상사 속에서 이 잊힌 좌표를 복원하려는 논문을 한 편 읽었다. 일본 세카쿠인대학 교수로 있는 후카이 도모야키(深井智朗)의 논문 「20세기 신학 사상과 무대 뒤의 편집자들」이다. 이 논문은 사상사의 전개 속에서 편집자들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가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편집자가 사상의 발전 속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여기 구절 몇 부분을 소개해 읽고 난 감동을 대신한다. 지금까지의 사상사 연구는 ‘저자로서의 사상가’, 혹은 그 저자에 의해서 집필되..
도서관, 서점, 그리고 출판을 생각하다 도서관이 미디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게 도서관은 사람들의 기억이 쌓이고 모여서 전달되는 공간이 아니라 책들의 시체가 층층이 쌓여 있거나 창백한 얼굴의 학생들이 시험 공부에 몰두하는 거대하고 차가운 건물일 뿐이었다. 불행히도 편집 일을 하기 전에는 도서관에서 사서와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 주고받는 말 외에 다른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서점이 미디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점원들과 책과 세계에 대한 한마디 대화도 하기 어려운 한국의 서점은 더욱더 그렇다. 한국의 서점은 대부분 책이라는 상품을 돈과 교환하는 물신의 장소일 뿐이다. 오로지 매출을 위한 이전투구가 있을 뿐, 서점을 통해 인류가 기억할 만한 문화를 같이 만들고 확산한다는 공유의 원리는 한여름밤..
예술이란 무엇인가?(헨리 밀러) 한 사이트에서 헨리 밀러의 글을 만났다. 예술에 대한 멋진 정의가 가슴을 사로잡았다. 여기 가져다 번역해 둔다. 예술적 본능의 뿌리에는 권력, 그러니까 대리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있다. 예술가는 계층적으로 영웅과 성인 사이에 위치한다. (중략) 단순하게 말하면, 예술은 현실에 디딤돌을 놓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입사(入社) 의식을 겪는 통로이다. 인간의 의무는 스스로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행하는 창조 행위는 본래 타당한 것은 하나도 없음을 보여 준다. 인간은 각성하는 데 봉사해야 한다. 그것이 전부다. (헨리 밀러) 나는 예술가 타입에 대한 고집이 없다. 내게는 천재를 향한 욕구가 없다. 내게는 순교하려는 욕구가 없다. 내게는 대속을 향한 욕구가 없다. 내게는 소수의 편에서 아름다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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